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은 물론 국내에서도 독자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연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보다 김 여사가 언론이나 여론의 집중조명을 더 받는다고 평가할 정도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조용한 내조를 강조했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1년여만에 사실상 대통령의 국정동반자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김 여사가 국내외 일정을 소화할 경우 가는 곳마다 패션이나 언행이 화제를 모으면서 연예인 톱스타를 능가하는 셀럽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김 여사의 적극적인 행보는 사실상 미래 신세대형 영부인의 탄생이다. 대한민국 영부인상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로 상징되는 고전적 스타일에서 벗어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상징되는 퍼스트레이디상을 변화하는 것이다. 역대급 영부인상을 선보이면서 정치인의 아내가 아니라 독자적인 셀럽으로 떠오른 김 여사의 최근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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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김건희 여사 최근 광폭행보 눈길, 내조&셀럽 ‘12
- 주가조작 논란 속 독자행보 가속미래 신세대형 영부인 국정동반자
- 영부인 위상 강화에 시스템 재정비대통령실 제2부속실 부활 검토

김건희 여사의 활동폭이 커지면서 대통령실 안팎을 둘러싼 평가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 여사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역대 영부인과는 달리 야당의 집중 공세 표적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을 연일 부각시키면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를 두고 제기됐던 음해성 네거티브 공세 또한 인터넷이나 유튜브 공간의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여사의 광폭행보를 제도적 기반 내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시 말해 영부인의 일정과 활동을 담당한 제2부속실 설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 청와대에서는 영부인을 돕는 제2부속실이 있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대통령실 슬림화의 일환으로 폐지됐다.

내조형역대 영부인과 차별화적극행보 눈길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영부인상은 육영수 여사다. 단아하고 기품있는 외모에, 때로는 민심을 전달하는 청와대 내부의 야당 역할을 하면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이 때문에 역대 영부인들은 육영수 여사를 벤치마킹하면서 본인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표적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중심제이지만 미국의 경우 퍼스트레이디상이 우리와 정반대다. 내조형에서 벗어나 활발한 외조형이 대세다. 미국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여사, 미국인이 가장한 사랑한 대통령 존F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이었던 재클린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부인 미셀 오바마 여사가 대표적이다.

김 여사는 대한민국 역대 영부인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전통적인 내조형 스타일과 다르다. 튀는 언행을 마다하지 않고 대외행보를 즐긴다. 특히 공식 석상에서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하면서 치마, 스카프, 슬리퍼 등 크고작은 패션 아이템의 매진행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등 윤 대통령의 외교일정에서도 빛나는 조연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나토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방문 당시 구설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기간에는 과거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친을 만나는 등 7개의 단독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문화콘텐츠에 관심이 높았던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국빈방미 기간 중 글로벌 미디어그룹인 넷플릭스의 K콘텐츠 25억 달러 투자 유치 성공과 관련, 진행과정을 보고받으면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공에 적잖은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설 연휴 직전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 대구 서문시장 방문은 물론 국민의힘 여성의원을 초청한 한남동관저 만찬,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여성배우자 모임 워크숍을 가졌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김 여사의 현장밀착 행보가 윤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지지층 결집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접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4.25.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접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04.25. 뉴시스

, ‘권력서열 1순위김건희 집중공세

다만 여의도로 시선을 돌리면 김 여사는 그야말로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민주당은 기회있을 때마다 김 여사의 약속 위반을 비판한다. 이는 20대 대선이 한창이던 201212월 김 여사의 허위이력 논란이 불거졌을 때 김 여사는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또한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의 폐지와 영부인 호칭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박정희정부 때 처음 등장해 문재인정부까지 존속했던 제2부속실은 윤석열정부 등장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민주당은 연일 김 여사를 때리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시작한 김 여사 때리기는 스토킹이라는 혹평마저 나올 정도다. 팬클럽을 통한 사진 유출 논란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해외순방 시 민간인 동행 논란 대학원 동기 대통령실 근무 논란에 민주당은 융단폭격을 가해왔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 3월 이후 김 여사의 보폭이 커지면서 이를 집중 난타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반문하면서 권력서열 1위는 김건희 여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김건희 여사 사진의 집중 부각 남북자 가족면담에서 대북 강경의지 시사 동물권단체 회동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내 개식용 종식 등을 주장한 것도 꼬투리를 잡으면서 문제삼았다. 민주당은 특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미에 앞서 김성한 외교안보실장의 사퇴와 관련해 이른바 김건희 라인의 전면 부상이 아니냐는 억측까지 동원해 김 여사를 깎아내렸다.

