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두고 정치권 갈등 격화...방송법에서 맞붙을듯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5월 임시국회의 쟁점 법안인 간호법 제정안이 끝내 폐기됐다. 21대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입법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공식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도 대화보다는 대립에 가까운 실태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 다만 6월 임시국회는 기존의 법안들보다 더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방송법·노란봉투법이 기다리는 만큼, 협치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연이어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4월만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7년 간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막중할 것이란 해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연속적인 거부권 행사로 인해 정치권도 점차 익숙해졌다. 전체적인 여론도 6월 국회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방송법·노란봉투법이 윤 대통령의 3·4호 거부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상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불통과 민주당의 입법 독주의 비판을 넘어 정치권 전반의 신뢰도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바탕 정쟁이 휘몰아친 뒤 대안 마련을 위한 실효성 있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도 간호법의 재투표 부결 직후 입장문을 발표해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돼 매우 유감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정치권이 의료 서비스의 질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여·야도 극한 대치를 피하고 협치의 모양새를 내기 위해 방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양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TV 토론회 성사를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 각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산재한 만큼 주제에 대한 협상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법·노란봉투법, 극한대치 온다

(왼쪽부터)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왼쪽부터)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다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 개정안)과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상되는 6월 임시국회도 여·야의 협치는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간호법의 경우 여·야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란 문제점은 동의한 만큼 중재안의 제시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의 경우 여당이 필사적인 반대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가압류 금지를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여당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반대하는 중이며, 야당은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필수 조치임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방송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 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해 정치권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여당은 학회, 시청자위원회 종사자 대표에게 추천권을 주는 것은 친야권 성향 인사들이 방송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방송계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송민주화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방송법의 경우 법안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만큼 큰 충돌이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기자를 압수수색하며 언론계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커지는 상황이다. 

해당 기자는 지난해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바이든-날리면’ 기사를 보도한 만큼 야당은 정권의 보복수사임을 주장했고, 여당은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여·야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한 것을 두고 다시 충돌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이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면직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여당은 심각한 정치중립 위반임을 지적했고, 야당은 노골적인 방송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의 총력을 다 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두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며, 국회 본회의 표결 시에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다. 또 두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유력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속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두고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 조절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