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 공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 등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다. 도공은 최근 감사실로부터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고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도공은 과거에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후속 조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위반...감사결과 처분요구서 보니 ‘가관’
 - 도공 "직장 내 괴롭힘 예방‧관리업무 철저"….그래도 갑질 ‘여전’


본지가 입수한 한국도로공사 감사실의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 등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에 따르면 최근 도공 내에서 2건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 1건과 ▲품위유지의무 위반 1건이다. 관련자들은 각각 징계(감봉)와 징계(견책) 처분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 등 조사, 무슨 일

감사실이 작성한 '징계 요구' 문건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공 직원 A는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B지사에서 풍수해, 설해 등 재난 관리와 교통(작업장) 안전 관리업무를 총괄했다. 피해 직원 C는 같은 팀에서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작업장 등 현장 안전 관리 지원, 작업장 사고 현황 관리 및 재해방지 대책 공유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C는 2022년 10월 중순 08시30분께 안전혁신처장이 지사를 방문해 특별 안전 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교육 대상인 차장급 직원 이상에게 사내 메일로 해당 사실을 공지한 후 같은 날 10시30분께 교육 장소인 지사장실에서 자료 비치 등 교육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A는 이날 10시40분께 지사장실로 들어와 본인이 교육 대상자라는 사실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C를 질책하던 중 화를 참지 못해 C의 얼굴 부위를 주먹으로 수회 가격하고 양손으로 멱살을 잡아 밀쳐 넘어뜨리는 등 폭행해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이에 감사실은 조치할 사항으로 B지사 지사장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내 괴롭힘 예방ㆍ관리 업무에 기하시기를 바라며 본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의무를 위반한 A를 인사 규정 제35조(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감봉) 처분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사건은 직원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직장 내 윤리 질서를 저해한 혐의로 감사실로부터 지적받은 사례다.

도공 직원 D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E팀 팀장으로서 팀 업무를 총괄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 F 또한 같은 팀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D는 F에게 "외모도 그렇고 차림새도 그렇고 왜 아직 결혼도 안 하고 남자친구가 없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사무실에서는 "어제 잘 들어갔어요? F가 잘 자는지 못 자는지 걱정이 되어 내가 잠을 못 잤어요"라고 말하는 등 2회에 걸쳐 언어적 성희롱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감사실은 인력 처장에게 부하직원을 성희롱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 직장 윤리를 저해한 D를 인사 규정 제35조(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견책)처분 조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관계기관은 감사실에 예방‧관리 업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A씨 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은 감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내 괴롭힘 예방ㆍ관리 업무에 철저히 기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D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관계기관은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내 윤리 질서 확립 업무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가해자로 주목받은 직원들은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등 억울함이 있다는 점을 감사실에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그 내용은 징계요구안에도 나온다.

A씨는 관련자 의견을 통해 "C가 업무와 관련해 먼저 묻지 않는 한 말을 하지 않았고 대답도 퉁명스럽게 하는 등 본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협심증, 요추간판 탈출로 인해 몸이 좋지 않아 속으로 참고 말았다"며 "(하지만) 사건 당일 교육대상자라는 사실을 본인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에 몹시 화가 나 자제력을 잃고 폭행하게 됐으며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D와 관련해서는 해당 보고서에 "F에 한 발언은 별다른 의미 없이 화기애애하게 회식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한 것이며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의 성립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와는 무관하며 그 판단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어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검토하면 D의 발언은 미혼 여성인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고 외모에 대한 칭찬을 이성의 존재 여부 등에 결부 지어 평가한 것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 유사 사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

한편 공사는 본지와 전화 통화 후 보내 온 언론취재(서면) 답변에서 “공사는 2022년 고충 처리 전담 조직 EX-고충 설루션센터를 신설해 신속‧정확한 고충 처리 프로세스를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전 직원 집합교육, 다양한 예방 교육 자료 제작 등 예방 활동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 발생 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서는 공사 고충처리절차에 따라 징계처분했으며 가해자 즉시 분리 조치 등 피해자 보호에도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공사는 “앞으로도 우리 공사는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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