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총장으로부터 촉발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위원 등이 94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주도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당내 의원과 캠프 관계자와 선거 관련 인물들에게 살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을 확보해 사건 진상을 밝힐 계획이다. 검찰은 또 9400만원 이외에 불법 자금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관리에 개입된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노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검찰 수사가 민주당의 판도라 상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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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문.친명.386 운동권에 초선부터 중진인사까지
- 민주당, “검찰이 내년 공천 다한다물갈이 단초될까 전전긍긍

민주당은 이정근 녹취록이 어디로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런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정근 녹취록을 대하소설에 비유하고 있다. 검찰에 압수된 녹음 파일만 3만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야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주변인들에게 소개하며 친분을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또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군산 출신인 이 전 부총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카피라이터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거쳐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맡았다.

이정근 노트·녹취록에 담긴 민주당 인사는 누구?

그런 그를 두고 돈봉투의혹이 불거졌다. 그 시점은 20215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다. 당시 전당대회는 송영길 전 대표와 홍영표 의원이 치열하게 맞붙었고, 그 결과 0.59% 차이로 송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됐다. 치열하게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서초갑 당협위원장이었던 이 전 부총장을 핵심 요직인 사무부총장 직함을 달아줬다.

돈봉투 살포 주도자로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중 윤 의원은 송영길 체제 당시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직을 맡은 바 있다.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핵심 관계자 모두 송영길 체제에서 핵심 요직을 나눠 맡은 것이다.

또 돈봉투 전달책으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다. 강 회장은 재작년 3월부터 5월까지 민주당 당직자들과 공모해, 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선거관계자 등에게 금품 94백만 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뿌려진 금액 가운데 8천만 원을 끌어오고 윤 의원의 지시로 현역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데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강 위원은 이 과정에서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전국대의원,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는 데 사용하자는 내용의 구체적인 지시·권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은 국회의원들에게 총 6천만원(봉투 10X300만원씩X2차례),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등 17명에게 총 1400만원, 지역상황실장 20~40명에 두 차례에 걸쳐 총 2000만원으로 쪼개져 살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이 전 부총장이 입장을 바꿔 입을 열면서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 현역 의원의 연루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의원들 실명이 적힌 돈봉투 리스트가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발이라면서 민주당 현역 의원은 최대 20명 정도가 연루됐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 이정근 리스트에 민주당 수도권 의원 17, 호남의원 4, 충청 1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친명계 상당수가 돈봉투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검찰 주변에서는 친문계 인사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386운동권에 초선.재선.중진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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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검찰은 녹취 파일 외에도 돈 전달 과정 등이 기록된 이정근 노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 문건에는 친노계, 친문계, 친명계의 자금줄이 대략적으로 정리돼 있다. 각 계파 핵심 인물들의 관계도와 중요 인물에 대해서는 설명도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현’, ‘문재인’, ‘재수회(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 ‘류영진(문재인 정부 초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재명 7인회등의 제목으로 각각 A4용지 1장 분량으로 작성됐다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다만 이정근 리스트에 거론되는 인물들은 자신들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정근 리스트에 거론됐던 김용민·이수진(동작을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허위 돈 봉투 명단을 돌린 정보지 및 커뮤니티 게시글 유포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21일 오후 서울경찰청에 공동 고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홍 격화 총선 앞두고 인적쇄신 불가피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선제적 출당 조치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관련자들에 대한 탈당·제명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대표로 있는 한 돈봉투 사건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칼날을 잘 휘두르지 못한다는 분석이 있다. (출당·제명)보다 더한 조치가 있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탈당 정도가 아니라 다 내려놓고 다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당은 온정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지난 대선부터 지방선거에 이어 오늘까지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자체적인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국민이 볼 때 자기 정화 기능도 제대로 못하고 포기하는 정치 집단한테 믿음이 가겠나라며 당내 문제가 생겼다면 조사기구를 만들어서 하는 방법이 왜 없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을 통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사실관계 확인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출당과 제명을 지금 얘기하기는 이르다“(돈봉투 의혹의 근거가 되는 이 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을 당이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민도 민주당이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양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돈받은 대의원들까지....대의원제도 폐지 주장도

민주당 의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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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도 분열되는 모습이다. 친문을 비롯해 비명계 지지층에서는 이 대표 등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를 문제 삼고 있으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개딸(개혁의 딸) 등 친명 지지층은 돈을 받은 대의원이 문제라며 대의원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당 지도부가 여론에 떠밀려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돈 봉투 문제가 결국 정치권 판갈이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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