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둘러싼 친명-비명 갈등 최고조...리더십 회의론에 ‘NY‧SK 역할론’ 비등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회 과반 의석의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골병’을 앓고 있다. 사법리스크에 둘러쌓인 당 대표와 최측근 현역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 또 이들을 절대적으로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이라는 3대 뇌관에 당 혁신 의제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10개월여 앞둔 만큼 내부 부정 이슈로 뒤엉킨 정국 흐름을 조속히 풀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국민신뢰 회복 기치 아래 내건 당 혁신위원회 출범은 고사하고, 야당 몫으로 배정된 상임위원장 6자리를 놓고도 계파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이재명 체제에 대한 비명계의 불신이 이제는 계파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총체적 난맥의 원인을 ‘이재명 리더십’에서 찾는 내부 회의론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의 시선은 현재 민주당 혁신위 등 차기 국면을 이끌 ‘인물론’에 쏠려있다. 이달 귀국을 앞둔 이낙연 전 대표와 조용히 몸풀기를 시도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야권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비명, 혁신위 매개로 체제전환 시도...친명 “비대위와 다를 바 무엇” 반발
SK 정계 인사들과 스킨십 지속하며 몸풀기...NY 일선복귀 가능성 열어둬

167석 야당의 상황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등 잇따른 악재에 당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비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국회 상임위원장 임명, 당 혁신위원회 출범, 대의원제 폐지, 팬덤정치 결별 등 내부 쟁점 사안이 즐비하다. 

이렇다 보니 위태위태한 동행을 이어왔던 친명-비명의 갈등 수위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가 일각에선 두 계파가 한 지붕 아래 공생이 힘들 정도의 벼랑끝 상황에 이르렀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실제로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내 권력구도를 양분하고 있는 이들 계파간 신경전은 혁신위 등을 둘러싼 감정충돌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본지에 “현 지도부에 의한 자정작용을 기대하거나 할 시점은 훌쩍 지났다”라며 “당 혁신위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 하루빨리 새 단장을 마치고 혁신위를 중심으로 적체 현안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조급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친명계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 혁신을 빌미로 (비명계의)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이참에 어떻게든 구도를 바꿔보려는 심산인 것 같은데, 지도부 전권을 혁신위로 넘기라는 말은 체제 전복 시도와 다를 바 없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와 다를 바 무엇”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렇듯 민주당은 급한대로 총의를 모아 혁신위 가동이라는 선택지를 꺼내들었지만, 첨예한 내부 입장차에 혁신기구 출범은커녕 밑그림 단계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 배경엔 혁신위원장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전권 이임’이라는 민감한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비명계는 혁신위가 당 운영과 관련된 전권을 가져가는 한편, 혁신위원장으로 외부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명계이자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권한”이라며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혁신위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순간, 다음 총선은 해보나 마나 패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외부의 시각만이 민주당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라며 “혁신위원장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그 중 비명계가 혁신위 출범을 계기로 친명계에 쏠렸던 ‘권력 물길’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즉, 총선 공천권 등 이 대표의 핵심 권한까지 혁신위에 일임하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그 연장선상에서 혁신위를 둘러싼 양측 대치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늘어질 경우 ‘비대위 출범’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맞물려 야당 비상시국을 진두지휘할 ‘뉴 리더십’에 쏠린 관심도 지대하다. 현재 야권에선 ‘협치‧통합’ 브랜드가 뚜렷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달 귀국을 앞둔 이낙연 전 대표가 혼돈의 민주당을 수습할 잠정 대안으로 꾸준히 지명된다.  

‘올라운더’ 정세균, 野 비상시국 이끌 잠정 리더십 지목   

민주당의 리더십 대체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당 차원의 위기요소로 지목된 이후 비명계를 중심으로 새 구심점을 모색할 것이란 후문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친명-비명 분화가 극심한 민주당의 현 위기상황과 맞물려 이러한 해묵은 관측이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혁신위원장, 비대위원장 하마평 0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정 전 총리다. 정 전 총리는 다선(6선)에 민주계 정당 당대표‧원내대표, 국회의장, 산업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르는 화려한 정치 이력으로 ‘올라운더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거물급 야권 인사다.

또 그는 현재 노무현재단 6대 이사장과 민주당 상임고문을 겸직 중이기도 하다. 호남(전북 진안) 출신에 민주정당에서 꾸준한 활동으로 야권에서 적통성을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도 꼽힌다. 친노‧친문‧친명‧86운동권 등 민주당의 계보를 잇는 주요 계파들과의 관계도 두루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여권에서도 정 전 총리의 유연성을 높이 평가해 잠정적인 대야(對野) 협치‧소통 채널로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은 지난달 23일 한 언론을 통해 정치권 현황에 대해 “2023년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의 우려가 있다. 저도 지금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야를 동시 겨냥했지만 실은 민주당의 현 상황을 우려한 말로 풀이된다. 또 이는 현실정치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최근 노무현재단과 개인 사무실이 위치한 종로를 거점으로 매달 정치‧경제‧사회 현안 등을 놓고 정책포럼을 주최하는 등 정‧관계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 상반기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 등지에서 각종 간담회 일정을 소화하며 민심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위와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위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자신의 고향인 전북 현안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에서 정 전 총리의 현실정치 재개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시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현재 정 전 총리가 몸담고 있는 노무현재단의 정관상 이사장과 원내활동 병행이 가능한 만큼, 정치 재개를 물리적으로 제약하는 요소도 딱히 없는 상황. 다만 정 전 총리 측은 이러한 정가 관측에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다.

SK(정세균)계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정세균 혁신위원장 추대설’에 대해 “(정 전 총리를) 당에서 혁신위원장이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귀국 임박한 이낙연, ‘민주 연착륙’ 가능성은

이재명 대표의 최대 적수인 이낙연 전 대표도 오는 20일경 귀국을 앞둔 만큼, 민주당의 ‘이중 권력화’라는 거대 파고가 예상된다. 이에 친명계 등 당내 주류 인사들은 이 전 대표의 귀국과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정계 일선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로 현재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TF 등 당내 요직에 이른바 NY(이낙연)계가 포진해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박광온 원내대표, 이개호 공천제도TF 단장 등이 이 전 대표의 원내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한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 출판기념회를 통해 민주당의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향후 정치적 역할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여지를 둔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원내로 복귀하기까지 현실장벽도 높다. 야당 지지층 사이에선 아직도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 전 대표에게 묻는 시각이 적잖은 데다, 이재명 체제를 절대시하는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여전하기 때문.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체제를 위협하는 최대 정적이자 위협요소로 각인된 이낙연 전 대표가 당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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