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조민성 변호사]

기간제 근로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큰 성과를 내 회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1년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퇴사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신과 함께 입사한 동료 B는 계약 기간이 연장되었고, 옆자리 C는 지난달 2년의 계약 기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는데, 자신만 계약 기간만료로 근로관계 종료 통보를 받았다. 이때 A씨는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바로 갱신기대권이다.

갱신기대권. 대부분 사람에게 생소한 말일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법원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 즉 갱신기대권이 있다면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기간제 근로자가 계속해서 근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보장하고,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갱신기대권은 모든 기간제 근로자에게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갱신기대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면 갱신기대권은 당연히 인정된다. 그러나, 그러한 갱신 규정이 없는 경우,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면,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때 갱신 규정이 없는 경우, 법원의 갱신기대권 인정에 있어 고려하는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채용 공고, 면접 등 채용과정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였는지

→ 명시하였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유리할 것이나, 그러한 사정이 없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 사업의 특성상 업무량 변화가 커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였는지 여부

→ 해당 사업장의 업무가 기간이나 상황에 따라 업무량 변화가 커서 이에 대응하여 유연한 근무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나, 반대로 그러한 사정이 없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지

→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평가 규정이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갱신 여부를 판단해 왔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유리할 것이나, 그러한 사정이 없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한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

→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의 과반수가 근로계약을 갱신 또는 정규직 전환되었다면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계약만료 또는 그전에 퇴사하였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 해당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상시적인지 또는 한시적인지

→ 해당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특정 기간에만 필요한 업무였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나, 상시적으로 수행이 필요한 업무라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 기타 사정(근로자가 정년을 경과하였는지, 근로자의 직무수행 능력 등)

→ 근로자가 정년을 경과하였거나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면 갱신기대권 인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은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해당 기간제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고려하는 요소가 많아 갱신기대권을 인정받기 어려워 보일지 모르나, 최근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갱신기대권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고자 하는 추세다. 기간제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다시 돌아와서, A씨라면 어떻게 갱신기대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먼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등에 계약갱신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한 사례를 근거로 들 수 있겠다. B는 근로계약이 연장되었고, C는 연장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또한, A씨의 직무수행 능력이나 업무가 상시적인 업무라는 점도 주장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A씨의 갱신기대권이 반드시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갱신기대권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기업의 업무 변동성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감소하고, 사용자의 경영적 판단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갱신기대권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도 각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재고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사용자는 이러한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주장할 수 있어야 하며,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자의 사정을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참조 판례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 9. 선고 2019누49986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9. 5. 16. 선고 2018구합4717 판결, 대전고등법원 2020. 7. 16. 선고 2020누10607 판결,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9두40680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9. 6. 20. 선고 2018구합523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7. 18. 선고 2019누30494 판결, 대전고등법원 2020. 7. 16. 선고 2020누1060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7. 18. 선고 2019누30494 판결. 

<조민성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소송 및 행정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 인천지방검찰청 세월호 국가소송 전담 ▲ 인천지방검찰청 국가배상심의회 인천지구심 간사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공익법무관 ▲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소송 담당 공익법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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