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이미 세수가 20조 원 이상 구멍 났는데도 선거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니 슬슬 정치권의 고질병이 도진다. 나라가 망하는 길이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병철 회장이 무려 28년 전에 정치는 4라고 단언했듯, “서 보니 한국 정치가 가장 낙후된 분야라는 박영선 의원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선거에 당선되고 다수당이 되는 것만이 정치인과 정당의 목적이 된 나라에 과연 어떤 희망이 있을까.

지난 문재인 정부는 나랏빚을 450조 원이나 늘려가며 퍼주기에 집착했다. 그런데 정작 문 대통령은 자신이 퇴임해서는 매달 1,500만 원씩 혈세로 공돈을 받으면서도 이웃에게 퍼주기는 안 한다. 기르던 개를 버리는 일도 모자라, 책방을 열어서 돈벌이에까지 매달린다. 며칠 만에 수천 권을 팔았다고 스스로 자랑한다. 참으로 비루하고 어이가 없다.

그가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되어서도 퍼주기에만 몰두한다. 살면서 땀 흘려 돈을 벌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화폐 감각 없이 마구잡이로 지출하는 습성이 있다. 이미 농지도 줄어들고 농부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년 1조 원을 퍼부어 쌀을 강제로 매입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농민 표를 노린 것이다. 청년에게 월 10~20만 원 수당을 주자는 법, 대학생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자는 법, 자기들 때문에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을 혈세로 메우자는 법, 기본소득을 주자는 법 따위에 온통 매달린다. 자신들이 여당일 때 정작 했어야 할 국민연금 개혁은 골방에 처박고 떠났던 정권 아니었던가. 비겁하고 얍삽하다.

수천억, 수조 원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런 습성은 국민의 혈세를 자기 돈처럼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내 돈을 쓰는 마음으로 세금을 쓰면 결코 수천억, 수조 원이 필요한 법안을 마구잡이로 낼 수가 없다. 이재명 대표가 자기 재산이나 집을 국민에게 내줬다는 소릴 들어보질 못했다. 오히려 국민 혈세로 공짜 초밥을 즐긴 부부가 아니었던가. 대선에 떨어진 날 방산주에 투자한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이다. 내년 총선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앞으로 선심을 쓰며 뒤로 국민 등골을 빼먹는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는 진작에 자신의 책 <안티프레질(antifragile)>에서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지 않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방식대로 살지 않는 좌파 인사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작년 10월 작고한 김동길 박사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집 한 채를 내어놓겠다는 사람은 못봤다고 조롱했다. 두 사람의 말이 하나같이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제 주머니 돈은 한 푼도 안 내놓으면서, 입으로만 공짜, 무상, 퍼주기 따위를 남발하는 자들의 위선적 행태는 참으로 눈 뜨고 보기 거북하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로마의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가 민중은 현자를 따라가지 않고 돈다발을 흔드는 사람을 따라간다고 한 말은, 한마디로 민중을 속물이자 우매한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그래서 표를 노리는 정치꾼들은 돈다발을 뿌리는 인기영합주의자가 되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거기엔 자신의 땀과 노력, 자기의 돈과 재산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로 민중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앞에서 흔드는 행위는 일종의 사기술에 불과하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政治家는 드물고,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政治들만 득실대는 나라는 누가 만든 것일까. 앞에서 돈다발 흔들고 뒤로는 호주머니 털어가는 야바위에 속지 말아야 한다. 민중이 속물이자 우매한 존재로 전락하면 정치꾼들의 노예가 된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호구와 다를 게 무엇인가. 롤랑 바르트도 자신의 책 <사랑의 단상>에서 노예란 누구인가? 그는 혀가 잘린 사람이다.”라고 적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혀가 잘린 노예다. 이젠 국민이 제대로 알고, 진실을 말해야 하며, 야바위와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달라지고 나라도 바로 서고, 국민도 희망이 있다.

맷 리브스 감독의 영화 베트맨(The Betman) 대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에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상처가 나은 뒤에도 남은 흉터에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스스로 견디고 맞서 싸울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위선적 선동꾼, 위선적 포퓰리스트와 맞서 싸워 그들의 가면을 벗기자. 그 길만이 대한민국과 미래 세대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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