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박승배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박승배 변호사]

# A씨는 사업상 알게 된 지인 B로부터 본인이 사업 관련 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본인 계좌가 압류되어 있어 사용할 수 없다며 거래처 대금을 A씨 명의 계좌로 받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C로부터 돈을 송금받아 인출 후 B에게 건넸는데, 이후 계좌가 지급정지되었고 경찰서에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 D씨는 중국에서 알게 된 지인 E로부터 환전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D씨 명의 계좌로 원화를 송금받은 다음 위안화를 건네주었는데, 며칠 뒤 은행으로부터 계좌가 지급정지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알지도 못하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받았다.

위 두 사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계좌 명의인이라는 사정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경우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에 미치는 병폐가 매우 큰 조직 범죄로 분류되며 수사기관 사칭, 금융기관 사칭(대환 대출), 가족 또는 지인 사칭, 투자 사기 등 여러 가지 유형으로 계속하여 진화를 거듭하며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피해자는 피해를 보면 당연히 즉시 경찰서에 신고하고 권리 구제를 받아야 하나 범인에 대한 단서라고는 피해자가 직접 송금한 계좌 거래 내역 정도뿐인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아직 송금한 돈이 아직 계좌에서 출금되지 않았다면 바로 은행에 사기 이용 계좌의 지급정지신청을 함으로써 돈이 출금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로서는 사기 이용 계좌 명의인 또한 보이스피싱 본범의 공범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수사기관에서도 계좌 명의인을 사기, 사기 방조, 통장 대여 및 양도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혐의로 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사례와 같이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사실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어 곤혹을 치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좌 명의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송금을 받기는 하였으나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거나 정말로 알 수 없었던 경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약칭 :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의하면, 피해자가 돈을 송금한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는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급정지를 하게 된다(법 제3조 제1항, 제4조 제1항 각호). 그리고 금융회사는 지급정지를 한 계좌에 대하여 계좌 명의인의 채권에 대한 소멸 절차를 위한 공고를 요청하고 개시의 공고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하면 채권이 소멸하게 되는데(법 제5조, 제9조), 위 2개월의 기간 내에 계좌 명의인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 이를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위 사례와 같이 계좌 명의인이라는 사정으로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더욱 당사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지급정지 외에도 형사상으로는 사기, 사기 방조,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혐의를 의심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민사상으로는 피해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부당이득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장을 받고 대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위와 같이 억울하게 사건에 연루된 계좌 명의인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지급정지, 형사 고소, 민사 청구 3가지를 모두 받게 되면서 당사자의 정신적·경제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극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지급정지된 계좌가 평소 개인적, 사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계좌인데 지급정지가 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고충은 심히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도 위와 같은 무고한 계좌 명의인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정해 놓고 있다. 지급정지가 되더라도 ①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② 법 제9조에 따라 소멸될 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명의인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취득한 것임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법 제7조 제1항 각호), ③ 지급정지가 아니라도 다른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법 제8조 제1항 각호) 등이다. 다만 ③의 경우 단순히 피해자가 부당이득 등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소송이 계속 중이라면 지급정지 절차가 종료되지 않는다.

즉 사례에서처럼 무고하게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의심을 받고 지급정지까지 받아 고통을 겪고 있는 계좌명의인으로서는, 우선 ① 은행 등 금융회사에 소명자료와 함께 지급정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② 형사 고소가 되었다면 조기에 대응하여 증거불충분(혐의없음) 불송치결정을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③ 민사 소송에서는 단순히 부탁을 받고 돈을 전달하였다거나 환전 등의 명목을 위해 인출하여 건네게 된 것이라는 등 법률상 원인 없이 돈을 송금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피력하여야 할 것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의심을 받는 순간, 일반적인 사건보다 더 이목을 집중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무엇보다 당사자로서는 수사기관의 부름에 응하여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 것이 가장 부담이 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건이 복잡하다고 느끼더라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구제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일이 잘못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수록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받아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박승배 변호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민사법 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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