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20244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치인들에게는 각자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이니만큼 총선 관련된 모든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중진 정치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대대적인 물갈이론이다. 중진 정치인들을 물갈이하고 새로운 신진 정치인으로 국회 인적 구성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수록 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초선 중 한사람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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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불출마로 정치권 미묘한 파장, 여야 중진눈치보기 돌입
- 여당 총선 물갈이론 고개’, 야당에선 ‘3선 초과 연임 제한요구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지도부의 총선 민심 잡기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여야 모두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민심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야 정치인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총선 공천 문제에 쏠리고 있다. 안전하게 공천을 받아야 다음 4년 또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기 때문에 공천 룰을 비롯한 모든 공천 관련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각 당의 공천 룰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될지, 혹여나 지도부의 눈밖에 나서 공천을 받을 수 없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과 함께 또다른 관심 사안 중 하나는 바로 총선을 앞두고 인적쇄신 바람이 어느 정도로 불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여야 중진 공천전쟁, 인적쇄신 대상될까 전전긍긍

역대 총선의 역사를 둘러봐도 매번 총선이 다가오면 인적쇄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중진 물갈이론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강도에 따라 중진 정치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로 보수정당에서는 영남 중진들을 대상으로 물갈이요구가 거세게 제기됐다. 진보정당에서는 호남 중진이나 운동권 86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 202021대 총선을 앞두고는 86정치인 물갈이론이 거셌다. 그러나 결과는 미풍에 그쳤다. 당시 호남 물갈이론이 거세게 불지 않았던 이유는 201620대 총선에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의당이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호남 지역 국회의원 의석을 거의 싹쓸이 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에서 물갈이론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불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초선 의원 가운데 첫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 경기 의정부갑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표창원(용인시정)이철희(비례대표) 전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방관 출신으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인재 영입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오영환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연 이제 저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인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오 의원은 현 정치권에 대해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면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결국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역시 초선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너무 아쉽다. 일단 이렇게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의원 한 명이 또 떠나는구나라며 오영환 의원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출했다. 이어 불출마를 놓고 갈등하는 의원들이 더 있나라는 질문에는 저는 많다고 본다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다 보면 행동이 결국 생각을 지배하게 된다. 그런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물갈이 공천? 지도부부터 불출마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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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중진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압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미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영남 중진들에 대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월 당대표 경선 TV토론회에서 원외 인사인 천하람 후보는 영남 4선 중진인 김기현 당대표에게 안철수 후보는 호남이든 제주든 당이 필요로 하는 곳 어디든 가겠다고 했는데 수도권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라며 수도권 험지 출마 의지를 따져 물었다.

당시 김 대표는 내년 총선 이기려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같은 영남 중진들을 향한 불출마 압박 내지는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물갈이 공천을 하려면 제일 먼저 해야 되는 게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불출마 선언을 딱 하고 , 지금부터 물갈이 공천하자그런 식으로 정리해 나가는 게 혁신적인 방법인데 그 방법을 지금 할 수 있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0일 한 방송에 출연해 홍 시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지금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안 좋다. 총선 전망이 어둡다그렇다면 지도부가 먼저 헌신을 하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통해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그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총선 물갈이론의 일환으로 최근 일각에서 검찰 출신의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거 영남지역에 공천될 것이라는 설이 돌면서 영남지역 의원들 사이에 공포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경기 안성이 지역구인 김학용 의원이 아닌 대구 달서구을이 지역구인 윤재옥 의원이 당선된 것도 영남지역 의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진들 긴장... ‘3선 초과 연임제한요구 커

민주당에서는 오영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한 불똥이 86정치인들에게 튀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86정치인 가운데에는 우상호 의원이 2021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 추가 불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3KBS 라디오에서 그런데 그만두려면 다선 의원이 그만둬야지 초선 의원이 그만두면 되겠느냐. 이런 이야기도 하고 (오영환 의원과) 같이 이렇게 한잔했다그런데 어쨌든 오영환 의원의 순수한 결단은 그 자체로 굉장히 저는 좀 감동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내년 총선부터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제한4선 연임 금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청년위)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득권 정당이 아닌 국민 정당을 위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22대 총선부터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제한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현역 의원 하위 30%를 반드시 컷오프(공천 배제) 해달라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총선 전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이철희 전 의원. 뉴시스
21대 총선 전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이철희 전 의원. 뉴시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초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세를 타지 못하자 정치혁신 과제 중 하나로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를 제한하는 선거법 개정추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현역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내에서는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제한목소리는 아직은 일부의 외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원외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오영환 의원이 불을 당긴 불출마 선언 여파가 향후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최근 YTN에 출연해 “(불출마 선언으로)이어질지 안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선의 젊은 정치인이 현재의 정치계에 들어와서 정치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좌절감, 절망감, 이런 게 고스란히 드러났지 않나라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이런 거는 당 내에 자극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오영환 의원에게는 도덕적 우위를 주는 것이라며 홍준표 시장도 현재의 여당이 위기 상황에서 지도부가 총선을 이끄는데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극약처방에 비슷한 헌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건데 저는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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