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등록금인상… 교육부 대안 없어
인상 물결 몰려오는 가운데, 대학 자체 ‘환불제도’까지 등장
흔들리는 동결 기조, 교육부 曰 “공식적 대안 아직 없다”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교육부]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교육부]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교육부의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국 193개 대학 가운데 86개에 이르는 대학이 등록금인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결 기조가 깨지며 고물가로 예견된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당장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민간 대학 분야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국·공·사립 4년제 대학 193개교 중 전체 44.6%인 86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 검토를 통해 밝혀졌다.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7개교(8.8%)였으며, 대학원생, 외국인 유학생 등의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69개교(35.8%)로 전체 3곳 중 1곳을 넘는다.

교육부는 지난 2월8일 “(교육부의)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등록금을 인상했더라도 그에 대한 새로운 제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국고로 마련한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다. 다만 현행법상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다.

지난해 고물가가 이어지며,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은 4.05%로, 부산 동아대학교 등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했다. 인상률 상한선에 근접한 4%대인 대학은 10곳에 달한다. 전주교대, 진주교대, 세한대, 서울신학대의 인상률이 4.04%로 가장 높았다.

각 대학 등록금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대학들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인상을 선택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 이에 따른 ‘등록금 수익 감소’와 ‘고물가’, ‘인건비 인상’ 등이다. 운영에 부담이 커진 대학들은 학비 인상 가능성을 이미 시사해왔다.

사실상 정부 주도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14년 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분간 고물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등록금인상을 선택하는 대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아대학교의 경우 올해 학부 등록금을 3.95% 인상해 국가장학금 20억 원을 지원받지 못하지만, 인상으로 추가로 얻게 될 수입은 50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부터의 지원보다 스스로 30억 원의 실익을 얻은 셈이다.

세명대의 국내 최초 ‘등록금 책임환불제’

등록금 관련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충북 제천 소재 세명대학교는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024학년도 신입생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에 만족하지 못해, 자퇴하게 되면 해당 학기 등록금을 전액 환불해준다.

교육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학생들에게 별도의 증빙자료를 요구하지 않을 예정이다. 세명대는 “최근 비수도권 대학 입학 인원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교육의 질’을 판단해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책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즉,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나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이다. 이와 관련 권동현 세명대 총장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혁신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계속 삐끗하는 이주호 장관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도 무기한 연기했다. 이 또한 대학 등록금의 문제로 예비교사와 교원단체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다. 교전원 정책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5일 올해 상반기 중으로 도입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정도로 강력하게 추진했던 정책이다.

이밖에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교육부는 사교육 전담팀을 10년 만에 부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교육비 종합대책 발표는 없다”라며 혼선을 빚게 했다. 이어 지난해 출범한 입시비리조사팀도 1년이 다 돼 가도록 소식이 없다.

등록금 동결 실패, 교육부 대안은?

일요서울 취재진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흔들렸는데, 이와 관련 마련된 대안 혹은 계획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교육부 대변인실은 “현재 공식적으로 정해진 대안은 없다”라면서도 “관련해서 예정된 계획도 없다”라고 전해왔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고물가 시대다 보니 인상 가능한 범위가 커졌다. 이에 사회적 비난을 받더라도 등록금인상을 택하는 대학이 늘어난 것”이라며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 (장학금 지원 등의 형태가 아닌) 등록금액 자체를 큰 폭으로 낮추고 교육비 부담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교육계에서도 “교육부 규제 완화와 장학금 지원의 형태가 아닌 실질적 재정지원 확대로 대학 환경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 교육부는 현재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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