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421일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7년 과학기술처를 설립한 날이다. 박정희 정부는 1960년대 말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한국과학원(KAIST)을 설치하여 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을 진흥했고, 정부 부처로 과학기술처를 설립하여 국가 과학기술 진흥사업을 총괄하게 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벗어난 140여 국가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가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20세기가 낳은 석학 피터 F. 드러커는 90세 무렵 이렇게 자주 말했다. “20세기 역사에서 한국의 경제기적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여력이 있다면 이를 연구하고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96세로 영면함으로써 이 연구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 두뇌들을 모셔와 키스트를 만들고 카이스트, 기술학교를 세우는 등 과학기술 인력을 키운 업적은 박정희의 미래지향적 통찰력과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또한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고 과학입국·기술입국의 초석을 다진 통치철학은 박정희에게는 거의 신앙이었다.

박정희는 KIST를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집현전으로 여겼다.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에 몰두하는 집현전 학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집현전에 자주 들른 것처럼, 박정희도 수시로 KIST를 방문해서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과 의지는 박정희 시대에 비해 오히려 빛이 바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민족개조론을 들고 나왔던 이광수가 자신의 소설 <무정>에서 던진 화두가 과학만이 살길이다였다. 춘원(春園) 선생보다 570년 앞선 최무선(崔茂宣, 1325~ 1395)““왜구를 막는 데는 화약만한 것이 없으나, 국내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오직 화약만이 나라를 강력하게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최무선은 1325(충숙왕 12)에 경북 영천에서 광흥창사(廣興倉使, 5)를 지낸 최동순(崔東洵)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화약 무기의 자체 개발에 성공한 위대한 장군이자 혁신적 발명가이다.

 

방략(方略)이 뛰어나고 병법에 밝았던 최무선은 군기시(軍器寺) 소속의 하급 관리가 된 뒤부터 화약 연구에 몰두했다. 중국 상인 이원(李元)에게서 염초 제조법을 습득한 뒤에 조정에 건의해 화통도감을 세우고, 1377년부터 화약 무기 개발에 분골쇄신했다. 이때 제작한 화기는 대장군·이장군·삼장군 등 총포, 화전·철령전 등 발사물, 질려포·철탄자와 같은 신무기, 최초의 로켓무기인 주화(走火)까지 총 18가지이다.

 

부원수 최무선은 1380(우왕 6)에 금강 하구의 진포(鎭浦)에 침입한 왜구 500여 척을 상원수 나세(羅世)와 함께 각종 화기로 무장한 전함 100척을 이끌고 나아가 격퇴했다. 살아남은 왜구들은 육지로 도망갔는데, 병마도원수 이성계가 모두 섬멸했다(황산대첩). 이로부터 왜구가 점점 덜해지고 항복하는 자가 서로 잇달아 나타나서, 바닷가의 백성들이 생업을 회복하게 되었다.

 

최무선은 <화포법><화약수련법>을 써서 아들 최해산(崔海山)에게 물려주었다. 세종 때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로켓 추진식 화살 병기 신기전(神機箭)’은 최무선-아들 최해산-손자 최공손(崔功孫)으로 이어진 화약 기술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권율이 행주대첩에서 승리한 비결도 신기전 때문이었다. 임진왜란 때 육지에서는 조총을 앞세운 왜군이 조선군을 유린했지만, 해전에서는 조선이 일본 수군의 화포를 압도했던 이유는 최무선의 화약 제조 덕분이었다.

 

1395(태조4) 421. 최무선은 70세로 타계했다. 과학의 달 4월을 맞이하여 화약의 아버지고려의 영웅 최무선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出天方略應時生(출천방략응시생) 하늘이 낸 (왜적을 막는) 방략이 때맞춰 일어나니

侵海凶徒一戰平(침해흉도일전평) 침범한 흉악한 무리를 한바탕 싸움에서 평정했네

鬼沒神衰船上亂(귀몰신쇠선상란) 귀신처럼 사라지고 쇠할 정도로 선단이 혼란했고

魂飛魄散陣中驚(혼비백산진중경) 혼백이 흩어질 정도로 넋을 잃어 진영 안이 놀랐네

連環賊計煙塵滅(연환적계연진멸) 왜적의 연환계는 연기와 먼지 따라 사라졌고

蓋世英名霹靂轟(개세영명벽력굉) 세상을 덮은 뛰어난 명성은 벼락처럼 울렸네

邦國安危存止戈(방국안위존지과) 국가가 안정되어 마침내 왜적의 침입이 멈췄고

千秋不忘武功卿(천추불망무공경) 오랜 세월 장군의 무공을 잊지 않고 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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