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철 오명 여전”…‘사장’ 경영 공백 불가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연이은 열차 사고와 미흡한 조직 운영 등으로 나희승 전 사장이 해임된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사내 감사위원회는 기관 운영 실태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내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실시한 철도 안전 평가에서도 코레일은 최하위인 'C등급'을 받았다. 일요서울은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일각에선 코레일 자성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만 사장의 경영 공백도 메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나희승 사장 해임 후 고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 직무대행 장기화 불가피
- '재발 방지 약속뿐'…감사위원회 기관 운영 실태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공개


본지가 입수한 감사 결과 보고서는 지난 3월 진행한 감사에 대한 결과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지난 4일 공개된 내용이다.

감사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에서 수행한 업무의 위법·부당사항을 바로잡고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기관 운영의 건전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이번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 대상부서 또는 수감자와의 공감대 형성과 업무 전반에 대한 문제점 발굴 및 개선 방안을 제시해 부서 운영의 건전성 및 효율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판단하고 실지감사 시 사실관계 확인 및 지적·개선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 후 확인서 등을 징구했으며 감사 결과 처분 요구에 대한 수용도 제고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 총체적 부실 지적, 철도 안전 평가서도 코레일은 'C등급'

감사위원회 시정 요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 노무 용역 퇴직급여충당금 정산 부적정 ▲A시스템 B사업 계약업무 부적정 ▲휴직자 보수 지급 부적정 ▲선급금 관리 및 운용 미흡 ▲산업재해 사고조사자 지정 부적정 ▲법정 교육 시행 부적정 ▲분할계약을 통한 수의계약 부적정 등 처분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다.

면밀히 보면 우선 코레일은 역사・철도차량 청소, 객차 비품・정비단・사옥 관리 등 총 5개 단순 노무 용역을 위탁 운영하면서 매월 기성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용역업체 직원의 잦은 이직 등으로 설계 인원 대비 부족하게 운영(이하 ‘결원분’)한 사실이 있음에도 일부 기간 발생한 월별누적 결원분과 퇴직급여충당금 등 정산을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해당 업무 본부장 등을 통해 설계 인원 대비 결원 인원에 대한 미정산 퇴직급여충당금을 환수하도록 '시정' 요구했다.

감사위원회는 산업재해 사고조사자 지정 부적정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였다. ‘안전보건관리규정’ 제8조(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따르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처장 및 각 지사장으로 한다고 돼 있다. 같은 규정 제9조(관리감독자) 및 제10조(안전관리자)에 따르면 ‘관리감독자’는 산업재해에 관한 보고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안전관리자’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 조사·분석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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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해당 업무 부서는 안전관리자가  산업재해 사고 조사 및 분석, 대책 수립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부서는 사고조사 및 처리체계를 통해 사고조사의 담당자를, 경미한 사고는 ‘지사 사업담당자’와 ‘관리감독자’, 중대한 사고는 ‘본사 사업담당자’로 ‘안전보건관리규정’과 다르게 지정했다.

이에 따라 감사 대상 기간 발생한 일부 사고 경우 산업재해 중 안전관리자가 아닌 사업담당자 및 관리감독자가 산업재해 발생 보고부터 원인조사, 분석 및 재발 방지대책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위원회는 “대표이사는 산업재해 조사 처리 시 원인분석 및 예방대책의 객관성 및 실효성 강화를 위해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따라 안전관리자가 시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분할계약을 통한 수의계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감사위원회는 ▲계약업무처리 규정에 따라 물품구매에 대한 계약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시기 바라며 ▲계약업무를 소홀히 한 담당자에게 '경고' 조치하시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직원들 처우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코레일 ‘임원 및 일반직 사원 보수 규정’ 및 ‘공무직 사원 보수 규정’ 제9조(휴직자의 보수)에 따르면 사원의 업무 외의 부상 및 질병으로 인해 휴직한 자의 보수는 지급하지 않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지사에서 업무 외의 부상 및 질병으로 휴직한 공무직 직원에게 급여 담당 직원 실수 및 ERP 시스템 오류 등의 사유로 보수를 지급한 바 있다.

이에 대표이사에게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휴직한 직원에게 잘못 지급된 직원 보수를 회수하시기를 바라며 ▲보수가 잘못 지급되지 않도록 지급명세 재점검 및 급여 관리를 철저히 하시기를 바란다고 통보했다. 해고 예고수당 지급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에게는 '경고'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 안전사고·경영책임 부담에 후보자 찾기 '난항' 관측도

코레일은 최근 발표된 철도 안전 평가에서도 22개 기관 중 최하위인 C등급을 받았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1일 2022년도 철도안전관이 수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코레일은 철도 사고가 2021년 48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늘고, 사상자 수도 32명에서 59명으로 증가해 사고지표에서 최하위 점수를 기록했다.

이 평가는 2018년부터 철도 운영·관리기관에 안전 최우선 경영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시행됐다. 올해는 1~4월 평가대상 기관의 사고지표, 안전 투자·안전관리 지표 등을 따져 A·B·C 등급을 매겼다. A등급은 90점 이상, B등급은 80점 이상-90점 미만, C등급은 70점 이상-80점 미만이다.


정채교 국토부철도 안전 정책관은 "수준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별로 맞춤형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며, C등급을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철도 안전관리 체계를 면밀히 검사하는 등 철도 안전관리 수준을 지속해 향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코레일의 새 수장 찾기도 쉽지 않다.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이 해임된 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사장 후보 모집 공고 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3월부터 새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 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했지만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못하고 있다. 관련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사장 모집공고도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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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코레일은 비상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2급 이상 간부를 휴일 비상근무에 참여시키는 등 안전 관리에 완벽히 하고 있다.

고준영 사장 직무대행은 “지난해 철도 사고로 국민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절대 안전’ 확보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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