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巨野)와 맞짱 뜨는 한동훈의 '흥행력' 
유시민과 기시감...신당 창당의 흥행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황색 아큐리 머플러는 정치권의 무색 정장 일변도에서 유독 더 선명해 보인다. 한 장관은 독특한 국무위원이다. 야당 의원들을 상대할 때 감정 실린 표정과 말투를 숨기지 않는다. 한 장관의 개성을 두고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과 오만함을 느끼는 사람이 갈린다. 정치인의 무색무취는 곧 직무 유기란 말도 있다. 확실한 적 없이는 우군도 없다. 이미 꽃다발로 가득한 출근길에 나서는 한 장관은 준비된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꽃을 든 장관 , 한동훈

지난 5월 1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한 장관의 출근길은 꽃다발로 가득했다. 이날 한 장관은 "응원해 주는 분들뿐만 아니라 비판해 주는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겸손과 동시에 자신의 체급을 키워 준 공격들에 대한 의미심장한 인사로도 읽힌다.

이날 한 장관의 지지자들은 '21대 대통령'이란 문구가 적힌 꽃바구니를 보내기도 했다. 또 이날 눈에 띄는 것은 지지자들이 법무부 입구에 설치한 축하 배너다. 배너에는 한 장관이 좋아하는 책으로 알려진 허먼 멜빌의 '모비딕' 속 문장이 적혀있었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라는 구절이다. 이 문장은 한 장관의 지론인 용기에 관한 말이다. 진짜 용기는 거대한 고래와의 사투 같은 위기 속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즉 소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지난해 8월 19일 신임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장을 소개했다. 이날 한 장관은 "아까 말한 것처럼 자기 소신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실력이 필요하다"라며 "검사로서 인생이 초라해지는 건 소신을 가지고 관철했는데, 답이 틀렸을 때다. 그러면 정말 우스워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소신과 실력은 12000명의 팬클럽이 그를 지지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한 장관의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는 2020년 7월 30일 개설됐다. 한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 정권 초기 '화양연화'를 보내고 4번의 좌천을 겪던 암흑기였다. 

지난해 8월 31일 월간지 '신동아'는 위드후니의 매니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그가 말한 팬카페를 만든 계기는 한 장관과 채널A 기자와의 '검언유착' 의혹이다. 그에 따르면 개설 당시 회원 수는 200명이었으나, 앞선 사건과 관련 한 장관의 압수수색 중 일어난 독직폭행 사건으로 회원 수가 400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한 장관의 매력은 소신이다. 당시 그는 "한 장관이 검사장이던 시절, 채널 A 기자와 나눈 말을 녹취한 음성파일을 듣고 나서 그의 팬이 됐다. ‘한 검사장은 공직자로서 소신이 분명하고 꼭 해야 하는 말을 용기 내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바와 같이 한 장관을 지지하는 다수의 회원들은 해당 녹음파일에서 '공직자 한동훈'의 진가를 봤다고 말한다. 국민들은 공직자의 앞과 뒤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직접 눈과 귀로 경험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떠올려보자. 정치권의 금권 선거는 비일비재한 일이고 새로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JTBC'가 보도한 돈봉투 의혹 연루자들의 녹취록 속 대화는 불쾌하다. 부패 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묘사된다. 

반면 한 장관은 당시 녹취록 속에서 "사회가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중요한 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의 말은 비록 사담일지라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수사라는 평가다. 정치권에는 보좌진이 열심히 만든 질의서도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 장관에게 지지자가 생기는 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다. 

답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답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스타장관' 인기몰이 보증수표 

한 장관이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시기라고 말한 시간은 새옹지마가 돼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는다. 한 장관은 전임 정권과의 대결 속에서 핍박받은 검찰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됐다. 이렇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거취로 쏠렸다. 

검찰 내부 요직을 맡을 것이란 해석이 분분했지만, 윤 대통령은 조선제일검의 거취로 법무부 장관직을 선택했다. 한 장관의 임명은 검찰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처리한 과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무력화하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이다. 현재 한 장관의 정부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고려하면 그는 정권 동일체로 불릴 만하다. 

이렇다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한 장관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국민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한 장관의 모습은 싸움꾼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개 한 장관에게 정권의 약점 혹은 의혹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미 민주당 의원들의 인식 속에 한 장관은 일반적인 국무위원이 아닌 정권의 대변인으로 각인됐다. 

다만 한 장관도 적당히 대응하지는 않았다.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뛰어나지만 분명 감정적인 모습이며 이를 숨기지 않는다. 아울러 한 장관은 상대방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톡 쏘는 말을 잘하는 재주가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6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을 먹냐"라며 "왜 이렇게 깐족거리냐"라고 한 말은 민주당 의원들이 느끼는 바를 잘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도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묻는 이가 공세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답변에 충실했다. 지난해 7월 25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나눈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토론이나 지난 2월 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주고받은 비동의 강간죄에 대한 토론이 그 사례다. 

