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도덕성 리스크’ 수직상승...이재명 ‘친명 DNA’ 심어놓고 연말 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167석 거야(巨野) 지도부가 풍전등화에 놓였다. 지난 4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시작으로 최근 김남국 코인 사태, 지금은 민주당을 탈당한 지방의회 인사들의 성추문에 이르기까지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다. 특히 ‘흙수저 청년정치인’을 브랜드로 삼았던 김남국 의원의 천문학적 가상자산 논란은 청년층의 상실감을 자아내며 지난해 정권교체의 지렛대가 된 ‘조국 사태’와 동일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재명 지도부가 탈당 인사들에 대한 강경 조치를 머뭇거리는 등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한 데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그나마 당 급속 쇄신을 주장하는 당내 직언의 목소리도 이른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등살에 짓눌린 상태다. 거대야당이 존립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위기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등 일각에선 현 지도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기 일보 직전이다. 분당(分黨)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난맥이 지속될 경우 총선 본시즌에 돌입하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돌연 백의종군하며 출구전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각종 사법리스크와 도덕성 논란에 휘청거리고 있다.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종시의회 의장을 맡았던 상병헌 의원이 동성 동료 시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부천시의회 박성호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 동료 여성 시의원 두 명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해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고소되면서 기름을 끼얹은 것.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권발 성추문이 재차 점화되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상병헌 세종시의장에 이어 박성호 부천시의원까지 이쯤 되면 민주당발 성비위 계보는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전염병”이라고 고강도 비판을 냈다.   

김남국 폭풍에 ‘野 성추문 계보’ 연장까지...민주 정당성 파괴 

김남국‧박성호 의원은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구체적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황급히 당을 나간 뒤 두문불출이다. 본지는 지난 5월 23일 박 의원의 입장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는 도의적 처세가 아닌 출당‧제명 등 당 차원의 중징계 처분과 비판 여론을 우회하기 위한 일종의 면피성 행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에선 최근 한 달여간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탈당한 전‧현직 인사만 5명이다. 김 의원과 박 시의원을 비롯해 2021년 전대 돈 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다. 덕분에 민주당의 의석수도 167석으로 줄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을 나간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차치하더라도, 탈당이 사실상 임시 도피처로 악용되는 모습에 야당을 향한 눈총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야권 원로계 일각에선 “민주정당의 정체성은 노무현 체제 이후 대가 끊겼다”는 자조 섞인 체념도 나온다.  

이는 민심 지표로 즉각 반영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23~24일 이틀간 진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 주요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33%(비호감 58%), 민주당 30%(비호감 60%)로 나타났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오차범위 내 수준이다. 

그러나 전주 조사에서 여당의 비호감도가 민주당보다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김남국 코인 사태’ 및 민주당 소속 지방의회 인사들의 성추문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와 호남 지지율이 전주 대비 각각 10%포인트, 8%포인트씩 빠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중대 위기에 ‘이재명 퇴진’ 내부 집단반발 가능성도  

비명계 일선에선 당 지도부를 강력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소장파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당이 처한 위기상황과 관련, 리더십에서 그 원인을 찾으며 현 지도부의 해산과 이 대표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5월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최근 탈당한 윤관석‧이성만‧김남국‧박성호(부천시의회) 의원 등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탈당 인사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 없이 이대로 유야무야 상황을 묻고 넘어간다면 내년 총선은 절망적”이라며 “탈당한 인사들이라고 손 놓을 게 아니라, 적어도 복당을 불허한다는 메시지라도 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지도부 총사퇴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지...”라고 말 끝을 흐렸다.   

이렇듯 민주당 비명계 사이에선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수직상승하는 모양새다. 복수의 야당 의원실에 따르면 평소 강성으로 알려진 일부 비명계 의원들의 입에선 지도부 해산 촉구 단체행동까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패배는 당 차원의 궤멸적 타격은 물론 의원 개개인의 정치생명 단절과도 직결되는 만큼, 불안감이 극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야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도 비명계의 불만과 집단반발 가능성을 숙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이 대표가) 여의도 기반의 혈맥인 강성 친명계와 당원들을 손절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나. 종국에는 어떠한 ‘결단’을 내리더라도 총선 공천이 이뤄지는 시점까지는 어떻게든 현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더십 한계 임박’ 이재명, 대표직 던지고 차기 대권 올인?  

야당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 대표가 이르면 올 연말(11~12월) 또는 늦어도 내년 초(1~2월)에는 당권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코인‧성희롱 파문과 함께 지난 5월 11일부로 시작된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재판 등 민주당의 3대 총선 리스크가 집적(集積)되면서다.

특히 이 대표 개인 사법리스크는 지난해 8월 친명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비명계의 핵심 견제 수단이었던 만큼,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현상유지를 고집하면 정치적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또 이 대표로선 뚜렷한 호재나 반전요소도 없이 현 체제로 총선을 치렀다가 참패라도 하게 되면 패장으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엄존한다. 이 경우 이 대표의 차기 대권 행보에도 극심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친명 중심의 총선 공천 물밑작업을 끝낸 뒤 총선 지휘봉을 비상대책위원회 또는 제2 실력자에게 넘겨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가 지도부에서 하차하면 때마다 분출하는 당 내분 가능성을 일소시킨다는 ‘선당후사’ 명분을 확보하면서도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실리까지 챙기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원류 친명계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연말 퇴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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