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 빈자(貧者)에서 황족으로 키운 막후 실력자는 송영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좌),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좌),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거대 매표 정황이 드러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이 169석 야당을 뒤덮자, 지난해 6.1 지방선거 전후로 논란이 일었던 ‘이심송심’(李心宋心, 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통하다)이 재조명된다. 여권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의 오랜 밀월관계를 주목하며, ‘송영길 체제’가 극적으로 출범한 지난 2021년 전대 의혹의 심처에 이 대표가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송 전 대표 보좌관 박모 씨가 이 대표의 ‘성남시 라인’이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면서, 이른바 ‘송명일체(宋明一體)설’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에서 당내 비문(非文, 비문재인) 비주류였던 두 사람이 169석 거대정당의 수뇌부로 거듭나기까지 이뤄진 일련의 물밑 정치공조에 대한 재해석도 나온다.

매표 의혹 연루된 宋 보좌관 박씨, 알고보니 이재명 ‘성남시 라인’        
2021년 전대부터 작년 지선까지 이재명‧송영길 ‘공생일지’ 주목

“(이 대표는) 당연히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지 말아야 하며 특검 할 때만, 특검 수사에만 응하겠다고 해야 한다. 방탄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 출국을 한 달여 앞두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적극 방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 대표는 지난 4월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송 전 대표를 둘러싼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몰라요?”라고 논점을 돌렸다. 앞서 지난 4월 17일 대국민 성명을 내고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2021년 전대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고개를 숙인 지 불과 8일 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05.27.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05.27. [뉴시스]

野 전‧현직 대표의 여의도 공생일지

여의도 정가에서 ‘이심송심’으로 불리는 야당 전‧현직 대표의 ‘전략적 공생’에 대한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발단이 됐다.

당내 86운동권 맏형이지만 비주류에 속했던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 대표 선거에서 친문(친문재인)계 유력 당권주자였던 홍영표 의원을 0.5%포인트 차이로 신승(辛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과 달리 친문의 세가 두터웠던 당시 민주당에선 “예상 밖”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전대를 앞두고선 민주당 안팎에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 측이 송영길 캠프를 후방에서 밀고 있다는 후문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당 장악 이정표를 공유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원내 진입을 도울 것이란 말도 정설로 통했다. 

이후 송영길 체제에서 치러진 민주당 20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러한 가설들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현실화됐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되는 데 송 전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경선 개입설’이 상대 진영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했고, 이는 사실상 현 민주당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갈등의 발화점이 됐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랠리에 참여했다가 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표를 ‘무효’로 처리해 이 대표의 대선 출마를 적극 도왔다는 편파 논란이 일었다. 이 때 이재명 후보는 과반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이낙연 후보와 결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통상 절차와 다른 송 전 대표의 무효 결정이 이 대표의 대선후보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파다했다.  

이에 이낙연 캠프는 “특별 당규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재심을 요청했지만 송 전 대표는 “당은 분열됐을 때 군사 쿠테타가 발생했다”며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파경선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당시 한 친문 의원은 본지에 “이재명 후보의 여의도 진출 1등공신은 원류 측근인 7인회도 아니고 송영길(대표)”이라고 의문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밀월관계는 그 이듬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재차 부각됐다. 송 전 대표가 자신의 토착 지역구인 인천(계양을)을 사실상 이 대표에게 넘기면서다. 

이 대표는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고배를 마신지 불과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이 때 정가에선 이 대표가 정치적 고토인 경기 성남을 뒤로하고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의원 배지를 달자 “험지 기피” “사법방탄용” “지역구 세습” 등의 뒷말이 터져 나왔다. 이와 동시에 인천에서 지자체장과 5선을 지낸 송 전 대표가 돌연 지역구를 내려놓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의 재선이 유력시됐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데 대해서도 숱한 물음표가 달렸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돈봉투 의혹' 관련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이 22일 오후 생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돈봉투 의혹' 관련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이 22일 오후 생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매표 의혹 수사에서 윤곽 드러난 ‘이심송심’

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송 전 대표가 체류 중이던 프랑스 파리에서 탈당과 검찰조사 자진 출두 등을 골자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4월 24일 인천공항으로 급거 귀국했다. 현재 송 전 대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이지만 검찰 소환 시기는 미정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의혹으로 남겨졌던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각별한 관계’가 입증될 만한 연결고리가 검찰 수사망에 포착됐다. 

지난 4월 2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에 따르면 전당대회 매표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4월경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 모씨가 개입한 정황이 파악된 것. 검찰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3000만 원씩 2회에 걸쳐 전달된 불법정치자금 6000만 원가량이 박 씨의 손을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돈 봉투 의혹의 키맨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박 씨에게 돈이 전달된 과정을 보고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던 2014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성남시청 행정기획조정실 행정지원과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행정기획조정실은 이재명 성남시의 싱크탱크 조직이자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엘리트 그룹이다. 박 씨는 이 대표의 성남라인 핵심 멤버인 셈이다.   

그런 그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출마에 나섰던 2018년 2월 송 전 대표 보좌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돈 봉투 의혹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2021년 전당대회 이후에는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역임하는 등 송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중용됐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정무조정실장이었던 박 씨가 송 전 대표에게 경선관리를 제언하는 등 중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취재에서 “작년 경선 때 (박 씨가) 성남시에서 국회로 파견됐다는 말까지 들렸다”라며 “사실상 송영길‧이재명 지도부 출범을 주도한 막후 실력자는 박 보좌관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이 박 씨를 중심으로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를 잇는 연결고리까지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영남권 재선 의원은 “박 씨는 이재명의 사람”이라며 “박 씨 수사부터 거슬러 올라간다면 돈 봉투 의혹의 복마전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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