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ㆍ보건 조치의무 위반으로 인명피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형사 처벌

지난 4월 6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함)’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최초로 유죄를 판단한 제1호 사건이 있었다.?같은 달 26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호 사건 판결 소식이 있었고, 제1호 사건과 달리 원청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실형(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00제강 대표이사 등에 대한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해당 대표이사를 실제 법정 구속한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호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 내용을 살펴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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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 1월26일 제정된 후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오는  2024년 1월 27일 부터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까지 확대돼 적용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제1조)로, 중대재해의 범위, 종사자ㆍ사업주ㆍ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정의와 함께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및 안전교육 수강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건의 개요] 

00제강은 철근 등의 제조ㆍ판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장이며, 대표이사 성**은 00제강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경영책임자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다. 개인사업체인 ㅁㅁ산업은 00제강의 제강 및 압연 일용보수작업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고 있었으며, 강**은 ㅁㅁ산업의 대표로 피해자 김**(65세)을 고용한 사업주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다. 

피해자는 ㅁㅁ산업의 대표로부터 2022.3.16. 00제강의 야외 작업장에서 방열판 보수 작업을 지시받고 작업을 하던 중, 방열판을 뒤집기 위해 방열판의 러그홀에 손상되고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섬유벨트’를 샤클 없이, 표면이 날카로운 고리에 직접 연결한 후 크레인을 조작해 방열판을 들어 올리면서 중량물과 근접한 위치에서 크레인을 조정하던 중, 때마침 섬유벨트가 끊어지고 방열판이 낙하하면서 피해자를 덮쳐 피해자의 왼쪽 다리가 방열판과 바닥 사이에 끼이면서 사고 당일 0000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좌측 대퇴동맥 손상에 의한 실혈성 쇼크로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사망사고 이후 2022.6.9.부터 6.10.까지 00제강 사업장에 대해 실시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총 21개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불이행 사항을 적발했다. 

[재판 경과 및 쟁점] 

00제강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00제강 주식회사, 00제강 대표이사 성** 및 ㅁㅁ산업 대표 강**에 대해 검찰은 공소를 제기했고,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했다. 

법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쟁점은 안전조치의무 위반 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상호간의 죄수,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에 대한 양형 판단에 관한 것이라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최근 신설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상호간의 죄수는 어떠한지, 즉 각각의 죄에 대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실체적 경합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문제와 함께 ②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신설된 개념인 이른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을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인지와 관련된 것이었다. 

참고로, 실체적 경합과 상상적 경합의 문제는 특정한 범죄 행위에 여러 가지 법 위반이 동시에 성립할 때 어떻게 형량을 책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말하는 것으로, “실체적 경합”은 각각 행위가 각각 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며, 이 경우 여러 개의 죄가 합쳐져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반면, “상상적 경합”이란 한 개의 행위에 의해 여러 개의 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개념으로, 여러 개의 죄 중에 가장 무거운 죄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이번 사망재해에 관해 법원은 ① 안전조치의무 위반 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업무상 과실 치사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상호간의 죄수에 관해 모두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고, ②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경영책임자에 대한 양형에 있어서는 엄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 관해 법원은 안전조치의무 위반 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는 모두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 법익으로 하는 범죄로, 위 두 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주의의무는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과되는 것으로서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각각의 의무 위반 행위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으로 향해 있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 과실 치사죄는 종례 판례와 실무와 마찬가지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면서,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안전보건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 치사죄에서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양형 판단에 있어서는 중대재해 사고를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을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재정 경위를 고려해 엄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구체적 양형(00제강 대표이사 성** : 징역 1년 실형(법정구속), ㅁㅁ산업 대표 강** :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 00제강 주식회사 : 벌금 1억원)과 관련해, 경영책임자의 다수의 동종전과를 고려해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00제강은 ① 2010년 검찰청-고용노동부 합동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 처벌, ② 2020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의 사고 예방 감독에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 처벌, ③ 2021년 5월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으로 벌금 1000만원 확정, ④ 같은 시기 사업장 정기 감독에서 재차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 처벌 등 그동안의 적발 내역 및 처벌 전력을 종합하면 00제강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사망재해가 발생하고, 2022년 6월 실시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도 또 다시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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