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도 걷기 나름...연구로 입증

[검증대상]
지난 4월 8일 'SBS 뉴스'는 미국 UCLA대학과 일본 교토대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하면서 중년층이 하루 8000보 이상 걸으면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한 1만보 걷기는 일본 기업의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알아봤다

[검증방법]
- 뉴욕타임스(NYT) ‘정말 매일 1만보가 필요한가요?’ 인용한 세계일보 기사
- 뉴욕타임스(NYT) ‘정말 매일 1만보가 필요한가요?’ 기사 (유료), 본문 캡쳐
-  미국 UCLA 연구팀 '미국 성인의 사망률과 일일 걸음 패턴의 연관성' 보고서 
-  '란셋 공공 보건 저널'에 실린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팀 보고서
-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

[검증내용]
매일 얼마나 걸었나 측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1만보 이상 걸어야 걷기 효과가 있고, 건강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SBS뉴스는 [하루에 '이만큼' 걸어야 오래 산다…연구팀이 내놓은 결과는?] 보도 당시 1만보 발언이 일본 만보기 업계의 상술에서 유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7월 8일 <Do We Really need to take 10,000 steps a day for our health?(건강을 위해 하루 1만보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보도에서 하루 1만보 목표는 일본에서 유래한 미신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NYT보도 내용 캡쳐
NYT보도 내용 캡쳐

NYT는 ”일본에서 지난 1964년 열린 ‘도쿄 올림픽’ 이후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이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는 한 시계 제조업체가 ‘만보계’를 대량 생산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문은 "만보계에서 1만을 뜻하는 ‘만’(万) 자가 일본 문자로 작성했을 때 걷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에 판매촉진 차원에서 만보 걷기를 홍보했을 뿐 특별한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은 건강이나 장수를 위해 하루에 약 1만보를 걸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내용은 세계일보가 인용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는 하루 얼마나 걷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중년층은 하루에 8000보 이상을 걸으면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이 발표한 '미국 성인의 사망률과 일일 걸음 패턴의 연관성' 보고서 에 따르면 2005~200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하고 일주일 동안 속도계를 착용한 평균 연령 50세인 성인 3101명의 데이터를 조사하고, 10년 뒤 사망원인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8000보 이상 걸은 날에 따라 0일, 1~2일, 3~7일 그룹으로 나뉘었다. 그 결과 8000보 이상 걸은 일수가 많을수록 10년 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낮아졌다. 평균 8000보 걸은 날이 일주일에 1~2일이면 사망 위험이 15%, 3~7일이면 17% 줄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8000보 걷기의 위력이 훨씬 컸다. 일주일에 단 하루도 8000보 이상을 걷지 않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40%로 높았지만 1~2일 이 목표를 채우면 사망 위험은 절반인 20%로 줄고, 3~7일인 경우 12%로 더 낮아졌다.

해당 연구의 결론은 하루 1만보는 장수의 조건이 아니라 8000보 정도를 걷는 사람이 4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등으로 일찍 죽을 위험이 절반이라는 분석이었다.
NYT는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 대다수 성인들의 하루 걷기량이 5000보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며 1만보 목표가 오히려 걸을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매일 충분히 운동할 수 없는 사람도 일주일에 1~2일 정도만 권장 걸음 수를 채워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국의사협회(JAMA) 협회지에 게재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3월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팀도 하루 6000보에서 8000보를 걸으면 고령층은  사망 위험을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성인은 하루 걸음 수와 심혈관 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젊은층의 심혈관 질환 유병률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뉴시스]
[뉴시스]

특히 기존에 활동량이 많지 않았던 고령층이 걸음 수를 늘리면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하루에 2000보 또는 3000보 정도 걷던 이들이 조금 더 걷는다면, 심장 건강에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6000보 정도를 걷는다면 8000보까지 조금씩 걸음 수를 늘리는 것이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60세 이상 성인의 경우 평균 6년 동안 심혈관 질병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에 더 많이 걸음 수를 늘리면 위험성이 점진적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지난 2022년 3월 1일 '란셋 공공 보건 저널(Lancet Public Health journal)'에 게재됐다.

2019년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 '고령 여성의 모든 원인 사망률과 걸음 수 및 강도의 연관성'에도 하루 4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700보 이하를 걷는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4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 5000보 이상을 걷는 이들의 조기사망 위험은 계속 떨어졌으나 그 건강증진 추세는 7500보에서 정점을 찍었다. 1만보까지 걷는다고 해서 건강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조사 결과인 셈이다.

[검증결과] 

따라서 '하루 1만보다 8000보 이상 걸으면 오래산다'는 가제는 사실로 판명된다. 특히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중등도 이상 걷기가 건강에 많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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