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결정했다. 만장일치였다. 민 의원은 당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친전도 돌렸다. 민 의원은 의원실마다 돌린 친전에서 탈당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그 동안 겪은 일에 대한 서운함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심사권이 제약됐다고 지적한 판결은 나 몰라라 했다. 사과는 없었다.

민 의원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탈당 사건에 대한 반성도 없었고, 당연히 사과도 없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유례없는 집권세력의 몽니에, 불가피하게 민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던 일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강변하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민주당과 민 의원이 앞으로 더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매진하면 유야무야 잊힐 일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럴 수도 있다. 먹고 사는 일도 바쁜데 안팎으로 사고뭉치인 대통령 걱정까지 해야 하는 국민들은 능히 그럴 수도 있다.

언젠가는 복당시켜야 할 사람인데, 돈봉투 사건도 터졌으니 이 참에 시끄러울 일 하나 묻어서 처리해보자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몇몇 의원들은 민 의원의 복당을 환영하며 언제까지 외롭게 둘 수는 없었다라고도 했다. 이들에게 민 의원의 탈당은 선당후사고, 복당은 금의환향에 다름 아니다.

민 의원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복당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년 총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 의원 지역구에는 꽤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민 의원의 빈자리를 노리고 뛰고 있다. 민 의원 입장에선 더 이상 자리를 비워둬선 재선이 쉽지 않다. 자신이 복당을 신청하는 것도 안된다. 당이 나서서 복당을 시켜줘야 경선에서 감점이 없다.

민주당이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과정에서 민심을 고려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탈당할 때부터 민심은 크게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정치적 유불 리가 중요했다. 탈당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은 감수하면 될 일이었다. 민주당의 운동권적 사고방식이 이런 식이다. 국민 감정과는 영 동 떨어진 지점에서 소명의식이 돋아나고, 비장해진다.

민주당은 바닥에 도달했다. 이제 민주당의 도덕적 잣대는 김대중이 아니다. 노무현도 아니다. 문재인도 아니다. 민주당의 도덕과 양심, 정의의 잣대는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당 대표로 있는 한 민형배의 탈당도 복당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송영길의 돈봉투 사건도 반성보다 면피가 먼저인 일이 되었다.

유능함과 도덕성 사이, 유능하긴 쉬워도 도덕적이긴 어렵다. 열 번 중에 한번만 성공해도 성과에 따라서는 유능하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열 번 중에 한번 만 삐끗해도 도덕성은 무너진다. 지금의 민주당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과 구분도 어려워졌다. 민주당이 민심을 떠났으니, 이제 민심이 민주당을 떠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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