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최고 순위는 2007년이 맞으나, 조사 신뢰도는 미지수이므로 '유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시스]

[검증대상]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월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데, 그런 이야기 많이 한다. 그게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다"라며 "세계경제포럼 WEF. 이거 국가경쟁력지수를 매년 발표하는 곳이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5년 차 때 11등을 했다. 그게 지금까지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5년 차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근거로 사용한 WEF의 국가경쟁력지수 최고 순위가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가 맞는지,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지수인지 검증했다. 

[검증방법]

- 네이버 지식백과 'WEF 국가 경쟁력 보고서' 인용 
- 네이버 지식백과 '국제경영개발대학원' 인용 
- e-나라지표 IMD, WEF 국가경쟁력 순위 통계 인용
- 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 2012년 논문 '국가경쟁력지수에 대한 비판적 검토: IMD와 WEF의 국가경쟁력지수를 중심으로' 인용   
- 2006년 9월 27일 이데일리 보도 인용 
- 2007년 10월 31일 조세일보 보도 인용
- KOSIS 국가 통계포털 '국내총생산(GDP)' 통계 인용 

[검증내용]
우선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지수는 WEF가 1996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에 관한 보고서이다. 원래 WEF는 지난 1979년부터 국제경영개발 대학원(IMD)과 함께 해마다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해 왔으나 1995년 이후 제각기 다른 조사를 하고 있다.

WEF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도움으로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조사해 순위를 발표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의 통계와 업계지도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한다. 

이중 정 최고위원이 말한 국가경쟁력지수 순위는 WEF 종합순위를 말한다. E-나라지표에 게시된 1997년부터 2019년까지의 WEF 종합순위 추이에 따르면 정 최고위원의 말은 사실이다. WEF의 국가경쟁력 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순위는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기록한 11위이다.

다만 WEF의 국가경쟁력지수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근거로써 사용되기는 어렵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유사한 조사를 진행하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와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 둘째, 지표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빈번하게 제기됐다는 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IMD는 WEF의 부설 특수경영대학원으로, 매년 세계 주요 국가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한다. 해당 조사도 WEF의 조사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권위가 있다. 

WEF는 2019년부터 국가경쟁력 지수 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 별로 순위를 선정하던 방식을 진행하지 않는다.따라서 비교 기간을 2019년까지로 결정했다. [박철호 기자] 
WEF는 2019년부터 국가경쟁력 지수 조사 결과에 따라 국가 별로 순위를 선정하던 방식을 진행하지 않는다.따라서 비교 기간을 2019년까지로 결정했다. [박철호 기자] 

e-나라지표에서 IMD의 종합순위 추이를 보면 WEF의 조사와는 편차가 크다. 우선 2007년 WEF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11위지만, 당해 IMD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29위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IMD 국가경쟁력 최고 순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기록한 22위이다. 

또 최하위 기록의 편차도 크다. IMD 기준 우리나라의 최하위 순위는 1999년 기록한 41위다. 당해 WEF 조사는 22위를 기록했다. 반면 WEF 기준 우리나라의 최하위 순위는 2004년 기록한 29위인 반면, 당해 IMD 조사는 31위를 기록했다. 

한 국가를 두고 두 기관의 조사 결과가 크게 갈리는 이유는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평가기준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IMD의 경우 국가경쟁력의 초점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맞춰진 반면 WEF는 국가의 지속적 경제 성장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에서 2012년 발행한 '국가경쟁력지수에 대한 비판적 검토: IMD와 WEF의 국가경쟁력지수를 중심으로' 논문은 "IMD 국가경쟁력지수는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WEF의 국가경쟁력지수는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기관 간에 국가경쟁력 순위가 다르게 평가 되는 경우, 정책결정자에게 의미가 있는 정보는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어떤 하위지수와 세부평가항목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지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혹은 낮게 평가되는가이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해당 논문은 WEF 일부 평가 항목의 왜곡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논문에 따르면 "(2010-2011) WEF 보고서에서 한국의 말라리아 발생률은 139개국 중 83위라고 측정되고 있는가 하면 정부 부문에 대한 평가의 왜곡은 더욱 심각하다. 구체적으로 정부의사결정의 투명성항목에서 한국이 111위인데 반해 중국은 무려 22위에 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양대 기관의 국가경쟁력 지수 순위를 두고 언론사와 정부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남겼다. 실제로 WEF 순위가 작년 대비 5단계 하락한 2006년경 재정경제부는 WEF 순위를 두고 "이번 WEF 평가는 과거와 달리 설문 항목에 의해 순위가 크게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평가했으나, 11위를 기록한 2007년에는 "WEF가 분류하는 국가경제구조 발전단계에서도 선진국 모델인 3단계 혁신주도경제로 완전히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라고 밝혔다. 

다만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통계청 기준 국내총생산(GDP) 국가 순위는 임기 마지막 해 기록한 13위를 제외하면 2003년(11위),2004년(10위),2005년(10위),2006년(11위)로 대체로 10위권에 머물렀던 것은 맞다. 

[검증결과]
정 의원의 발언대로 WEF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가 기록한 최고 순위는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기록한 11위가 맞다. 다만 WEF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IMD와의 순위 편차가 심한 점, 또 양대 기관의 조사가 직접적으로 한 국가의 경쟁력을 정의할 만큼의 신뢰도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WEF의 경쟁력 국가경쟁력 지수만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것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므로 검증결과는 '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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