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정당과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국회의원 총선거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뉴스에서는 현수막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혐오스러운 문구에 정신건강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자동차 매연보다도 더한 공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현수막 공해 사이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현수막이 있었다, “자금 세탁 의혹? 입법 로비 의혹? 총체적 난국 민주당이 그것이다. 얼마 전부터 시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는데 게첩자는 국민의힘이다. 아마 국민의힘이 적대적 공존 관계의 동료애를 발휘하여 더불어민주당에게 애정 어린 충고의 말을 현수막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의 정곡을 찌르는 충고의 말을 민주당이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별반 나을 것 없는 형편인 주제에 쓸데없는 오지랖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누가 봐도 더불어민주당은 위기다. 문제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 본인들이 왜곡하고 침묵하는 데 있다. 아직도 1년 전 대선 패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모습을 발견한다.

필자는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졌잘싸라는 안이한 평가가 오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확신한다. 대선 패배의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호명(呼名)이 없었던 탓에 그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죄인이 아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패배의 원인을 신유오적(辛酉五賊)이라는 시로 진단한 김필거사의 시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더불어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고 싶다.

먼저 제일의 적은 다름 아닌 이재명 후보이자 현재의 당 대표이다. “제일의 적 그 누구냐 이구동성 대선후보 무슨 죄를 지었느냐 두말하면 잔소리지 오죽하면 저네들이 당신이라 이겼다네대선 패배가 자신의 인성 리스크에 의한 것임을 외면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살기 위해서는 그가 죽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제이의 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제이의 적 그 누구냐 대통령도 죄를 묻나 형사소추 안 되오만 오년 동안 뭐하셨소 촛불 민심 받들어서 부동산에 올인 했소재임 중에는 그 무엇도 안 하려고 해서 에너지가 넘치는 지, 평산마을에서는 책방을 열어 개점 일주일 동안 5,582권의 책을 팔았다고 한다. 동네 영세책방 주인들 복장 터지게 하는 신묘한 재주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었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제삼의 적은 몸은 미국, 마음은 여의도에 있는 이낙연씨다. “제삼의 적 그 누구냐 당신이면 이겼을까 자기 욕심 챙기려고 서울 부산 만신창이 책임조차 부정하며 대선후보 웬 말인가미국이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자생력을 믿는다면 그에게 비자 연장에 시민권을 부여함이 옳다.

제사의 적은 이미 이적행위로 당을 죽이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이다. “제사의 적 그 누구냐 골리앗 형 팔육 대표 휠체어에 코로나에 붕대 투혼 빛났건만 대두인데 군대 면제 당신 할 말 아니잖소덩치값도 못 한다는 소리 이제 그만 들을 나이도 되지 않았나 싶다.

제오의 적 그 누구냐 내로남불 나선니악 두루두루 갈라치기 때때로 줄 세우기 조국의 시민들과 털보 돼지 뿌리 뽑세아마도 팬덤 현상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의 김남국 사태를 예견한 구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살길은 멀리 있지도 않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김필거사의 뜻을 새겨 더불어민주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성한다면 국민의힘에게 저런 현수막 모독은 받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