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시효’ 사라진다…개정안 여야 앞 다퉈 발의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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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우리나라는 사형제도 존치국가일까. 사형제도 폐지국가일까. 글로벌 인권운동단체인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7년을 기점으로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그 이후로도 수차례 사형 선고가 내려졌고, 사형제의 위헌 여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사형을 선고 받고도 현재 생존하고 있는 최장기 복역수인 원언식의 형 집행 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사형 집행에 대한 논란도 다시 일고 있다. 

국제엠네스티, “대한민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
법무부, “피해자 유족 울분 국가가 무시할 수 없어”

형법 제77조(형의 시효의 효과)에 따르면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 또 형법 제78조는 ‘재판 확정 후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고... 기간이 지나면 완성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사형을 선고받은 복역수라 할지라도 법이 정해둔 ‘시효 기간’ 30년이 지날 경우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와 더불어 사형 선고 등에 대한 논란은 오랜 기간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사형 집행의 시효를 두고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그간 사형제도의 존치나 폐지 등을 두고 의견이 나뉘던 것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 현행법은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 되는 ‘형의 시효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1993년 사형 선고가 확정된 복역수에게는 2023년이 바로 30년 시효가 완성되는 해다. 국내에서 최장기 사형수로 복역 중인 원언식은 오는11월23일이면 형 집행 시효가 완성된다. 
그는 1992년 강원도 원주에 있는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15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던 방화 사건의 주범이자 가해 당사자다. 사건 이듬해인 1993년 사형이 확정돼 형의 집행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느 새 30년 시효가 채워져 가고 있다. 즉 사형 집행 면제 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 법무부는 고민 중

국내에서는 앞서 김영삼 정부에서의 사형집행이 현재까지 마지막 집행으로 기록돼 있다. 1995년 11월2일 지존파 일당 6명과 연쇄살인범, 유괴범 등 19명의 사형이 집행됐고,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여기에는 여의도광장 차량질주 사건의 주범 김용제를 비롯해 방화, 강간, 살인 등 강력범이 다수 포함됐다. 

당시 법무부는 “문민정부 출범 이전 범죄를 저질러 사형이 확정된 반사회적·반인륜적 흉악범 23명에 대해 사영을 집행했다”라며 “이는 1995년11월 이후 2년 만에 실시된 것으로 문민정부 출범이후 세 번째이며 1976년 이후 단일 건으로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를 끝으로 사형 집행이 국내에선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국제엠네스티는 2007년을 기준으로 10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구분했다. 국제엠네스티 출범이후 1977년 12월 처음 16개국이 서명하면서 시작된 국제사면위원회의 사형 반대에는 현재 120여 국가가 사형제 폐지 또는 법률상 폐지로 동참하고 있다. 

또 헌재 심판대 오른 사형제도

우리나라에는 ‘실질적’이라는 조건이 앞에 붙어 있다. 이는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된 사형제도의 위헌 관련 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도 사형은 구형되고 있고, 선고 결정 역시 내려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사형제도가 또 다시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다. 

지난해 7월 법무부는 헌재에서 사형제 존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법무부 측 대리인은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은 살 수가 없다”라며 “유족의 울분을 우리 사회와 국가가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1년 1월 사형제 존치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다만 집행 없는 선고를 두고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형법 개정안을 예고하고 나섰다. “살인죄 등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2015년 공소시효가 폐지됐으나, 사형이 확정된 사람의 집행 시효는 유지돼 공소시효 제도와 불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오는 23일까지 법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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