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총집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김기현 대표와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한덕수 총리 외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내 고인을 추모하고 비공개 메시지를 통해 유족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20228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도 여야가 집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어서는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실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 역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 김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두 진보진영 출신 대통령 추도식은 업적을 기리면서 진보 지지층 세결집의 장으로 활용됐다.

특히나 지금처럼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리더십 부재인 상황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향수는 절실하다. 잠시라도 옛 향수를 자극해 현실에서 도피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처럼 성대하게 추도식을 진행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그나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식이 있지만 진보진영은 참석하지 않는 반쪽짜리 추도식이다. 지난해 1022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대통령 생가 역사자료관 잔디공원에서 박정희 대통령 서거 43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에는 30여 개 단체, 3천여 명이 모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부방대 총괄대표)와 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구미을), 이재봉 전교모 공동대표가 추모사를 했다. 애국단체들이 주를 이뤘고 민주당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1026일 서거 일에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구자근(구미갑김영식(구미을임이자 국회의원(이상 국민의힘), 황교안 전 총리, 파독광부·간호사 대표단 등이 함께 했을 뿐이다. 당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고 해도 진보진영 DJ.노 전 대통령 추도식 분위기에 비하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과 당선된 이후 박정희 전 생가를 방문하고 추모하면서 주목을 받긴 했지만 당장 추모관 건립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진보진영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영웅화 작업을 통해 지지자들과 결속을 다지는 동안 보수진영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졌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에 비해 먹고 살만한인사들이 많은 보수 진영은 절박함과 역사성이 약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과 박민식 보훈처 장관 후보자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재평가 작업에 나서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에도 건국절 논란 등 이승만 전 대통령 영웅화 작업이 추진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분이다. 박 후보자는 이승만 출생 1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승만 기념관건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왔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공과가 있다. 보수건 진보건 자신들의 진영에서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그에 따른 공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책무다. 정치적 위기 때 돌파용으로 활용해선 안된다. 특히나 보수진영에서는 그동안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진보진영에 끌려 다녔다. 이제 보수출신 대통령에 대한 공과를 확실하게 국민들과 지지층에게 알려줄 때가 됐다. <편집국장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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