그럼에도 한 장관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에는 언론의 역할도 한몫한다. 한 장관은 조회 수 보증수표다. 'SBS 뉴스' 유튜브 채널이 업로드된 한 장관의 취임식 영상의 조회 수는 167만 회를 기록했다. 딱딱한 국회 본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도 그가 출석하면 100만 조회 수를 넘기기 일쑤다.

특히 한 장관의 대표 상품은 유튜브 '쇼츠'다. 민주당 의원들의 터무니없는 질문에 대한 한 장관의 격한 반응을 담은 짧은 길이의 영상은 시트콤 클립을 보는 듯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4월 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장관이 출연한 쇼츠는) 각자 다른 버전으로 한쪽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편집된 버전 하나는 편집돼서 하는데 이게 그다지 뭐 큰 확장성이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지난 4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장관의 쇼츠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본인들이 호통 치는 장면만 딱 편집해서 유튜브에 쇼츠 같은 걸 많이 올린다"라며 후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여·야 모두 한 장관과의 설전을 두고 지지자들의 '사이다'로 사용하는 것은 양극화된 작금의 정치를 잘 나타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검증의 책임론

한 장관도 1년 간 숱한 싸움을 벌여 온 이상, 생체기 하나 없이 멀쩡할 수는 없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경 한 장관에게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가짜뉴스로 밝혀지며 망신을 당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만나 설전을 벌였으며 이날 김 의원이 손을 덜덜 떠는 장면이 포착돼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이날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실패한 쪽은 한 장관이다. 당시 민주당은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를 두고 한 장관에게 인사검증 실패 여부를 질타했다. 이날 김 의원은 정 변호사가 2011년 대검찰청의 부대변인이었다고 지적했으며 한 장관은 아닐 것이라고 응수했지만 김 의원의 말이 맞았다. 

한 장관이 법무부의 수장으로 있는 한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론은 지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담당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정수석실의 폐지를 공약했고,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이관해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했다.

현재 정부의 인사검증은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마치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을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민정수석의 역할까지 행사하는 것은 권력의 과도한 비대화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6월 30일 한 장관은 FBI의 선진 인사검증 체계를 배우기 위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을 만난 바 있지만, 정 변호사의 낙마 사태 당시 민주당은 한 장관이 FBI를 방문한 성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치적 상상력; 신당창당 '흥행카드'?

한 장관을 향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매우 높다는 반증이다. 특히 여권 내부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수도권 출마론이 퍼지기도 했다. 한 장관은 한 번도 출마에 대한 암시를 한 적이 없지만, 그의 정치적 행보는 숱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한 장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한 장관의 출마론이 가장 뜨겁게 부상한 시기는 국민의힘의 지난 3.8 전당대회 기간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임에도, 부실한 내부 경쟁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대통령실의 당 대표 후보 교통 정리 과정을 감안해도, 여권의 총선을 책임질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대패한 수도권을 수복할 적임자가 없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입장에서 세련된 감각과 엘리트 이미지를 보유한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수도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 

현재는 한 장관의 출마론이 점차 잦아드는 모양새다. 이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 한 장관을 제외한 법무부를 상상하기 힘든 측면도 존재한다. 한 장관은 법무부의 업무 확장 임무를 맡고 있다. 현재 법무부는 이민청 신설과 교정직 처우 개선 등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산더미다. 또 법무부 차원에서 주력하는 한국형 제시카법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의 입법 과제에 주력하는 데에도 한 장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 

아울러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 온 한 장관이 전업 정치인으로서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도 제기된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타 정치에 입문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10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는 증거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법절차처럼 선악 구분의 세계가 아니고 선악이 공존하는 아수라판"이라며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대성을 못 하는 이유도 바로 그 곤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요는 충분한 이상 중요한 것은 한 장관의 의지다. 한 장관은 능력이 있는 만큼 권력의지만 충분하다면 선택지는 고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거취를 두고 국회가 아니라 국무총리 혹은 서울시장 출마를 거론하곤 한다. 

조금 더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에 기수로 뛰어든 한 장관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의 정계 개편론은 지속해서 거론됐다. 특히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존재는 창당론의 주요한 근거였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그와 악연이 깊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한 장관은 유 전 이사장과 공통점이 많다. 스타 장관임과 동시에 당대의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의 한 장관은 운동권 세대를 대체할 X세대 대권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라며 "당시 열린우리당도 안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창당했다. 그리고 당 총재를 중심으로 한 가신 정치를 쳐내고 새로운 세대의 정치를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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