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마치고 국내 귀국했다. 미국에선 국빈대접을 받았지만 국내정치는 그만큼 호의적이진 않은 것 같다. 거야는 각종 쟁점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거나 통과시킬 예정이고 소수당인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 역시 방미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 여야 원내대표를 초대했지만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부터 만나야 한다며 거절해 사실상 여당 지도부만 초청했다.

510일이면 취임 1주년으로 소회를 밝힌 윤 대통령은 인내심과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화자찬 취임1주년은 안된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방미성과 설명의장은 그야말로 자화자찬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모순이다. 무엇보다 방미성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일본의 기시다총리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보면 초라하다.

취임1주년을 맞이해 국정쇄신과 청사진을 제시하기위한 첫단추로 개각이 언급되고 있다. 소폭이니 대폭이니 개각 규모를 두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지만 하긴 할 모양이다. 대통령실 개편과 정부부처 개각은 다분히 총선 때문이다. 내년 4월 출마를 하기위한 인사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메꾸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여당 내부는 인적쇄신도 중요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한만큼 대선공신들과 당에 대한 인사 배려도 기대하는 눈치다. 대선 끝난지 1년이 지났지만 대통령실이 정부부처와 준정부기관에 그 산하기관, 그리고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를 움켜쥐고 있어 적체가 심하다고 당은 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와는 달리 당 사무처에서 대통령실 인사수석실에 파견나간 인사가 없다보니 인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오리무중이라는 푸념이다. 전 정권에서는 당을 배려해 인사수석실에 당 사무처 직원이 파견돼 대선승리에 기여한 당내외 인사들 이력서를 챙기고 경력과 공과에 따라 인사를 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당 사람들을 인사수석실에서 배제시켜 이진복 정무수석실을 통해 이력서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인사수석실에서는 인사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차일피일 미루거나 가타부타 결과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올해 전정권 인사들이 떠난 자리가 100여개가 넘어서고 있지만 대선 공신들에 대한 인사는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당연히 당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인사검증을 해놓고도 자리를 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 나온다. 1년은 참았지만 더 이상 길어지면 누적돼 화약고로 변할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교수나 검사, 공무원들이 여의도 사람들보다 더 능력있고 사고를 덜 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해 믿고 따랐던 당과 그 주변 사람들을 계속 방치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선거는 집토끼를 기본으로 하고 산토기와 들토끼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집토끼마저 흔들린다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는 힘들다.

인사가 만사(萬事)이면서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사잡음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껴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정권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재 윤 정부는 인사를 더디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쌀과 보리와 돌은 인사검증을 통해 거르면 된다. 여의도 사람들과 당을 존중하고 귀기울여야 내년 총선에서 그나마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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