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 부문은 민간 중심 경제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소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금 63년 역사의 전경련은 ‘4대 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탈퇴한 상태다.

전경련 재건과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5~6개월 조직 기조만 다듬고, 이후에는 재계인사가 맡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환골탈태한 전경련의 괄목상대(刮目相對)를 기대한다.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하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고용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인류와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하는 곳이다.

‘기업가 정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대한민국을 더 부강하게 만드는 것은 꿈을 추구하는 혁신과 도전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복합위기 해결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어느 때 보다 크게 요청된다.

IMF 사태나 금융위기도 기업인들이 앞장서서 잘 이겨냈던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 진입에 크게 이바지했으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기업은 지속적 혁신과 성장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주주 이익 극대화보다 이해당사자들의 만족 극대화에 진력하는 ‘기업의 새로운 책무’가 요구된다. 이러한 기업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을 때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를 씻어낼 수 있고 기업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될 수 있다.

삼성 이병철, 포스코 박태준 등 1세대 창업주들이 평생 가슴에 품었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과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은 기업가 정신이었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기업가 정신의 발현은 목화의 대중화에 성공한 고려 말 문익점(文益漸, 1329~1398)에서 찾을 수 있다.

문익점은 목화재배와 면포 생산 보급의 선구자로 여말 선초의 한반도에 신산업을 일궈낸 위대한 선각자였다. 본관은 남평(南平), 자는 일신(日新)이다. 호는 삼우당(三憂堂)으로, 나라의 운수와 성학(聖學)의 발달과 자신의 학문이 부진한 세 가지를 근심한다는 뜻이다.

1329(충숙왕 16)년 경남 산청에서 문숙선의 아들로 태어나, 1360년(공민왕 9) 문과에 급제했다. 1363년 사간원 좌정언으로 있을 때 서장관이 되어 계품사 이공수를 따라 원나라에 갔다가 귀국할 때 목화 씨앗을 가지고 돌아왔다.

문익점은 뼛속까지 투철한 ‘기업가 정신’으로 일관한 삶을 영위했다. 그는 ‘목화’는 고려인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여주는 신상품이라는 가치를 꿰뚫어 본 미래지향적인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살을 에는 북풍한설의 추위를 변변한 방한복 없이 견뎌야 했던 고려인들은 ‘의복혁명’으로 삶의 변혁을 맞이했다. 목화는 솜과 의복의 재료를 넘어 화승총의 심지, 갑옷, 돛단배의 돛, 천막, 심지어 화폐로도 쓰였으며, 면포는 조선의 국제무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품목이었다.

문익점은 목화에 대한 독점적 지위로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백성들에게 목화씨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재배기술과 생산기술 등의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했다. 문익점의 ‘선국후사(先國後私)’의 선비정신은 오늘날 기업인의 ‘동반성장’, ‘사회공헌’ 등의 기업가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문익점은 69세로 타계했다. ‘목화혁명’에 대한 공이 매우 커서 세종은 영의정과 부민후(富民侯)로 추증했고, 시호는 충선공(忠宣公)이다. 영원한 겨레의 은인이 된 삼우당 선생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南歸播種起溫風(남귀파종기온풍) 남쪽 지방에 파종하여 ‘따뜻한 의복혁명’ 일으켰고

曲曲暖衣生氣逢(곡곡난의생기봉) 방방곡곡 따뜻한 옷 보급해 생기가 가득했네

槿域兩京生活順(근역양경생활순) 나라 안 개경과 서경의 생활이 순조로웠고

海東十道困難終(해동십도곤란종) 나라 안 모든 지방의 (겨우살이) 곤란이 종식됐네

安康邦國飛熊似(안강방국비웅사) 국가를 평안하고 건강하게 한 것은 강태공과 같고

救濟群黎后稷同(구제군려후직동) 온 백성을 구제한 것은 후직(주나라 시조)과 같네

一向滅私無晝夜(일향멸사무주야) 언제나 한결같이 욕심 버리는 뜻은 밤낮이 없었고

只今不絶萬民崇(지금부절만민숭) 지금도 끊이지 않고 모든 국민이 숭배하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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