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한·미 두 정상은 이 선언에서 한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키로 했다. ‘핵협의 그룹’은 미국의 핵억제 기획과 실행에 한국의 참여를 보장한다. 또 4.26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M)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강화키로 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한국의 자체 핵개발을 묶어놓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재확인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싱턴 선언’을 계기로 북핵 “확장 억제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핵무기 자체 개발을 막기 위한 문서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1일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1월 말 공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76%가 독자적 핵 무장을 지지한 걸로 나타났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인들과 윤 대통령의 자체 핵 개발 욕구를 저지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강박감이 4.26 ‘워싱턴 선언’에 표출된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다면, 일본은 물론 대만, 우크라이나,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핵개발 욕구를 촉발케 된다. 전 세계는 핵 개발 경쟁으로 뛰어들게 되며 결국 인류는 핵전쟁의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NPT 체제는 붕괴되고 인류의 핵 종말은 다가서게 된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핵개발 욕구를 떨치지 못하는 윤 대통령과 한국인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듯싶다. 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이 핵개발 없이도 북핵을 막을 수 있다고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만으론 북핵 공격에 떨고 있는 한국인들을 달래기엔 부족하다. 도리어 ‘워싱턴 선언‘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핵 개발 명분을 더욱더 정당화시켜 북핵 위협을 가중시킬 뿐이다. 김은 미국이 전략재산 한반도 전개를 강화하면 그것을 북의 핵·미사일 개발 증강의 구실로 이용했다는데서 그렇다. 더 나아가 김은 미국의 전략재산 증강 배치를 국내 친북세력에게 미국의 ‘북침 놀음’이라며 반미를 선동하는데도 악용했다. 4.26 ‘워싱턴 선언’도 그렇게 선동될 수 있다.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으론 한국도 핵을 개발,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대안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핵 무장은 세계적인 핵확산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옳지 않다. 차선책으론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길 밖에 없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공격 저지는 물론 북핵 폐기 협상 대상으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했었으나 1991년 모두 철수시켰다. 그러나 그 당시엔 북한이 핵을 보유치 않았던 때였다. 하지만 북이 핵을 보유한 마당에서 향후 북핵에 대응키 위해선 전술핵 재배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며 북핵 보유를 합리화하는 꼴이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한국의 자체 핵개발을 막으면서도 북핵에 맞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데서 불가피하다. 마치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5개 회원국들에 전술핵을 배치, 러시아의 핵 공격을 막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이다. 4.26 ‘워싱턴 선언’에는 전술핵 재배치 대목이 반드시 삽입되었어야 옳다. 그러나 아쉽게도 빠졌다.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재고하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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