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김남국 의원이 60억원대에 이르는 거액의 가상자산, 이른바 코인을 보유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크고작은 악재에 당이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201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파문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메가톤급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여권발 악재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충수로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면서 탈출구 없는 미로에 갇혔다는 평가다. 이는 마치 문재인정부 시절 공정의 가치를 뒤흔들었던 조국사태와 거의 닮은꼴이다. 가난한 청년 정치인을 강조했던 김 의원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민주당도 내로남불이라는 바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난 여론 확산에 김 의원은 꼬리자르기식 자진탈당을 선택했고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파문 진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코인 게이트는 사실상 제2의 조국사태로까지 비화했다는 혹평마저 나오고 있다. 코인게이트로 길을 잃은 민주당의 분열 위기를 점검했다.

이재명 대표와 김남국 의원. 뉴시스
이재명 대표와 김남국 의원. 뉴시스

김남국 60억 코인보유 의혹 메가톤급 악재에 민주당 위태위태
- 내로남불 제식구 감싸기에 비난 봇물이재명 리더십 또 타격
- 국민의힘 융단폭격 속 민주당 일부도 내년 총선 위기감에 손절

민주당 내부의 분열이 심각하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김남국 의원에 대한 온정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다. 특히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마찬가지로 사건 초기 파문 진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로 내년 422대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해묵은 논쟁으로 당 안팎이 어수선하다. 최악의 경우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민주당이 분당 위기에까지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다. 손혜원 전 의원은 김남국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 구하기를 자처하며 신당 창당 의지를 내비친 것은 물론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창당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민주당 분당설을 단순한 찻잔속 태풍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김 의원의 코인보유 의혹이 가져온 후폭풍이 너무 거세다.

가난한 청년 아닌 코인 재벌여론 후폭풍

흔히 가상자산 또는 암호화폐로 불리는 코인거래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다만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경우 엄격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직무상 내부거래 정보 이용은 물론 이익단체의 로비 의혹에도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암호화폐의 일종인 위믹스코인을 80만여 개 보유했다. 이후 위믹스뿐만 아니라 다른 코인도 추가로 보유했다는 의혹에 파문은 끝없이 확산됐다. 특히 대중에 잘 알려진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아닌, 이른바 잡코인으로 불리는 김치코인에 거액을 몰빵한 점은 수상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고위 공직자의 코인 거래는 투명한 절차가 필수적이다.

김 의원의 초기 대응은 완전 실패작이다. 국민에 대한 사과보다는 위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공작이 아니냐는 식의 음모론을 부각시켰다. 이후 거듭된 의혹에 오락가락한 해명으로 신뢰를 잃었다. 김 의원은 코인의혹과 관련,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면서 제 정치생명과 전 재산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에 누구도 코인을 사라고 한 적 없다국가기관을 폄훼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해명에 많은 이들은 문재인정부 시절 공정과 상식을 뒤흔든 조국사태를 떠올렸다. 이는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이상거래를 신고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검찰 수사를 의뢰해서 이뤄진 일인데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강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 문제와 김남국 의원 문제의 비슷한 점은 국민적 정서를 건드렸다는 측면이라면서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지면서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면 국민들이 회초리를 세게 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의 코인투자 의혹은 민주당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김남국 의원의 코인투자 의혹은 민주당을 뒤흔들었다. 이는 지지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년 총선의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 지지율이 단기간에 급락했다. 30%대 박스권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추이 속에서 민주당의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지지율 추가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국갤럽의 52주차 정기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2%로 국민의힘(35%)보다 3%포인트 뒤졌다. 세부적인 지표는 더 암울하다. 직전 조사에서 31%였던 1829세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19%12% 포인트 급락했다. 아울러 30대 지지율도 42%에서 33%9% 포인트 내렸다.

사건초 진화실패 파문 확산이 대표 리더십 타격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등 코인게이트 조사에 나선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김성원 의원과 간사인 윤창현 의원 등이 경기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19. 뉴시스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등 코인게이트 조사에 나선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김성원 의원과 간사인 윤창현 의원 등이 경기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19. 뉴시스

