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국민의힘이 지지율 폭락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422대 총선의 비상등이 켜졌다. 이른바 집토끼로 불리는 전통적 지지층은 등을 돌리고 있고 산토끼로 불리는 중도층마저 떠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승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민심 또한 요동치고 있다. 보수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의 민심도 이상징후다. 이는 김기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당시 당 지지율 55%,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를 공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 전통적 지지층을 공고히 다지면서 중도층으로의 성공적인 외연확대가 총선필승의 방정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실상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국민 여론이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내년 총선 비상등이 켜진 국민의힘의 지지율 폭락사태를 집중 분석했다.

뉴시스
뉴시스

- 총선 승리공식 전통적 지지층 집토끼+중도층 외연확대 산토끼
- 김기현 대표 체제 중도층 이탈 물론 보수층 균열까지 적신호
- 수도권, 중도.무당층.청년층에 텃밭까지 민심이반 심화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3.8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준 자중지란의 여파가 가장 크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고사하고 지도부의 연이은 말실수로 여론이 등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라는 최대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사이익조차 전혀 없는 셈이다. 중도층 이탈과 보수층 균열의 여파로 지지율 폭락은 반등없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해법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여권 안팎에서 검사 대규모 공천설이 솔솔 피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인 미래통합당, 새누리당, 한나라당의 분열 원인이었던 공천학살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힘 설화 등돌린 민심지도부 자중지란까지

국민의힘은 잇단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8 전당대회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의 크고작은 실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당 전체의 위기로까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는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설전에 가담하면서 상황은 날로 악화됐다. 김기현 대표는 위기극복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어정쩡한 스탠스로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켰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충격적이다. 지지율은 그야말로 위험수위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3.1%포인트 내린 33.9%, 민주당은 2.9%포인트 오른 48.8%로 각각 나타났다. 김 대표가 당 지지율 55%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로 전당대회 캠프를 ‘5560’으로 명명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는 대목이다. 특히 전당대회가 열린 3월 첫째주(44.3%)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또 양당 격차는 지난주 8.9%포인트에서 14.9%포인트로 확대됐다. 5주째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일 당장 총선이 실시된다면 국민의힘의 참패가 예상되는 수치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주당이 ‘2012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라는 메가톤급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상승한 32%,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32%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무당층은 무려 31%에 달했다.

이러한 와중에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리스크도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전광훈 목사 손절에 나섰다. 김 대표는 전광훈 목사가 공천권 폐지를 촉구한 것과 관련,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그 입을 당장 좀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여론악화에 뒤늦게 전 목사와 관계단절에 나선 것이지만 전 목사를 둘러싼 크고작은 잡음은 당의 외연확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기의 심화에도 당 지도부는 사분오열이다. 대표적인 것은 김기현 대표와 홍준표 시장과의 갈등이다. 특히 홍 시장은 김 대표가 주도한 당 상임고문 해촉 이후 지도부의 발언 자제 요청에 반발, 연일 김 대표를 난사하고 있다. 홍 시장은 당 지지율 폭락이 내 탓인가? 그건 당대표의 무기력함과 최고위원들의 잇단 실언 탓이라고 비판하면서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보시라. 그렇게 못하면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김재원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도 논란이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이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지지율 하락사태의 최대 원인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 개시 전에 자진사퇴론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김 최고위원을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 이탈 보수층 균열TK마저 위태위태

뉴시스
뉴시스

이 때문에 친윤계와 비윤계 모두 가릴 것 없이 지지율 하락세에 따른 내년 총선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총선 지역구 의석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도권 승리가 필수적인데 현재의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목표다. 중도층 민심을 강조해왔던 안철수 의원은 중도층, 2030, 무당층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됐을 때는 훨씬 높았는데 지금은 셋 다 10%라며 경기도 분위기가 굉장히 험악하다. 현재 수도권 121석 중 17석을 가지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우려할 정도다.

더 심각한 것은 지지율 하락이 아니라 내용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고 보수층 민심 역시 적신호가 켜졌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또다시 20%대로 폭락하면서 당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4월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도 위험수위다. 울산교육감 선거는 물론 울산지역 기초의원 선거조차 패배했다. 아울러 서진정책의 일환으로 공을 들였던 호남권 공략 역시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은 지난 대선 때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수도권 민심은 악화일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책이슈를 주도하기보다는 잇단 실언 논란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표심은 영호남과는 달리 5% 안팎의 박빙 승부처가 적지 않았다.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이 과거 180석 압승이 기대됐던 201620대 총선에서 몰락한 것과 20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헌납하면서 참패한 것 역시 수도권 선거 대패가 최대 원인이었다.

아울러 여야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 무당층의 표심도 위태롭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중도층은 민주당 28%, 국민의힘 25%,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41%로 각각 나타났다. 중도 무당층은 역대 총선의 캐스팅보트였다. 최근 여론조사 경향을 살펴보면 여야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 무당층은 최대 30%에 육박한다. 실제 2030세대 민심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승리 교두보 마련을 위해 MZ세대로 상징되는 2030세대 지지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지만 주69시간 근로시간 개편 후폭풍의 여파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국사태 이후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 탓에 어부지리를 누렸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보수텃밭인 TK의 위험신호는 더 상징적이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 이후 당정의 헛발질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앞선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48.4%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39.6%를 기록하면서 지난주보다 9.2%포인트 급등했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50%에 턱걸이했다. 이는 민주당이 갖은 악재에도 호남에서 60%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핵심 보수층이 흔들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레임덕에 처하면서 국민의힘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윤 대통령 내외가 최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은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흔들리는 TK민심을 다잡기 위해 구원등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김기현 대표 역시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방문하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설 정도였다.

대규모 검사공천설내년 총선 앞두고 갈등 소지

뉴시스
뉴시스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위기요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선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지만 공천과정의 잡음으로 패배했다. 이른바 공천 트라우마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여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반 이후 친정체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측근인 검사 출신들을 대규모로 공천할 것이라는 미확인 관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는 검사 공천설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영남권 현역 의원들은 사석에서 적잖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때마다 대통령실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하지만 사설 정보지로 불리는 지라시에서는 한동훈 법무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검사 출신 고위관료들의 공천 예정지역까지 떠돌아다니고 있다. 최대 30명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마저 떠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관련 소문의 확산에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시중에 떠도는 검사 공천은 근거없는 괴담이라는 것이다.

다만 현역 물갈이 대상 우려에 국민의힘 소속 TK 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공천 물갈이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호남이라면, 국민의힘은 영남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교체폭이 클 경우 현역 의원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중심의 신당 창당설과 더불어 공천 탈락자들을 대상으로 신당 합류설까지 흘러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와 관련, “2016년 당시 (20) 총선 한두 달 전까지 170, 180석을 얻는다고 했지만 진박이라는 사람들이 완장 차고 나서서 공천 파동을 일으키면서 국민들이 외면을 해 버렸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특히 지금 대구 경북에 가면 최경환 전 부총리, 우병우 전 수석, 유영하 변호사가 출마한다는 이야기들이 돌아다니는데 만약 그런 공천이 이루어지면 제일 중요한 수도권 선거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점과 대비하면 국민의힘은 전대 이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지도부간 설화와 자중지란의 분열로 스스로 자멸됐다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정당의 공천 역사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난무할 정도로 역대 총선 때마다 크고작은 갈등의 연속이었다흔들린 보수층을 다지면서 등돌린 중도층을 잡기 위한 대규모 쇄신책에 이어 공정하고 개혁적인 공천을 위한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