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본회의서 '돈봉투 의혹'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

(왼쪽부터)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을 바라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당초 정치권은 국민적 공분을 산 돈봉투 의혹에 관한 표결인 만큼 체포동의안 가결에 힘이 실렸으나 '부결'이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 이에 '제식구 감싸기', '방탄대오' 등의 비판이 빗발쳤으나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발언에서 부결 원인을 찾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가운데, 윤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45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으며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2명, 반대 155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두 의원의 부결을 두고 정치권의 반응은 예상 밖 결과라는 평가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부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반면 윤 의원과 이 의원이 연루된 돈봉투 의혹의 경우 이 대표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한 사안이며, 두 의원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밝히며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 탈당을 결정했다. 

이에 민주당도 국민적 공분을 산 돈봉투 의혹에 대해 정치 탄압의 명분도 내세울 수 없는 만큼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가결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민주당은 연이어 터진 당의 위기 속에서 쇄신을 약속하며 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정의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정한 것과 같이 기득권 내려놓기의 차원에서라도 두 의원의 가결이 유력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예상 밖 선택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이 빗발쳤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납득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결과다. 오늘 표결을 부결로 이끈 민주당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추가 연루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앞으로 얼마나 더 국회로 넘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후 본회의에서조차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방탄 사태가 벌어진다면 민주당은 국민적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기기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국민의 뜻과 달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언제까지 방탄대오를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를지 지켜보겠다"라고 직격했다. 

野 "韓 정치적 발언이 부결 원인"...제 식구 감싸기 '핑계' 비판 多 

12일 국회 본회의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12일 국회 본회의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정치적 후폭풍이 거센 시점에서 민주당이 꺼내 든 부결의 명분은 한 장관의 말이다. 이날 한 장관은 두 의원에 대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한 장관은 "(돈봉투 의혹의) 범죄 사실에 따르면, 논리필연적으로 그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라며 "돈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장관의 도를 넘은 정치적 발언이 표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이날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이 많았다"라며 "당론을 모은 건 아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검찰이 굉장히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 두 사람이 억울할 만하다"라며 "한 장관은 이날 정치를 했다. 이미 확신범으로 낙인찍고 '저 사람은 범죄자다'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그런 측면에서 표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저도 듣다가 화가 났다. 저렇게까지 얘기할 것인가"라며 "한 장관이 정말 가볍게 '이 부분이 문제가 크고 구속 사유가 된다' 정도만 얘기했으면 다른 판단은 안 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일관성이 있다. 역시 변함이 없다. 문재인 정권 내내 진보의 기득권화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그로 인해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민주당은 다시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라며 의문을 표했다. 

아울러 이 평론가는 한 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평가를 두고 "핑계다. 부결 결정이 나면 분명히 후폭풍이 올 것을 알았을 것. 민주당이 굉장히 잘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가 물타기 전략"이라며 "한 장관의 말 한마디에 본인의 정치 철학이나 소신이 사라질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제 식구 감싸기'의 온정주의 속에는 국민 정서와 괴리되는 도덕적 불감증이 크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4번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만큼 향후 추가적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의 정치적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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