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쌍방 태세 전환과 오염수 음용 논란두고 충돌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 교수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다.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광우병 사태의 연장선 격인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가 과학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실존하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 주권의 문제라고 맞섰다. 양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두고 극명한 차이점을 보이는 상황이지만 공통점도 존재한다. 현재의 확고한 입장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쌍방 태세 전환 지적하는 與·野

지난 5월 25일 여·야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처리 시설을 점검한 정부 시찰단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갔다. 

민주당은 출국부터 귀국까지 공개되지 않은 시찰단의 명단 공개 요구와 함께 시찰단이 실질적인 검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과방위 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시찰단과 관련한 쟁점을 두고 한·일 과거사에 대한 비유를 사용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시찰단의 검증을 두고 "430년 전 조선통신사라고 있었다. 선조가 파견했다, 정사 황윤길, 부사 김성일.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킬 것 같으냐, 안 그럴 것 같으냐' 그랬는데 두 사람 답변이 달랐다. 황윤길은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 같다', 김성일은 '안 일어날 것 같다'. 황윤길이 맞았다. 430년 전의 일이지만 오늘 지금 그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의 죄인이 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시찰단의 명단 공개에 관련 "400년 전 임진왜란 직전에 갔던 조선통신사들도 다 명단이 공개됐다. 정사 황윤길, 부사 김성일, 50명 명단 다 공개됐다. 조선시대 때도 했던 명단을 왜 지금도 공개를 못 하나"라고 지적했다. 

역사를 통한 비유는 그 파급력이 강하다. 지난 3월경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피해 배상 방법으로 제3자 대위변제를 추진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6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가히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의 삼전도 발언에 정치권의 반응도 크게 갈렸지만, 그 화력만큼은 입증됐다. 

특히 한·일 간의 과거사는 긴 투쟁의 역사대로 영향력이 더 큰 편이다. 지금도 정치인들은 자신의 각오를 나타낼 때 충무공 이순신의 말을 빌리곤 한다. 당연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도 충무공의 발언을 인용한 사례가 존재한다. 

다만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의 사례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한 2021년경 통영 앞바다의 어민들은 어선을 이끌고 이순신 공원 앞 바다에 집결했다. 당시 어민들은 제2의 한산대첩을 각오한 필사즉생의 자세로 시위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통영을 지역구로 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며 "국민 안전, 어민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는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질타했다. 

정 의원만 나선 것이 아니다. 당시 현역 의원이던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대표 발의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결의안에는 국민의힘 의원 15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이 중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도 포함됐다. 당시 결의안에는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된다고 주장하지만, 오염수 성분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고 처리 과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미흡하여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적시됐다. 

'야당' 국민의힘은 오염수 방류 규탄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현재의 '여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방류 저지 행보를 두고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며 입장이 바뀐 모양새다. 다만 민주당도 입장 변화라는 지적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당'일 때의 민주당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며 비판한 점은 동일하지만, 정부의 대응 방안을 두고 보이는 반응은 큰 폭으로 달라졌다. 현재 민주당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제시하는 근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신뢰할 수 있냐는 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2021년 4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가 볼 때 IAEA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이 제시한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 전 장관이 언급한 일본이 준수해야 할 조건은 ▲과학적 근거 제시 ▲정보 공유 및 사전 협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과정에 한국인 전문가 포함의 조건이 충족된 경우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25일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에게 "참고로 하나 결론적으로 묻겠다. 현재 윤석열 정부하고 문재인 정부하고 방류의 여러 가지 기준, 방법, 절차 차이가 있나? 똑같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임 사무처장은 "없다"라고 했으며 이어서 박 의원이 "똑같지 않나?"라고 되물었으며 임 사무처장은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시찰단 두고 與·野 시각 차이 극명  

여·야의 입장 변화는 현재 시찰단의 결과를 두고도 나타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5월 31일 논평을 통해 "오염수 처리 검증을 위한 시찰단이 아니라 해양 방류를 돕기 위한 일본 정부의 홍보단과 다를 바 없다"라며 "실질적 검증을 통한 국민 안전 확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강행을 정당화해 주기 위한 시찰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시찰단의 청문회 채택과 함께 방류 저지 촉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현장에 직접 가서 장비들이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 그리고 또 혹시 고장 났을 때 비상시에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이런 것을 현장에서 본 것이 이번에 가장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특히 시찰단과 관련해 오염수의 시료 채취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성 검증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이 비판받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임 원안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2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시료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지금 현 단계에서 채취할 수 있는 시료는 아까 말씀드린 바대로 세 차례에 걸쳐서 채취된 시료가 국내에 와 있다"라며 "(결과에 대해) IAEA가 공개한 직후에 브리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 원안위 사무처장은 IAEA만 시료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모든 시료를 동일하게 교차 분석한다는 점을 밝혔다. 

與·野 실효성 없는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 공방  

국민의힘은 지난 5월 19일 정화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1리터(L)까지도 마셔볼 수 있다고 주장한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앨리슨 교수는 논란이 된 오염수 음용 발언에 대해 "(정화기기를 통해 처리된 오염수를) 1L의 10배 정도도 마실 수 있다"라며 "삼중수소의 경우 생물학적인 반감기가 12~14일 정도 되기 때문에 이후에는 절반가량이 체외로 배출된다"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 수치는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받는 방사선량보다 훨씬 더 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앨리슨 교수를 초청한 이유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 논란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것은 음용논란뿐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25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안전하다고 그러니까 그다음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당 대표 포함해서 국회의원들은 끄떡없다고 다 이야기하지 않았나? 대통령, 시찰단, 국민의힘 의원들 이분들부터 국민들 앞에 시험 행사를 해라. 그럼 저도 마시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마실 만큼 깨끗하다면, 윤석열 대통령실부터 후쿠시마표 오염생수를 주문해 마셔라! 이럴 때 영업사원 1호가 나서는 거다"라고 말했다. 

양당은 오염수 음용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마저 정치적 공세로 이어가는 모양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그 자체로 국내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문제다. 방류 저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상, 정치권은 국민들의 우려와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는 만큼 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평가다. 

한편 오염수 음용 논란에 대해 지난달 2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드리면 그 오염수는 마시면 안 된다. 음용수 기준을 훨씬 넘기 때문에 마시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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