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한 지 15년이 되어 간다. 10년을 일하고 5년을 더 일했다. 10년이란 기간이 중요하다. 재직기간 10년이 지나야 공무원연금 수령 대상이다. 2016년 법 개정 전에는 20년 이상 재직해야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최소 재직기간에서 단 하루가 빠져도 연금을 못 받는다. 연금 수령액도 천차만별이다. 납부한 기여금과 재직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시험을 쳐서 들어오는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국회의원 보좌관은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임용도 쉽고, 해고도 쉽다. 국회의원이 내키는 대로 임용하고,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할 수 있다. 기본적인 공무원 임용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국회의원 보좌관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연금수령이 가능한 재직기간 10년을 채우는 사람들이 드문 편이다.

일반직 공무원들은 임용돼서 30년 가까이 재직하고 퇴직할 때면 직급에 따라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 보좌진 중에서도 드물게 30년 가까이 재직하는 때도 있다. 인맥이 좋거나 전문성,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여러 의원, 여러 상임위를 거치며 국회의원회관 터줏대감으로 살아간다.

직업적 불안정성을 보상하려 그랬는지, 국회 보좌진은 일반직 공무원보다 급여가 센 편이다. 1호봉부터 시작하는 일반적인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직급의 가장 높은 호봉이 적용된 급여를 받는다. 보좌관은 4급 상당에 21호봉, 비서관은 5급 상당에 24호봉을 급여로 받는다.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각종 수당도 대부분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

보좌관을 포함한 국회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돕는다. 보좌진의 업무 영역은 참모와 시종의 영역에 걸쳐 있다. 보좌진은 의원의 상임위 활동을 돕거나 입법의 보조역할을 하고, 정치적 조언자, 조력자 역할을 한다. 여기에 머물렀으면 좋겠지만 항상 그늘은 있다. 드물지만 사모님의 쇼핑 가방을 들어야 할 수도 있고, 의원 가족여행에 운전대를 잡아야 할 수도 있다.

빛 좋은 개살구인 보좌관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국회의원과 기자 다음 서열에 위치한다. 국회의원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고, 기자는 국회의원과 동급이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을 위해서 일하고, 의정활동에 도움을 받으려 기자들 눈치를 본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국회의원과 기자는 고양이과에 속하고 보좌진은 생쥐 같은 설치류에 속한다.

최근에 모 언론에서 현직 보좌관을 일 잘한다고 띄워주는 기사를 냈다. 그 보좌관은 4년째 국회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중이라고 했다. 선거 빚 때문이라고. 조국 사태의 시작을 알린 특종기사도 그의 작품이라고 했다. 기사를 읽은 보좌진들은 그 보좌관이 걱정됐다. 의원 앞에 선 보좌관의 마지막은 다 그랬다. 얼마 뒤 그 보좌관이 잘렸다는 후속 기사가 나왔다.

어느 직종이나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법이다. 국회 보좌진도 직업윤리가 있다. 만약, 국회 보좌진의 직업윤리 규범을 제정한다면, 11항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 12항은 소속 의원에게 복무한다쯤 될 것이다. 이처럼, 보좌관의 정치는 의원에게 귀결되어야 한다. 그 선을 넘은 보좌관이나 옆에서 충동질한 기자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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