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내년 422대 총선을 향한 정치 시계가 째깍째깍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여야의 모든 관심은 내년 총선에 쏠려있다. 현역 의원들이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민심과 지도부 심기를 동시에 살피느라 분주한 가운데 과거 정치권을 쥐락펴락했던 올드보이들도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출마 가능성이 솔솔피어오르자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계산기를 돌리며 빠르게 득실 계산에 들어간 모습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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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우병우유영하박지원·정동영·천정배총선 채비
-새 인물 절실한데...” 중도층 민심 눈치보는 여야

총선은 새로운 정치 스타의 등용문이 되기도 하지만 노회한 올드보이들의 귀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정치권의 인맥을 이용해 공천권을 획득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여의찮을 경우 직접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선거 판세를 뒤흔들기도 한다.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투입해 민심에서 승부를 보려고 하는 여야 입장에서는 올드보이의 존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공천을 주자니 중도층 민심의 눈치가 보이고, 공천에서 배제하자니, 당 밖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를 갉아먹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2020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올드보이들이 대거 귀환해 직접 선거에 출마하기도 또 일부는 선거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복귀해 총선을 이끌었다. 과거 친박 좌장으로 꼽히던 서청원 전 의원은 우리공화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2번에 이름을 올렸다. 손학규 전 의원은 민생당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당시 총선에 출마했었다.

당시 이들을 놓고 올드보이귀환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참전에도 국민의힘은 당시 총선에서 참패했고, 서청원 전 의원과 손학규 전 의원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움직이는 최경환우병우유영하’...여야 우려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올드보이귀환 가능성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유영하 변호사 등의 대구경북(TK) 출마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로 조성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019년 징역 5년을 확정받았지만 지난 연말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최 전 부총리는 최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개최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어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장과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출마로 재기를 노렸다가 번번이 실패한 유영하 변호사도 총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유 변호사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번에 제가 대구시장 출마나 보궐선거 출마했을 때 여러 뒷말도 있었고 제가 그 과정을 통해서 이런 부분은 제가 생각이 좀 짧았다 이런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전혀 생각지 않은 억측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총선 출마는) 조금 신중하게 결정을 하려고 하고 (박근혜)대통령께도 제가 어떤 결심이 서면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방조 혐의와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후 2021년 징역 1년형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말 신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우 전 수석은 9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설에 대해 출마하라는 전화도 많이 오고, 또 요즘 평소에 알던 사람들 만나도 항상 그것부터 물어보고 그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그래도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면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이들의 귀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최근 MBN에 출연해 지금 대구경북에 가면 최경환 전 부총리, 우병우 전 수석, 유영하 변호사 이런 분들이 어디 어디 출마한다는 얘기들이 돌아다니는데 다음 총선에서 만약 그런 공천이 이루어지면 제일 중요한 게 수도권 선거인데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경환 전의원. 뉴시스
최경환 전의원. 뉴시스

박지원·정동영·천정배총선 배승선 채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국회 재입성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지원 전 원장은 최근 오마이TV ‘성경환이 묻고 박지원이 답하다인터뷰에서 채용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정치 현실로 나가게끔 박차를 가해주고 있다면서 총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전 원장은 최근 주소지를 전남 목포에서 서울 영등포로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등포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박 전 원장은 이에 영등포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분명한 건 정치 현실로 간다는 것이라며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전북 전주병출마설이 파다하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생당후보로 전주병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김성주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만일 정 전 의원이 출마를 확정지을 경우 김성주 의원과 정 전 의원,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황현선씨 등 간의 경선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정배 전 의원의 경우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 출마를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고 기반 닦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 전 의원은 2016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간판으로 서구을에 출마해 민주당으로 출마한 양향자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그러나 202021대 총선에서는 민생당으로 출마했다가 민주당 후보였던 양향자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후 양향자 의원은 20217월 지역 사무소 보좌진의 성범죄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을 자진 탈당했고, 이로 인해 광주 서구을은 무주공산이 된 상황이다. 천정배 전 의원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는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 김경만(비례대표) 의원 등이 지역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자 당 내에서는 중도층 민심을 의식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7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지원 전 원장과 정동영 전 의원의 호남 출마설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제가 호남지역의 현역의원이고 그분들의 후배로서 현역인 저를 포함해서 저희 활동이 조금 미진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말씀이 나오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그런 점들은 저희가 반성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그 문제하고는 별개로 과거에 쭉 활동을 했었던 그분들이 다시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만만찮은 반대여론도 크다라고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이들의 출마설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 시스템이 많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시 80년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 2008MB 정부로 회귀하고 있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본인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꼭 선거일 리는 없다고 본다이분들이 경험과 경륜이 있으시기에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걸.박병석까지 여당보다 야당 인사 다수...

박지원 전 국정원장. 뉴시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뉴시스

이들과 함께 민주당에서는 이종걸 전 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전 의원은 경기 안양 만안구에서만 내리 5선을 지냈지만 지난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경선에서 현 강득구 의원에게 밀려 총선 출마가 좌절됐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의장 후 총선 불출마관례를 뒤집고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누리당 시절 당 대표까지 지낸 3선 출신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도 호남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100% 호남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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