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의원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결선투표까지 갈 거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했다. 네 후보의 득표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알음알음 알려진 사실을 놓고 봐도 낙승이었다. 이재명 대표로선 박광온 당선이 내키는 결과는 아니다. 이재명 체제 민주당에서 고장 났던 브레이크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선거전은 꽤 치열하게 이어졌다. 박광온 의원은 일 년 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이 밀던 박홍근 의원에게 패한 아픔을 안고, 재도전에 나섰다. 홍익표 의원은 지역구를 성동에서 서초로 옮기며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참이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대선 이전부터 노골적인 친명 행보를 이어왔고, 박범계 의원은 급작스럽게 출마한 이유를 모르겠다.

초반 판세는 재도전에 나선 박광온 의원이 우세해 보였다. 친명 쪽에서 마땅히 내세울 만한 후보를 못 찾고 있다는 말들이 들렸다. 홍익표 의원은 그런 친명 쪽에 바짝 다가서며 판세를 흔들었다. 한 때, 당내에서는 홍의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술렁거림이 있었다. 흐름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친명 쪽은 홍의원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고, 막판까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박광온 의원 당선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부터 이어진 거부 정서와 맞닿아 있다. 지난 2,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표로 과반을 못 넘겨 부결됐다. 민주당 안팎으로 압도적 부결을 확신했기에 친명 쪽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때 얼핏 엿본 민주당 의원들의 내심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다시 드러난 것이다.

박광온 체제가 순항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박 원내대표 체제를 흔드는 진앙은 당 안쪽일 가능성이 크다. 박 원대체제가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과의 관계에서 밀릴 일은 별로 없다. 실수가 많은 윤정권과의 관계에서 박 원대체제는 거대의석을 가진 공격수 역할이기에 실점보다 득점이 쉬운 상황이다. 박 원대체제는 이 대표 쪽과의 관계에서 시험대에 설 것이다.

선거결과가 나오고 나서 소위 개 딸들안에서는 박광온 찍은 수박 색출 주장과 이낙연 전 총리 쪽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윤 대통령의 회동 요청을 이재명 대표 먼저라면서 거절한 후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언제라도 터져 나올 불발탄을 안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반면, 박광온 의원이 당선되고 나서 민주당, 살아 있네라는 안도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내심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박광온 원대체제는 민주당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민주당이 더는 이 대표 중심으로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위축된 이 대표를 보완 또는 대체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친명 쪽 지원으로 당선된 원죄로 인해 원내 운영과정에서 독자적인 리더십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 출범을 기회로 상식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은 어느 개인의 방패 역할에 치중해서도, 극성스러운 일부 세력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승리한다는 정치의 상식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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