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尹정부 국정과제에도 공약집에도 없어...이재명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검증대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서 청년 농업인들과 가진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게 “모든 국민이 아시는 것처럼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다”“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전혀 없는데도 공약을 어기고 국회가 처리한 간호법에 거부권 행사를 했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약 파기’로 규정했다. 본지는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한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살펴봤다.

[검증방법]

-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대통령직인수위원회)
- 윤석열 정부 120대 과제(정부)
-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책간담회 영상, 여성신문 보도(2022년 1월 11일자)
- 간호법 제정안 원문(간호법 1조‧5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공약’(公約) 사전적 의미(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증내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의료계 분열을 자아냈던 간호법 제정안을 결국 국회로 돌려보냈다. 양곡관리법(안)에 이어 2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발동한 것. 간호법안에 대한 국회 재표결이 이뤄지더라도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 통과되는 만큼 사실상 법안 폐기 수순이 유력한 상황.

이에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던 간호업계는 간호협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섰다.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공약을 파기한 결정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결정된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 안성에서 농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긴급 성명을 내고 “간호법 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다”며 “헛공약, 공약 파기 이런 것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윤 대통령의 결정을 전면 비판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판하는데, 간호법 제정안은 과거 윤 대통령의 발언과 전혀 다르다”라며 “간호사의 권익을 신장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것은 고쳐야 한다. 여기에 반대하는 의원은 누구도 없다. 간호사들이 새로운 특권을 신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간호사 처우 개선 취지를 부정한 것이 아닌, 간호법 일부 조항(간호법 1조 ‘지역사회’ 문구, 5조 간호조무사 자격인정)에서 의료계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데 대한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윤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간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사실이 있을까. 이에 본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과 대선후보 시절 간호사협회 간담회에서 한 발언 등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검증해 봤다.  

대통령 공약집, 정부 국정과제에는 ‘간호법 추진’ 내용 無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대통령 공약은 대통령 후보의 분야별 정책 추진안이나 국정 주요과제들을 선거 전후로 공식 문서화한 내용을 칭한다. 선거 전 정당 정책공약집에 담긴 각론이나 대통령선거 이후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정립되는 ‘국정과제’ 등을 대통령 공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민의힘(윤 대통령 소속 정당)의 정당정책집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을 살펴봤다. 여기엔 재정‧경제‧복지‧정치‧행정‧사법‧과학기술‧정보통신‧교육‧국방‧통일‧외교‧환경‧산업‧문화 등 총 15개 분야에 대해 크게 10개 항목으로 구분된 세부 정책안들이 수록돼 있다. 특히 당선인 공약집에는 전단형‧책자형 선거공보집과 선거공약서 등이 포함돼 있는데 본지가 이를 모두 살핀 결과 어느 항목에서도 간호법 제정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 7월 26일 공개된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도 간호법 제정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尹, 간호協에 간호법 협조 언급했으나 ‘공약’이라 단정짓기엔 무리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공약’(公約)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간호법 처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발언도 이러한 포괄적 의미에 입각한 주장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간호법 제정에 대해 언급한 발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호협회 홈페이지에는 현재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게시돼 있다.

해당 영상과 여성신문의 지난해 1월 11일자 보도 등을 살펴보면 이날 윤 후보는 대한간호협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에게 부탁 드리겠다”며 “(간호법이) 여야3당 모두가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위원들과 함께 공정과 상식에 비춰 합당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게 힘쓰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간호사분들이 당당히 근무할 수 있게,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서 ‘간호법 제정안 처리’를 약속한 대목은 없다. 간호사 처우 개선에 동의하는 만큼, 당선 시 ‘합당한 결론 도출’을 전제로 차기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이를 ‘간호법 제정 공약’이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검증결과]

분석 결과, 정당‧당선인 공약집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정부 국정과제 어디에도 ‘간호법 제정’과 관련한 공약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약이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로 확대 적용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합당한 결론’을 전제로 간호법 제정에 긍정적 스탠스를 보였으나 ‘간호법 제정안 통과’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 없는 만큼 대선 공약이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간호법 제정안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한 발언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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