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은 국회 운영의 꽃이라고 불린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에 입주하고 나면, 국회는 가장 먼저 원 구성 협상을 벌인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각 당에 배분하고, 상임위원회에 몇 명씩 의원들을 배치할 것인가를 두고 협상을 벌인다.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각 당이 원하는 상임위원장 몫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에서 게이트 키퍼를 넘어 상원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정부의 예산과 결산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국회 운영과 대통령비서실을 다루는 국회운영위원장을 놓고 여, 야간 다툼이 심하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 선거 이후 최초 집회일에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최초 임시회는 임기개시 후 7일에 집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21대 국회도 역시 원 구성 시한인 62일을 한참 넘긴 722일에야 완료됐다. 다툼의 원인이던 법사위원장을 전반기는 민주당이,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맡는 것으로 정리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한, 이 합의는 2년 뒤에 다시 문제가 됐다. 야당이 된 민주당으로서는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했고, 뜬금없이 방송통신위원회를 관장하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행안부와 중앙선관위원회를 담당하는 행정안전위원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법사위는 2년 합의대로 국민의힘이 가져가고, 과방위와 행안위는 여야가 각각 1년씩 나눠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엄호하고, 방통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꼭 과방위원장 직을 가져와야 했다. 이 합의에 따라 과방위원장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행안위원장에는 국민의힘 장제원 위원이 확정됐다.

이렇게 과방위원장에 선임됐던 정청래 의원은 22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다시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장관직 등을 거친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맡지 않는 것이 관례로 지켜져 왔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된 정청래 의원은 관례라는 것은 바뀌고 깨지는 것이라면서 사퇴를 거부했다.

정청래 의원이 깨버린 관례란 무엇인가? 관례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 전부터 내려오면서 관습이 되어 굳어진 규범을 말한다. 이런 관례가 행위로 이뤄진 일들이 관행이다. 당 지도부가 상임위원장직을 맡지 않는 관례가 생긴 이유는 중요한 자리를 한 사람이 독식하지 않고 동료 의원에게 양보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런 관례와 관행을 과연 쉽게 깨버려도 되는 것일까?

국회 운영을 위한 국회법과 운영규칙이 있지만, 시시콜콜 다 규정하기 어렵기에 국회 운영은 많은 부분을 관례에 따른다. 관례가 있기에 국회 운영은 많은 부분이 여야 협상과 같은 정치의 영역에서 결론이 난다. 그런 까닭에 국회가 관례를 존중하지 않으면,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민주사회에서 관례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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