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 문의 물먹은 A씨 직격 토로

8월말로 예정됐던 청와대 및 내각 개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소폭 개편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인사 스타일관련 정치권이 재차 주목하고 있다. 한편 BPI(바른정책연구원) 출신으로 알려진 친이 직속 인사와 함께 일했던 A씨는 최근 청와대에 인사문의를 했다가 황당한 사건을 경험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한 지인이 “공신록에 없다”며 인사 청탁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우선적으로 손꼽은 공신록을 보면 구선진연대출신, 인수위 참석 여부, MB 대선캠프 활동 여부 등 크게 세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사에 준해 청와대 인사에 높은 가점을 받는다고 설명해 인사 문의를 포기했다.

A씨의 이력을 보면 17대 친이 의원실에 보좌관직에 있다가 BPI 출신 의원에서 다시 보좌관직을 역임했다. 이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부터 MB 캠프에서 근무했다. 인수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MB 대통령 만들기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인사다.

그러나 최근 졸지에 ‘백수’가 되면서 청와대 지인들에게 인사 문의를 했다가 다시 한번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함께 일했던 청와대 지인이 “인사 반영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그 배경을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공신록에 없다”는 냉담한 말을 들어야 했다.

공신록이라하면 책자 형식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인사들을 직능별, 소속별, 조직별 나눈 인명록 책자다. 청와대에 인사 문의가 들어오면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소책자인 셈이다. 특히 공신록은 청와대 인사시 예비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MB 공신들에게는 이름 석자 올리는 것이 꿈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공신록에는 크게 3분야로 나뉘어 대선 공헌도가 체크돼 있다. 가장 가점이 많은 분야가 구 선진국민연대 활동여부이고 두 번째가 인수위 활동 경력, 그리고 세 번째가 MB 캠프 활동 이력이다. 제일 마지막 단계 이력이 있는 그로서는 청와대 인사 명단에 오르기는 힘들다는 게 청와대 지인의 설명이었다.


공신록 하자 있는 사람 투성…인사검증 중요

그는 “공신록에는 음주운전 사고를 여러번 낸 사람, 돈 관련 문제가 있는 사람 등이 다수 있음에도 배제하지 않고 대선 기여도만 따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청와대 인사시 대선 기여도가 일순위로 된 것은 오늘 내일의 지적이 아니다. 임기초 장관 예비후보자들의 낙마한 경우 도덕성 문제부터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거짓말 사건’으로 낙마하기까지 인사 검증에 이명박 정권이 소홀한 예는 한 두건이 아니다.

특히 최근 김준규 신임 검찰총장 역시 우여곡절 끝에 임명장을 받았지만 ‘미인대회 심사위원 경력’, ‘위장전입’ 등 도덕적으로 흠결이 나타났지만 무사히 넘어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김 총장을 살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최근 MB 인사스타일을 보면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뤄왔다. 하지만 기본 인사 특징은 서울시 출신 등 친분이 깊은 인사와 그로부터 파생된 조직, 구 선진연대처럼 확실한 대선 공신그룹 위주로 인사를 해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백용호 국세청장 인사는 BPI 출신에 대한 신뢰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게 MB 캠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BPI 출신이 그동안 인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BPI 출신을 보면 백 청장을 비롯해 유인태 문화부 장관, 이달곤 행자부 장관, 강만수 국가경쟁력위원장, 안병만 전 미래기획위원장, 김중현 교과부 차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김우상 호주대사, 한국주택공사 사장 최재덕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 MB 정권의 보이지 않는 파워 그룹으로 승승장구했음을 알 수 있다.

A씨 역시 이 점에 대해서 인정했다. 그는 “600여명의 대학교수와 전문가로 구성된 BPI 출신들이 MB 정권에 인재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은 이미 대선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청와대 인사 때마다 BPI 출신들이 인사를 좌지우지 한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직동 출신, “17년간 인사빵꾸난 적 없어…”

한편 청와대 인사 스크린 문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시절에 만들어져 김대중 전 대통령 재직시절 사라진 사직동 출신 인사 역시 공감했다. 17년간 사직동팀에서 근무한 B씨는 최근 청와대 인사관련 “인사 스크린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며 “청와대 하명을 받아 주로 한 것이 장.차관 인사검증으로 그 당시만 해도 단 한반도 ‘빵꾸’난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청와대 인사스타일의 문제로 “크로스 체킹이 안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는 게 아니라 반대쪽의 의견을 들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직동팀은 총리실 공직 기강팀을 비롯해 민정, 사정기관, 국정원 등 다양한 인사 스크린 기관이 존재했지만 80%이상 고위직 인사 검증을 맡아왔다고 회고했다. 이렇듯 청와대 인사가 특정 외곽조직이나 싱크탱크, MB 친분관계, 대선 기여도 및 충성도가 좌우하다보면 언제든지 ‘제2의 천성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청와대 인사스타일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제도란?

인사청문회법 비대상자 검증 강화해야

첫째는 “인사청문회법”에 의한 법적으로 청문회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다. 2000년 6월 도입 당시에는 “국무총리, 감사원장, 헌법재판소 재판관(국회에서 추천한 3인만), 중앙선거관리위원, 대법관등” 국회의 동의를 요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공직자에 대해서만 했다가
2003년 1월22일 개정되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4'공직자까지 포함되었다.

둘째, “인사청문회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국무위원(부서장관)과 차관급 정무직, 산하단체장 등의 경우 청와대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추천회의에서 인선을 논의한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1천200여명의 정무직 인사 데이터베이스에서 후보자 리스트를 3-5배수로 압축한 뒤, 인사추천회의에 보고하고, 인사추천회의에서 논의를 거쳐 다시 후보자를 2-3배수로 압축해, 민정수석실의 검증 절차와 총리의 임명제청을 거쳐 대통령의 낙점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둘째의 경우 자주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공직자 인사검증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야에서 나와, “인사청문회법”과 관련 “국회법 개정” 논의가 항상 지적돼 왔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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