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사태” 太의원실, 고강도 업무에 보좌진 기피대상 지목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4.3 제주 사건 발언 등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 심판대에 오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유출되고 지역구 기초의원들로부터 쪼개기 형태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다. 여당 윤리위는 김기현 당 대표의 요청에 따라 기존 징계 사유에 논란의 핵이 된 ‘공천 녹취록’까지 더해 병합 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사실상 태 최고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에만 태 최고 의원실 직원 5명이 퇴직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는 녹취록 유출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여의도 정설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정치적 코너에 몰렸다. 잇단 설화로 당 윤리위 징계 대상에 오른 가운데, 태영호 의원실발(發)로 추정되는 ‘용산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녹취록’이 지난 1일 언론 보도로 공개되면서다. 

이에 국회 의원회관 내 여야 의원실 분위기도 흉흉하다. 최근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보좌진과의 회의에 앞서 ‘휴대폰 소지 금지령’이 일상화됐을 정도다.

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3일 본지에 “공천 녹취록이 터지면서 내부 회의에 휴대폰 지참을 자제해 달라는 지침이 떨어졌다”라며 “장시간의 회의 내용을 기록, 복기하려면 녹취가 필수인데 난감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첩첩산중’ 태영호, 정공법으로 활로 모색  

태 최고는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논란 수습에 나섰다. 최근 터진 일련의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하며 최고위 자진 사퇴 등 지도부 중도하차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를 겨냥한 일련의 악의성 보도와 억측, 가짜뉴스에 대해 제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용산 당무개입 녹취록 의혹’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한 언론에서 보도한 ‘후원금 쪼개기 의혹’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황당해 말이 나가지 않는다”며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서는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공천헌금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낸 후원금을 반환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태 최고를 향한 자진 탈당 요구는 물론, 출당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분출한다. 김기현 지도부도 부정 이슈에 강경 대처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에 태 최고에 대한 윤리위 병합심사를 요청하는 등 선을 긋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녹취록 유출로 태 최고를 바라보는 용산 대통령실의 표정도 좋지 않은 상황. 

여권 한 관계자는 “쪼개기 의혹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지만 녹취록만 놓고 보면 용산과 여의도 모두에 민감한 공천이 언급됐기 때문에 여당으로선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논란 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태영호 보좌진 ‘싱크홀’, 녹취록 유출 관련성은 

태영호 의원실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보좌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홍보‧수행‧행정 비서관, 입법보조원 등 5명에 대한 공개 채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채용공고는 의원실 홈페이지 공고게시판에 지난달 6일부터 27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게시됐다. 현재 9급 행정‧수행 비서관은 신규 채용이 이뤄졌고, 8‧9급 비서관과 입법보조원 등은 여전히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9급 홍보비서관, 8급 수행비서관, 9급 행정비서관 채용에 나선 시점은 태 최고가 더불어민주당을 ‘JMS’(Junk‧Money‧Sex, 쓰레기‧돈‧성)에 빗댄 비난성 SNS 메시지로 논란이 터진 직후부터다. 당시 태 최고는 보좌진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태 최고와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 사이에서 내년 총선 공천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는 소위 ‘공천 녹취록’의 유출 경로로 태영호 의원실 보좌진이 지목되면서, 일각에선 의원실 내부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증폭됐다.

신경민 전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녹취록 파문과 관련, “국회 보좌진이 회의를 녹음 한 것도 놀랄 일”이라며 “4월 한 달만 해도 태 의원실이 공개채용을 다섯 번이나 올렸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태 의원이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인물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의원실에선 녹취록 유출자를 색출하는 데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태영호 의원실 전·현직 관계자들한테 ‘왜 녹음을 하냐’고 물어봤더니 ‘태영호 의원께서 말씀도 많으시고 대북정책 관련한 발언을 많이 해 보좌진들이 그것을 빼놓지 않기 위해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 얘기를 들어보면 (의원실이) 굉장히 어수선한 상태인 것 같다”며 “지금 서로 의심하는 상황이고 (유출한) 보좌진을 특정하지 못해 보좌진 사이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더라”고 태 최고 의원실의 분위기를 전했다. 

본지 취재를 통해서도 태 의원실의 내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지난달 태영호 의원실에서 퇴직한 비서관 A씨와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에 “JMS 논란이 터진 직후 시점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A씨가) ‘답답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라며 “JMS 게시글 논란의 책임을 (A씨) 자신을 포함한 보좌진의 탓으로 돌린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복수의 여야 의원실에 따르면 태영호 의원실은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 최고 의원실 사정에 밝은 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태 최고가 북한 출신에 의정 경험이 짧다 보니 보좌진과 세세한 부분까지 상의한다고 들었다”라며 “보좌진 회의 빈도로는 여당 의원실 중 가장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4월 이전부터 다른 의원실에 비해 유독 보좌진 교체가 빈번하긴 했다”라며 “유독 야근과 회의가 잦은 의원실로 유명했기 때문에, 지난달 인력 펑크(공백)는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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