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 이번호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사실관계에 일부 수정을 가하거나 요약하였음을 밝힙니다. 앞서 게재하였던 업무상횡령, 배임죄 관련 행위자 대응 및, 이익과 손해의 관련성 요건에 관한 칼럼을 읽고 이 글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상(上)편에서 이어집니다 
 
▲ 1심 진행 경과
A씨의 사건은 그렇게 수사 단계에서 공판(‘형사재판’) 단계로 진행되었다. 첫 재판기일이 다가오면서 형사변론의 전반적인 방향, 특히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적혀있는 피고인의 공소사실(검사가 법원의 심판을 청구하는 구체적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했다.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자백하고 시인했던 특경법위반(업무상횡령 - 이득액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인 경우)죄 부분은 오히려 변호인 입장에서 ‘손을 댈 만한’ 부분이 크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해야 했던 부분은 피해자 회사의 업무상배임 추가 고소 건 - 거래처와의 전자어음 만기일 도래 전 할인에 따른 차액, 마이너스 통장 갱신에 따라 회사가 부담한 금융 수수료 상당액 등 부분이었다.

그리고 1심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일종의 변수가 발생하였다.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이익과 손해 사이에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등 일정한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21. 11. 25.선고 2016도3452 새마을금고법위반등)가 새로이 도출된 것이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위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된 법리를 바탕으로, 업무상배임죄에서 ‘행위자의 재산상 이익의 존재’뿐만 아니라, ‘재산상 이익과 손해 간 관련성’이라는 별도의 범죄구성요건이 갖추어졌는지를 함께 다투어볼 기회가 열린 셈이었다.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공소사실 중 업무상배임죄 부분의 경우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시인하되 해당 행위가 법리적으로 범죄구성요건을 갖추었는지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되었다. 한편 양형에 관해서는, 피고인이 횡령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자수까지 했던 점, 피해자 회사의 마이너스통장에서 본인의 계좌로 이체했던 금액 중 일부를 되돌려놓아 사실상 사후적으로 피해가 상당 부분 보전된 점 등을 중점적으로 변론하였다.

1심은 몇 번의 공판기일을 거쳐 어느새 결심(변론을 마무리함)절차에 이르렀고, 마지막 절차인 피고인 본인의 최후진술만이 남았다. 몇 번이고 고쳐 썼을 자필 메모를 손에 들고 읽는 A씨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자백한 부분인)업무상횡령 범행으로 인한 이득액이 크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 회사가 심한 타격을 입은 관계로 피고인이 중형을 선고받게 될 것은 피고인 본인도, 변호인도 어느 정도 예견하고 ‘각오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 항소심 진행경과

초조함과 체념, 약간의 기대가 뒤섞인 듯한 나날이 흐르고, 1심 판결선고일, A씨는 결국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1심 재판부가 업무상배임죄 부분 - 피해자 회사가 추가 고소하여 공소사실에도 포함된 부분 - 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은 ‘재산상 이익과 손해 간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

피고인과 변호인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수 개의 서로 다른 범죄사실이 경합하는 경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다른 죄의 법정형의 상한, 하한의 1/2, 1/3씩 합산되는 방식으로 가중되어 양형에 있어 매우 불리해지는데, 특경법위반(업무상횡령)죄 죄책만이 유죄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법정형의 합산·가중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1심 판결에 피고인(A씨), 검사 양측 모두 일부 불복하는 부분이 있어,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을 거치게 되었다. 검사 측에서는 당연하게도 무죄 부분(업무상배임)에 대해 불복하였고, 피고인 측에서는 1심 판결을 존중하나 다만 수사 단계에서 자수서를 제출하고 성실히 조사받은 점이나(자수감경), 피해자 회사에 대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실을 양형에 있어 고려하여주시길 희망한다는 취지였다.

항소심에서는 양형에 관하여 ‘피고인의 자수’가 긍정적인 사유로 포섭되어야 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1심(징역 6년)에 비해 소폭 감형된 징역 5년이 선고되었고, 해당 판결은 확정되었다.
 
▲ 함의 - 업무상횡령·배임죄 사건에서 ‘방어권의 행사’와 ‘데미지 컨트롤’

업무상횡령·배임 범죄의 양태 및 관련자(당사자)의 대응 양상에 관하여 지금까지의 법리검토와 사례를 바탕으로, 주로 피의자(피고인) 및 변호인의 입장에서 되짚어보았다.

형사절차에 있어서 변호인의 주된 역할은, 수사로부터 재판에 이르는 각 단계에서 당사자(피의자 또는 피고인) 본인이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특히 업무상횡령·배임 등 사건의 경우, 사회경제적 활동의 양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복잡성 또한 커졌으며, 정보의 비대칭, ‘괘씸죄의 적용’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요소로 인해 당사자의 시야는 가려지고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이처럼 막연한 상황에서, 최선 또는 차악의 결과를 향한 ‘데미지 컨트롤’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핵심적인 화두가 된다. 

<김연준 변호사 ▲ 고려대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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