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1787세대 중 1066세대 경매 나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2달 전 정부의 피해 구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계속되면서 당정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전세 사기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 사기 문제 방지와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 협의를 연다. 국민의힘은 20일 오전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책을 보고받고 의견을 나눈 뒤 당정 차원의 결론을 발표한다.

이날 당정 협의에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하 행정 안전·법제 사법·정무·기획재정·국토교통위원회 간사와 위원들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이하 법무·기획재정·행정안전부 차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세청·경찰청 차장이 참석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직무대행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역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극적 사고가 나서야 국가가 그동안 검토 단계에 있던 걸 앞당긴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면서 정부의 지원대책을 밝혔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 추가 대책을 위해 보다 확대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현실성 있는 추가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다음 주 중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범정부 차원의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은 가구당 최대 2억 원(보증금 3억 원 한도) 대환대출 신설, 수도권 500가구 이상 긴급 주거지원 확대, 전세 사기 피해자가 피해 빌라를 낙찰받을 시 무주택자 요건 유지 등이었다.

여기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원했던 ‘피해보증금 선 반환 후 구상권 청구’는 담겨있지 않았다.

최근 사망한 3명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모두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주택 2700채를 보유한 건축왕 남 모 씨(61)의 임차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 씨는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피해자들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3번째로 사망한 A씨는 육상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힌 여자 해머던지기 기대주였다.  2011년에는 전국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A씨는 2019년 9월 인천시 미추홀구 B 아파트에 전세금 72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 12월 재계약 당시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계약금을 1800만원 올려 전세금 9000만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아파트는 올 3월 경매로 넘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우선변제금 대상에서 제외돼 전세금을 한 푼도 못 건지게 됐다. 전전긍긍하던 A씨는 끝내 지난 17일 새벽 주거지에서 숨진 채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전세 사기 관련 첫 사망자는 지난 2월 발생했고 지난 14일 2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 1분기 서울 빌라 선세 거래 '역대 최저'

이런 분위기는 1분기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1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전세 사기 사건 탓에 거래 자체를 의심하는 일이 빈번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19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2만 7617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세 형태의 거래는 1만 4903건, 전체 거래의 54%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1분기 기준)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전세 거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월세를 원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대출받아 전세를 살다 자칫 사기 피해를 보게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어 앞으로도 전세 거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