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생각하는 손-흙과 실의 춤’

[편집=김정아 기자]
[편집=김정아 기자]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과 ‘매듭장’의 실제 작업을 최초 공연화한 작품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조선 백자는 경외감 마저 드는 격조 높은 외적인 형식과 내적인 본질이 서로를 거슬리지 않고 잘 조화된 군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무심히 빚어 놓은 듯 수수하지만 초라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는 기풍이 넘치는 조선의 백자야 말로 한국 전통의 무형유산이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하던 그릇을 만들던 사옹원에서 사기를 제작하는 장인을 ‘사기장’이라 명했다. 국내 유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기장으로 9대째 이어온 도자 가문은 ‘영남요’가 유일하다. 영남요 7대 백산 김정옥 장인(1942년)은 조부 비안 김운희 선생에게 조선 백자 기술을 전수받아 일제 강점기 분원의 해체로 소멸될 뻔한 전통 조선 백자 기법을 전수받았다. 17세 나이에 도예에 입문해 올해로 66년 째 작업을 지속 중이다. 특히 김정옥 장인의 영남요는 직접 발물레 작업으로 그릇을 빚고 전통 장작 가마인 ‘망맹이’를 고집하는 방식으로 조선영조시대부터 쓰던 방식을 올곧이 이어오고 있다. 

300년 한국 전통 도자기법을 전수한 도자가문 ‘영남요’ 사기장 무형 유산을 예술의 혼으로 승화시킨 공연 ‘생각하는 손-흙과 실의 춤’이 오는 6월3일부터 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립무형유산원 개원 1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서울 공연에 이어 오는 9월26일 독일 아드미랄스 팔라스트 (Admirals palast) 무대로 이어진다. 

지난 2021년 11월 국립무형유산원이 제작해 초연한 후 호평이 이어진 공연으로 국가무형문화재인 ‘사기장’과 ‘매듭장’의 실제 작업을 공연화한 최초의 작품이다. 

300년간 전통을 이어온 도자가문 ‘영남요’ 7대 사기장인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 장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전승 교육사인 아들 김경식과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이수자인 손자 김지훈에게 영남요를 전승했다.

공연 제1막 ‘흙의 춤’에서는 김정옥 장인이 직접 출연해 흙을 밟고 물레를 돌려 달항아리와 찻사발을 빚는 작업을 연출한다. 발레리나와 첼로 연주의 협연으로 이뤄질 1막에서는 흙이라는 물성이 가마를 통해 1300℃라는 불속에서 달궈지면서 견뎌내는 과정을 그려낼 예정이다. 

 

이어지는 제2막은 ‘실의 춤’이다. 50여 년간 전통의 명백을 이어온 매듭장 보유자 김혜순(1944년) 장인이 무대에 올라 실을 감고 끈을 맺고 풀며 매듭으로 엮어 내는 전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김희정 상명대교수가 대본과 연출을 담당했고, 박동우 홍익대 교수가 무대미술을 연출했으며 정순도 상명대 교수가 음악을 맡았다. 실제 공예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대 배경으로 활용해 ‘흙, 물과 불’, ‘선과 면’을 테마로 도자기와 매듭의 전 과정을 현대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 7대 장인은 “저는 팔순이 넘은 지금 일생을 되돌아보면 우리 전통도예기술의 맥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한 일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안 대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 도예기술이 나를 통해서 또다시 나의 아들과 손자에게 전승되고 있다는 것이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예술혼이 온전히 보존된다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고, 또 도자기라는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계속해서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는 작업에 저의 일생을 바쳤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라고 밝혔다. 

 

국립무형유산원과 국립국악원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올해 공연은 2023년 11월 24, 25일 양일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에서 마무리되며 오는 6월 서울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