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은 1999옷 로비사건,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등에서 구속됐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2012동장 모임사건에서도 구속됐지만, 해당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결국 사법사상 초유의 기록인 ‘4번 구속, 4번 무죄라는 고통스러운 기록을 세운 셈이다. 그는 배를 갈라서라도 진실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진저리 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그를 수사했던 검사나, 유죄 판결을 했던 법관이 사과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형사보상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판정을 받더라도 육체적으로나 인격적으로 거의 사망에 준하는 고통을 당한 피해자에게 국가가 돈을 준들 100% 회복은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는, 수사와 재판을 잘못한 검사와 법관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는데, 왜 그들에게 직접적 배상책임을 묻지 않고 국가(사실상 국민 혈세)가 배상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안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대충 수사하고, 함부로 재판하는 행위가 근절되겠느냐는 것이다. 비록 소멸시효가 남아있다면 독자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직접 수사한 검사나 재판한 법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끔 보면, 과거 검찰이나 법원의 수사와 재판에 대한 재심청구 결과 국가가 천문학적인 돈을 배상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윤미향의원 남편 김모씨 역시 이른바 남매간첩단사건과 관련해 20175월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 19,000만 원을 받았고, 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해서 20187월 배상금 8,900만 원을 받아 합계금 27,900만원을 받았다. 과거 민청학련사건 국가배상 금액은 6324,950만 원이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4972,2966,000원이다. 이들 두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금 합계만 1,1297,2466,000원에 달한다. 수사한 검사나 재판한 판사는 10원도 부담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당시 수사를 했던 검사나, 재판을 했던 법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인가. 이러니 아무리 수사나 재판을 엉망으로 해도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35년 형을 구형했던 검사의 기개(氣槪) 또는 만용(蠻勇)을 돌아보면, 언젠가 또다시 막대한 배·보상금을 아무런 잘못도 없는 국민이 혈세로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불법행위가 있어야만 배상에서 면책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고의 또는 과실로 수사나 재판을 잘못한 공무원인 검사와 법관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검사와 법관도 잘못된 수사와 재판에 따른 형사상, 민사상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사법 정의가 바로 선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공소장 한 줄, 판결문 한 줄이 갖는 무게를 무시하고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공기업 임원들이 내부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사업을 독단으로 강행하여 손실을 끼쳤을 경우 반드시 그 책임을 끝까지 물어 배상토록 해야 한다. ‘낙하산으로 임명받고 내려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저런 사업을 저질러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도 나 몰라라하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행태에 제동을 걸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래야 처음부터 전문성도 없는 자를 마구잡이로 임명하는 행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잘못된 수사와 재판, 엉터리 행정행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잘못을 저지르는 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세금으로 대신 보상하고 배상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혈세는 그런데 쓰라고 내는 것이 아니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검사와 법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만 배상 및 보상의 주체로 존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아무리 세월이 오래 지나도 국가는, 원인 제공자에게도 보상이나 배상의무를 부과해야만 한다. 그게 진정한 정의요 공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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