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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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관경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안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공무원 중 일부가 취업승인 심사에서 업무관련성(이해충돌)이 있음에도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근절할 법제도 개정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승인율은 농식품부 89.1%, 해수부 72.9%를 기록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를 합한 전체 취업심사 대상은 125건으로, 이 가운데 100건이 취업 가능 또는 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 중 취업승인 심사를 받은 23명은 업무관련성(이해 충돌)이 있음에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중 총 37개의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37명 중 21명은 제9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사유다. 다음으로는 제8호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기관에서 처리한 업무의 성격과 비중 및 처리 빈도와 취업하려는 회사의 담당 업무 성격을 고려할 때, 취업 후 영향력 행사가 작은 경우’로 5회(13.5%), 제1호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도 5회(13.5%)로 8호와 공동으로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들은 추상적인 데다 '공공의 이익' 등 자의적으로 해석돼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실련은 퇴직 공직자 재취업의 주요 특징으로 ▲조직 신설 후 재취업 ▲같은 자리 계속 지원 ▲관리·감독 대상 민간투자회사 재취업 ▲부처 권력을 이용한 산하 공공기관 재취업 ▲관행적인 유관 기관 및 협회, 산하단체 재취업 ▲민관 유착에 의한 민간기업 재취업 등을 꼽았다.

퇴직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의혹도 제기된다. 해수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해외수산협력센터는 2017년 2월 해수부 소관 한국원양산업협회 부설기구로 신설됐다. 해외수산협력센터장은 운영기관장이 해수부와 협의해 임명하는 자리다. 따라서 해피아들이 가기 위해 관련 규정들을 만들어 자리를 확보했다는 의심을 산다.  

해외수산협력센터장 주요 업무에는 '정부 예산 확보 노력 등'이 명시되어 있는데, 경실련에서는 이를 제1호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마련한 업무 규정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기술4급 출신의 경우 삼양통상(주) 검역관리인 자리에 각각 지원했지만 한 명은 취업불승인을 받았고, 이후 지원한 공직자는 취업가능 결과를 받았습니다. 같은 기술4급이지만 한 명은 퇴직 전 5년간 관련 부서를 피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별정직 고위공무원들의 (주)범건축종합건축사무소 재취업 심사 결과를 보면 한 명은 취업제한을 받았지만 다른 한 명은 제8호 사유를 인정받아 승인받았다. 같은 직급들이 계속 같은 기관에 심사를 넣고 있다는 것은 해당 기관이 퇴직공직자들의 단골 재취업 기관임을 뜻한다. 

이 밖에도 농식품부에서는 부처 권력을 이용해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마사회, 한국농수산대학교 임원 자리를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도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산하 공공기관 자리 대표 등 임원자리에 단골로 재취업을 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법무부 검사장 출신이 퇴직 이후 기업에 사외이사로 가면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유착할 우려가 있는데, 누구는 (취업 승인)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고 하는 모습에서 기준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난다"고 밝혔다.  

[제공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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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달 사무총장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공직자윤리법이 적절하게 지켜지고 있는지 누군가는 감시해야 해. 경실련도 하고 있지만 국민 누구나 알 수 있게 취업 심사 내용과 결과·통계 등을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측은 "관피아가 우리사회에서 관경유착, 취업시장 공정성 저해, 기업 방패막이 등 많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공직자윤리법 등 이를 근절할 수 있는 허술한 법 제도 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지 않고 있다"며 "특히 국회는 국정감사 시즌에 단발성으로 문제만 지적할 뿐 법제도 개선엔 소극적임. 경실련은 농피아와 해피아를 비롯한 관피아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며 이번 기자 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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