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청탁 수단이자 뇌물이 됐다?”

사진설명 :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자진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설명 :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자진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코인) 의혹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게임사들로부터 '에어드롭(Air Drop, 홍보성 신규 코인 무료 지급)' 형태로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인이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각종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으로 마약은 물론 도박 자금, 뇌물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경에도 코인
- 투자 광풍 속 법·규제 사각지대 수년째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코인 탄생 초기부터 뇌물이나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코인 발행과 거래 등이 대부분 익명으로 이뤄지고 거래 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보고에서도 코인 관련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최근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코인을 지급받은 인물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코인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리스트를 확보했다"며 "실제로 코인이 지급됐는지, 대가성이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 '퓨리에버코인' 1억 원 상당을 구매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3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듬해 초 퓨리에버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큰 손실을 보았고, 이경우 씨 등에게 피해자를 살인하라고 교사한 혐의(강도살인 및 강도예비죄)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코인은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 거래 수단으로도 보편화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2일 필리핀에서 성인용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속여 들여온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국내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했다.

아울러 범죄수익금 중 7억 원 상당을 코인과 필리핀 페소화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반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거된 이들은 2022년 2월부터 필리핀에서 성인용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속여 필로폰 등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7만9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17억8000만원 상당의 필로폰 535g, 합성 대마 476g, 엑스터시 167정, 케타민 163g 등을 압수했다. 현금 1400만원도 범죄수익금으로 압수했다.

이들은 마약 판매 대금을 가상화폐로 받아 추적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 신고액은 2017년 4674억 원에서 2021년 3조1,282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다단계 방식이 결합하면 피해 금액이 더 컸다.

- 규제 사각지대 놓인 '코인' 수면 위로 쉽지 않아

코인은 이처럼 부정 청탁이나 뇌물 등 범죄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관련법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해 언급만 될 뿐이다.

최근 들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 법제화에 속도를 낼 뿐이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을 의결했다. 이번 법안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 종목·동일 수량 보관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가상자산 거래기록의 생성·보관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법안이 과연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또한 해당 법안이 ‘깜깜이 상장’을 규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의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소 사건을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을 수사하는 형사6부(이준동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는 김 의원이 대량 보유·거래한 코인이다. 김 의원은 게임업계로부터 코인을 무상 지급받거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검찰은 김 의원의 코인 거래명세를 분석해 그가 대량 보유한 위믹스의 출처를 추적하는 한편 초과 유통과의 관련성 등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검찰, 김남국 관련 '코인' 흐름 집중 조사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고위 공직자의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6개 단체가 속한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재정넷)는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므로 실제 거래 내역에 가까운 취득원가로 등록하게 하고 보유한 규모와 무관하게 등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는 “정치권이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지만, 전수조사 없이는 법 개정 이전 보유한 가상자산의 규모와 거래 과정에서의 부패행위, 이해충돌 등에 대한 규명은 가능하지 않다"며 신속한 전수조사 착수를 거듭 요구했다.

위메이드 측은 장현국 대표이사 명의의 의견문을 내고 "당사가 국회의원에게 위믹스를 불법적으로 지원하거나 투자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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