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안팎 金·太 자진사퇴 최종 압박 카드 해석 대체적
김기현 지도부 위기론 의식한 정무 판단 숨고르기 의도?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당사를 나가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황정근)가 지난 8일 설화 등 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소명을 듣고 징계 심의에 착수했으나, 징계 수위 결정은 오는 10일로 미뤘다. 징계 대상자들의 추가 소명과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윤리위 징계가 순연된 데 대해 당 안팎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내년 총선 민심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징계 수위 결정을 1회차 회의에서 조속히 마무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최후 통첩성 유예 조치라는 해석도 뒤따르지만, 이해당사자들이 자신사퇴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아울러 일각에선 당 윤리위의 결정 유보에는 '정무적 판단'을 위한 시간벌기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기현 지도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만큼,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 조율에 나섰다는 것. 

황정근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9시경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게 "두 분 최고위원 소명 절차를 거쳐 징계 사유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관계를 좀 더 밝혀야 할 부분이 있어서 이틀 정도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회의 순연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 주장이나 의견에 부합하는 증빙자료가 부족할 수 있다. 진술서가 됐든 객관적 데이터든 기사든 자료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않으면 징계 수위를 정하는 데 애로가 있기 때문에 확인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윤리위를 앞두고 당 안팎에선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6개월 이상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을 경우 내년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최고위원 직 자진사퇴를 통해 징계 수위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김기현 지도부가 이들 두 최고에 대해 비판 입장을 내는 등 선을 긋고 있고, 윤리위 개최에 앞서 당 최고위회의를 두 차례나 생략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재원·태영호 최고는 이날 윤리위 소명에 전력을 쏟으며 당내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자진사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평이다. 이날 윤리위 회의 참석에 앞서 김 최고는 당내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했고, 태 최고는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9일 현재까지도 태 최고는 자진사퇴를 의미하는 소위 '정치적 해법'에 대해 미온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윤리위가 첫 회의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2차 회의로 최종 결정을 미룬 데 대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지금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면 늦었다"고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윤리위 징계를 속전속결로 처리했어야 맞다"라며 "(이준석 전 대표 윤리위 중징계) 전례가 있는데, 이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되면 뒷말이 나올 게 뻔하지 않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이미 논란화 된 문제만 해도 중징계 처분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징계 수위 결정에 따른 여러 파장도 윤리위의 추가 심의 판단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리위로선 (중징계로) 최고위 공석이 생긴 데 따른 여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계 수위가 최소 당원권 정지 3개월 이상만 되더라도 현 지도부는 나머지 최고위 3석에 의존한 절름발이 상태로 당무를 이끌어야 하는데, 중립 의무가 있다고 해도 이를 완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김기현 지도부는 대야(對野) 여론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꼽혔던 김재원·태영호 최고가 당원권 정지 이상 수위의 윤리위 징계를 받게 되면 동력 유실이 불가피하다. 만약 징계 최고 수위인 '제명'이 결정되면 당헌당규상 최고위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경징계 처분으로 사태를 봉합하기엔 여론 역풍이 부담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결국 윤리위가 징계 수위 결정을 앞두고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사실관계' 확인에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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