민주당의 최대 실책은 사건 초기 신속한 진압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이면서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파문을 키웠다. 코인 의혹의 당사자인 김남국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이른바 7인회 멤버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았을 정도다. 이러한 인연이 작용해 제식구 감싸기로 이어졌고 이는 지도부의 늑장 미온대처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의 기획수사라고 강변했던 김 의원은 떠밀리듯 탈당했고 민주당 역시 지난 17일 뒤늦게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융단폭격을 쏟아냈다. 김 의원이 가난 코스프레를 했지만 알고보니 코인재벌수준이었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실제 김 의원은 정치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라면만 먹근다거나 구멍한 운동화를 보여주면서 본인의 궁핍함을 강조한 바 있다. 장동형 원내대변인은이와 관련, “가난한 척, 청년을 대변하는 척, 정의로운 척했지만 알고 보니 청년을 울리는 코인 재벌이라고 비꼬면서 김남국 의원의 투기로운 의원생활에 국민들의 분노가 끓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김남국 의원 같은 경우는 7인회 소속이고 대선 때 수행실장도 했다. 결국 이 꼬리들이 전부 다 몸통인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김 의원의 경우에는 자진사퇴를 하거나 또는 제대로 검찰이나 경찰에 조사받아서 제대로 진상을 밝혀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김남국 감싸기를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은, 정말로 김남국과 함께 남국 바다에 빠질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민주당도 사실상 손절 분위기다. 특히 김 의원이 국회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 청문회 도중에도 코인 거래에 나섰다는 사실에 아연실색이다.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은 주식 단타가 복싱이라면 코인은 UFC 정도 된다. 개장, 폐장 시간도 없고 상한가 하한가도 없다돈 놓고 돈 먹기 투전판인데 거기에 10억원 가까이를 묻었으면 어떻게 되나 보고 싶지 않겠냐. 올라가면 엔도르핀이 돌아 흥분될 것이고 떨어지면 걱정돼 낙담할 텐데 직무수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고 꼬집었다. 지도부 일원인 고민정 최고위원도 저도 상대적 박탈감이 순간 딱 느껴질 정도이니 아마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김남국 의원은 게임 머니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자신은 코인 투기를 했다. 입법권을 활용해 돈을 벌었다면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해영 전 의원 역시 현직 국회의원이 이름도 생소한 코인에 거액을 투자하고 심지어 국회 회의 도중에도 빈번하게 사고 팔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식 밖의 일이라면서 민주당은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에 신속하게 착수해야 한다고 장했다.

최측근의 도덕성 논란에 이 대표 리더십도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개적인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당 쇄신 차원에서 지도부 총사퇴론이 불거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사실상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허물고 재건축하려면 이재명 대표와 그의 맹종파들부터 물러나고 철거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미 당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응천 의원도 이재명 대표 체제가 되고 난 이후 당내 민주주의가 굉장히 약화됐다이 대표는 과감한 결단, 한 박자 빠른 결정 이게 필요하다. 아직도 좀 행정가로서의 때를 벗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류측인 친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대안 없는 지도부 총사퇴론은 당의 분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다.

친명vs비명 파열음내년 총선 앞두고 분열 조짐

더 문제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보유 논란으로 촉발된 계파갈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사태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 총선 전망에 위기감은 느낀 중도 성향의 의원들마저 비명계의 공세에 합세하면서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은 전면전 양상이다. 매일매일 설전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공중분해 직전의 봉숭아학당으로 전락했다.

물론 이번 사태와 관련, 김남국 의원과 가까운 일부 친명계 의원들이 방어에 나섰지만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코인투자를 하는 국민이 600만 명이 넘고, 코인 투자를 통해서 돈을 벌려는 청년들이 많은데 우리가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라고 얘기할 건가라면서 굉장히 마녀사냥하듯이 여론재판이 막 이뤄졌다고 옹호했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 일부는 이 대표가 농업 현장 간담회에서 수박 먹는 사진과 관련, 비명계를 뜻하는 수박을 처단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코인사태 이후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 중인 비명계를 정조준했다. 반면 대다수 의원들은 민주당의 부활과 쇄신을 위한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비명 강경파 일부는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은 몰론 직간접적인 사퇴 요구까지 쏟아내고 있다. 양측의 대립과 갈등은 한지붕 두가족의 완벽한 분열상이다.

계파갈등의 확산은 최악의 경우 민주당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 단일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관건은 친명계가 나가느냐, 비명계가 나가느냐 힘겨루기 정도다. 양측이 극적인 정치적 타협없이 총선국면까지 갈등 양상으로 간다면 남은 것은 당의 분열이다. 민주당의 역사는 극단적인 계파갈등 고조시에 분당이라는 경험을 한 사례가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이었다.

실제 민주당 외곽도 요동치고 있다. 우선 손혜원 전 의원이 깃발을 들었다. 손 전 의원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김남국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다시 이들을 살려내자고 주장했다. 손 전 의원은 해당 영상에서 김 의원은 내가 살린다, 총선을 기대해달라공천은 탈락된 것이다. 민주당에 기어들어가서 뭐하냐고 신당 창당 의지를 내비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창당을 예고한 만큼 민주당에서 이탈한 세력 일부가 제3지대를 둥지삼아 내년 총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현역 국회의원이 투기성 거래가 의심되는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매매했다는 점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조국사태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면서 국민적 공분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김남국 의원의 코인게이트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 전망도 극히 불투명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여야의 극단적 대결정치로 중도무당층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0% 안팎에 이른다친명계와 비명계 사이에서 공천 주도권 다툼이 해법없이 확산될 경우 민주당 외곽의 신당이나 제3지대로 눈길을 돌리는 세력이 나올 수 있다. 이는 2015년 이후 오랜 기간 이어져온 더불어민주당 단일대오의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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