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공식 지정돼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새벽 0시,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정식 고시했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중 부산 이전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며 이로써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산은 부산 이전 행정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다만 한국산업은행법에는 본사 위치를 서울로 명시하고 있어 관련 법을 개정해야 이전이 가능하고 노동조합의 반대가 심해 부산 이전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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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2023년 1월 발표한 ‘2023년 주요 업무추진계획’을 통해 산은 부산 이전의 뜻을 명확히 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2022년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유사 공공기관 이전 원칙 방법을 조성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이전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산은법 제4조 1항에 의하면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 되어 있다.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조와의 마찰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과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지방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국회 앞에서 '국회 무시하는 산은 이전기관 지정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산업은행 사측은 어떠한 노사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부산 이전을 위한 내부 방침을 작성했고, 직원의 출근 저지를 피해 은행 밖 호텔에서 경영협의회를 개최해 날치기로 이를 통과시킨 후 금융위에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금융위는 본인들이 주관, 주무 부처임에도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산업은행 제출 문서에 '동의함'이라는 한 마디만 달랑 덧붙인 채 이전기관 지정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했고, 국토부는 유관 지자체 의견을 묻는다면서 '부산시'에만 의견 조회를 진행 중으로 수차례에 걸친 노동조합의 면담 요청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금산위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정절차에 대해 국회 등에서 지속해 강력하게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사측이나 금융위나 국토부나 모두 '대통령실의 압박이 너무 세다.' 등의 핑계만 댈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 이전에 관한 실제 절차 진행이 더딜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 금융 기관 유치전 가열

한편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규모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지면서 각 시도의 유치전에도 불이 붙고 있다. 지역의 정치력과 행정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돈다.

특히 강원도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 관련 기관과 대한체육회 등 32곳을 끌어온다는 게 강원도의 목표다.

전라남도 역시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를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전라북도는 농협중앙회 등의 유치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이 '공공기관이 2차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 이전으로 다른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역 국회의원들 또한 공공기관 유치로 표심 획득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특히 공공기관 지역 유치 시 지역민 30% 채용 조건이 있는 만큼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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