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심상정 전세사기 해법 두고 갑론을박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벌써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사망한 시점에서 정치권의 때늦은 대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중이다. 앞서 지난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의 전세사기 종합대책과 근거가 될 특별법을 발의하며 국회의 조속한 동의와 협력을 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대책의 실효성과 방법을 두고 여·야의 이견이 갈리는 상황. 이미 조치 속도가 늦었다면, 방향이라도 맞아야 한다. 

元 장관의 정부 대책 

앞서 원 장관은 2년간 한시적으로 유효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특별법 지원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 될 우려의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피해 임차인만 해당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원대상이 확인된 피해 임차인에게 매수·주거 희망 여부에 따른 주거안정 대책과 함께 긴급복지·신용대출 지원을 실시한다.

우선 임차주택을 매수하기를 원할 경우, 임차인 혹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경·공매를 유예할 수 있다. 또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해 우선 매수 신고 시 최고가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낙찰이 가능하며, 임차인의 희망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 매수권을 양도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조세채권 안분 사항도 포함했다. 만약 빌라왕과 유사한 경우로 100억 원의 세금을 체납 중인 피해 임대인이 소유한 주택 1000채가 모두 낙찰가 1억 원에 경매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현행제도에 따르면, 모든 주택마다 선순위 조세채권 100억 원이 반영돼 우선 경매되는 100채까지는 낙찰가가 전액 징수된다. 따라서 101번째 피해 임차인부터 보증금을 반환받는 것. 하지만 개선안에 따르면 선순위 조세채권을 모든 주택에 배분해 경매 낙찰 시에 주택 별로 1천만 원씩만 징수해 차액의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피해 임차인은 경·공매 낙찰 시 금융·세제 지원 혜택도 부여된다. 주택기금 구입자금대출 시 신혼부부와 동일한 기준의 최우대요건을 적용한다. 또 소득 7000만 원 이하일 경우 금리 1.85~2.7%의 금리를 적용받으며 거치기간도 3년으로 연장된다. 아울러 기존 임차주택 낙찰 시 200만 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면제하며 등록 면허세와 재산세도 3년간 감면한다. 

피해 임차인이 매수가 아닌 거주만 희망하는 경우의 대책은 다음과 같다.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주택을 경·공매로 매입한 후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해당 재원은 금년도 매입임대 사업 금액 6조 원을 활용한다. 만약 LH가 현 임차주택을 매입하지 못할 경우 인근의 유사 공공임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아울러 정부는 ▲생계비 지원 ▲신용대출 지원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확대 ▲처벌 강화 등의 대책도 발표했다. 또 특별법 시행 직전 2년 내 경·공매가 종료된 피해 임차인도 경·공매 완료 시점에서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요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 소급 적용된다고 밝혔다. 

허점 많다는 심상정

현재 야권에서 전세사기 대책 논의를 주도하는 정치인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다. 심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부터 깡통전세의 위험성을 지적했으며 올해 초부터 관련 법안의 발의와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담당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서 원 장관과 전세사기 문제를 직접 대면하여 논의한 사례도 많고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 

이전부터 심 의원이 주장한 경매 중단과 주택 공공매입, 피해 임차인 우선 매수권 부여, 지방세 징수 포기 등에 대해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사망자가 발생하고 여권 내부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되자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또 심 의원이 정부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한 조세채권 안분과 소급적용 여부도 지난달 원 장관과 심 의원의 논의에서 공감대를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심 의원은 정부 대책을 두고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으나, 실효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남겼다. 우선 심 의원이 원 장관의 대책 발표 이후 지적한 부분은 지원대상의 충족 요건이 과도하다는 점과 피해 대책의 핵심 사항인 정부의 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방식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심 의원은 정의당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6가지 지원대상 조건) 이를 다 만족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경·공매가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빌라왕 피해자와 같이 경매를 시도하지도 못하는 경우는 제외된다"라며 "피해자 지원이 아니라 피해자 선별에 초점을 맞춘 대책에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피눈물이 난다. 더불어 지원대상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은 관련 증빙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도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조건 중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는 특별법의 지원대상을 현재 여론화된 일부 사건에만 국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심 의원도 해당 요건의 삭제 및 개선을 촉구했다. 

또 심 의원은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첫째 이것이 피해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권 매입 후 경·공매 등을 집단처리하여 빠르게 진행하자는 것"임을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주택 거래 경험이 적은 젊은 층임을 감안할 때 정부 기관이 채권 문제를 집단처리 하는 것은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채권의 집단처리는 다른 법률지원 서비스로 대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원 장관은 이날 야권이 주장하는 정부의 채권매입 방안에 대해 "주가조작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피해의 경우에도 국가가 피해금을 반환해주고 이를 나중에 환수하는 제도는 있지도 않고, 이런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라며 반대했다. 

또 원 장관은 "미추홀구의 경우 선순위 근저당 때문에 경매를 해도 후순위 채권자들에게 들어갈 돈이 없다. (미추홀구는) 추심업체와 캠코의 현재 운영제도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까. 10% 이하, 최대 20% 이하의 평가액이 나온다"라며 "이 부분을 피해자들이 설명을 듣고 10~20% 매입가격을 주고 이 채권을 완전히 포기 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느냐, 피해자들은 그런 내용이라면 절대 반대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 의원 측은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차인들을 위해 다각도의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심 의원은 "(채권매입 방안의) 이름과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제도가 뜻하는 바(경·공매 집단처리, 후순위채권 피해자 지원)를 다른 형태로라도 포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심 의원은 "재난관리법에 따라 미추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규정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소액보증금 우선변제를 확대 적용하여 재난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보증금이 9천만 원이라 소액보증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우선변제를 못 받는 경우에도, 보증금 8천500만 원에 우선변제 2천800만 원이라는 현재 기준을 적용해서 재난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야의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달 28일 나란히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이번 달 첫 주부터 법안소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여·야가 채권매입 방식을 두고 견해차가 큰 상황이며 핵심은 전세사기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지 여부인만큼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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