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22대 총선 예비시즌을 앞둔 여당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으레 총선 공천 국면이면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이 전 대표도 최근 자신의 총선 거취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다만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를 받고 중앙정치권에서 밀려난 ‘전직 당 대표’의 경우 남다른 이력과 궤적을 보유한 만큼, 그의 공천 여부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이 전 대표의 거취 결정권을 쥔 여당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내년 4월 실시되는 22대 총선을 10개월여 남겨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 공천을 계기로 ‘영구 결별’ 또는 ‘극적 재회’라는 중대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이면 당원권 정지 중징계가 풀리는 만큼, 여당 소속으로 총선 출마가 가능하다. 다만 당내 실세를 이루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의 반(反)이준석 정서가 두터워 공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여당에선 여전히 이 전 대표가 중징계 핵심 사유인 ‘성 상납 의혹’부터 해소해야 복당, 공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현실장벽이 녹록지 않다. 

반면 비윤(비윤석열)계 등을 중심으로 총선 최대 분수령이자 험지인 수도권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이 전 대표를 반드시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한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배지를 달고 서울 노원구병 출마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당이 수도권에서 청년층 표심까지 품는 등 ‘플러스 파급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이준석 “與 비공천 조짐 있으면 ‘무소속 출마’”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22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병에 출마하겠다고 거듭 못 박으며 국민의힘이 공천을 주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라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원이 내 고향인 건 다 알려져 있어 출마하면 노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준비도 하고 있다”라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문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공천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등 장난치려 하면”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유승민 전 의원 사례를 거론하며 당내 실세 인사들이 자신의 공천에 입김을 넣는 등 개입 의도가 보일 경우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정치적 생사여탈권을 결정하는 것은 여당이 아닌 본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또한 당 공천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무소속 출마 등 ‘추가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당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말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김성태 중앙위원회 의장은 이를 두고 당의 시선을 끌기 위한 흔한 ‘총선 풍속도’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내년 2월쯤으로 그 안에 공천을 희망하는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의 목소리도 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이러한 외침은 ‘나를 좀 봐달라’는 단순 호소성 메시지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엄존한다. 국민의힘이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는 물론, 더 나아가 자신이 제3의 정치세력을 꾸려 여당에게 위협적인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구심점인 개혁보수 신당 출범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시사평론에 활발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총선 전 보수권 신당 창당과 관련해 “유승민 전 의원은 신당을 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면서 “유 전 의원은 신당 나가봐서 대통령 후보로서 안 된다는 걸 느껴봤는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다르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노원구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후 국민의힘으로 복당해 당권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대구 수성을)해 5선 타이틀을 거머쥔 뒤 국민의힘으로 복당해 대선후보 경선까지 출마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과거 사례와도 평행이론을 이룬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홍 시장의 이러한 행적이 자신에게도 스탠더드(기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與 이준석 공천 발언에 벌써부터 미묘한 파장  

이 전 대표가 이렇듯 공천에 대해 입을 열자, 당 안팎에선 미묘한 파장이 이는 모양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 전 대표의 공천 발언 직후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거기(서울 노원병)에 이 전 대표와 경쟁해서 출마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그런데도 굳이 당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이 전 대표를) 빼면 총선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전 대표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와 바른정당 시절 동료였던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이 전 대표가 공천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수도권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부분은 반드시 가져가야 될 문제”라고 당 지도부가 이 전 대표를 배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공천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지역구가 험지 아닌가. 지금 (이 전 대표의 지역구 도전이) 몇 년째인가”라며 “10년 지역구를 닦아왔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이 전 대표 공천에 힘을 실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간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반윤’(反尹) 궤적으로 일관한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철저히 배제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잘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지난 9일 공개된 경북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반윤 행보’를 지나치게 멀리까지 펼쳐 22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준석 본인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을 너무 비하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 비난했는데 과연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공천을 줄 수 있나”며 당으로부터 공천받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내 친윤 주류의 여론도 싸늘하다. 친윤 인사로 알려진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하며 “‘뺄셈 정치’의 주역이 누구인지 깊이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당에서는 공천 얘기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5인회 리스트’ 운운해놓고 공천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 전 대표는 헌정사상 첫 30대 보수정당 대표 취임으로 청년정치의 서막을 썼고, 보수정당의 ‘꼰대’ 이미지를 중화시키며 정권교체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다만 거침없는 소신 발언과 당당한 태도에 대한 당내 평가는 크게 갈린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윤 대통령의 원류 측근그룹인 윤핵관과 갈등을 빚으며 정적으로 돌아섰고, 현재 국민의힘 반윤‧비윤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른바 ‘천하용인’(천하람‧허은하‧김용태‧이기인)도 이준석계로 분류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