김 여사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지난달 말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주당은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진상규명 특검 법안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검 법안을 국민의힘의 집단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신속처리안건은 국회 소관 상임위(최대 180)와 본회의 숙려기간(최대 60)을 거쳐 최장 240(8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12월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이는 김 여사에 대한 공세를 내년 422대 총선직전까지 장기전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이 그야말로 2년 넘게 탈탈 털면서 30차례 압수수색에도 기소하지 못했다는 점과 법원에서도 문제없다는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민주당이 숫적 우위를 앞세워 특검 추진에 나선 것을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과도한 공세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때리기와 관련해 와이프가 왜 설치냐' 이런 건 조선시대 꼰대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영부인은 철저하게 넘버2”라면서 “MZ세대 부부들은 남자·여자 역할이 없어진 지 오래인데 아직도 꼰대 생각을 갖고 여자 설치는 거 꼴보기 싫다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당시 김 여사의 행보와 관련, “김 여사가 실점한 것이 별로 없었다민주당이 계속 김 여사만 파고드는 것은 한 놈만 패자전략인 것 같은데 이제 거의 유효기간이 다 했다고 꼬집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와 관련, “미국 하버드대의 토머스 패터슨 교수가 퍼스트레이디를 1의 특별조언자라고 규정한 것은 공식 직함도 없는 대통령의 부인이 부통령이나 국무장관보다 더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며 이제 우리도 영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하고, 영부인도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폭행보 김여사 지원? 2부속실 설치 재검토

진관사 찾은 한일영부인. 뉴시스
진관사 찾은 한일영부인. 뉴시스

해외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대통령배우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 대통령리더십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1967년과 1993년 두 차례에 걸쳐 영부인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법안을 마련했다. 백악관에 6명의 행정보좌관과 8명의 비서를 합해 모두 15명 정도의 비서진을 뒀다. 반면 과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했던 청와대 내부 제2부속실은 5명 정도 직원들이 있었을 뿐이다. 미비한 법적 기반 탓에 한때 영부인 권력이라는 표현이 유행할 정도였다.

김 여사의 외부 공개활동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는 엇갈린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의 외부활동 호감도는 긍정평가보다는 부정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따라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해 김 여사의 외부활동을 제도적 틀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제2부속실 폐지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부속실에서 김 여사의 일정과 동선을 챙기지만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과 국내외 귀빈 접견은 물론 윤 대통령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다양한 정책분야에서 독자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바쁜 스케줄상 참석하기 힘든 일정이 있으면 김 여사만이라도 반드시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국내 주요 지자체나 단체의 참석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시장이 과거 광주비엔날레에 김건희 여사를 초청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 여사 또한 사회적 약자 배려나 돌봄은 물론 동물보호, 환경이나 기후변화 관련 행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배우자로서 필수적으로 소화해야 할 일정들이 존재한다면 제2부속실 부활을 통한 공개 지원은 필수적이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원로들의 의견도 유사하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원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1부속실에서 여사를 함께 관리하니까 일하는 사람들도 자꾸 여사를 동일선상에 놓게 되는 것이라면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제2부속실을 만들어 공적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역시 대통령 부인이 공식 활동을 통해 소임을 다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라면서 2부속실 등 제도화를 통해 관리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김건희 여사만큼 대중의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뉴스의 초점이 되는 대통령 배우자는 한국정치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면서 김건희 여사의 투명하고 공개적인 활동 지원을 위해 미국 백악관 등 해외의 선진 퍼스트레이디 시스템을 참고해서 폐지됐던 제2부속실을 업그레이드해서 부활시키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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