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감세' 외친 野, 오늘은 '추경' 제안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민생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제안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안을 검토 한 바 없다며 일축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허심탄회한 '추경' 논의를 하자고 재차 압박하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경에 앞장서는 민주당을 두고 감세에 진심이던 과거에 대한 성찰이 먼저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회복을 위한 추경을 제안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고금리 피해 회복 지원 (약 12조 원) ▲고물가·에너지 요금 부담 경감 (약 11조 원) ▲주거 안정 (약 7조 원) 및 재생에너지·디지털·SOC 인프라 투자,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비용을 합쳐 총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여한 추 부총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당초에는 (민주당의) 추경 제안을 지출 효율화나 감액을 고려한 제안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35조 원을 더 쓰자는 얘기"라며 "여야 모두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빚을 더 내자는 주장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재차 김 대표에게 비공개로 소주를 마시며 추경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했고, 김 대표도 민생 문제 해결 논의에 환영하면서도 국면 전환용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잘 챙겨봐야겠다고 답했다. 

현재 야권의 주도로 논의되는 정치권의 추경론과는 달리, 추 부총리는 이전부터 '추경 불가' 방침을 명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00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국가채무의 급등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앞서 추 부총리의 언급대로 심각한 세수 부족으로 인해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누적 세수 규모는 34조 원가량 급감했다. 올해 정부의 세수 감소 규모는 역대 최대치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장 의원은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107건의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104건으로 민주당보다 세 건이 적다. 두 당이 통과시킨 세법은 전부 감세 법안으로 증세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그 결과 앞으로 5년간 82조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 의원은 "그랬던 이 대표가 어제는 갑자기 민생 회복을 위해서 35조 규모 적자국채를 감내하는 추경을 하자고 한다. 윤석열 정부에게 긴축재정 부자 감세를 철회하라고 말한다. 유체 이탈도 이런 유체 이탈이 없다. 바로 민주당이 그 긴축예산과 부자감세의 공모자이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또 장 의원은 추경을 위해서는 감세 철회와 증세 계획이 포함된 조세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경의 방법으로 제안하는 적자 국채 발행 또한 비판받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14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세수가 부족하므로 감액 추경을 통해 건설 관련 예산을 줄이고 민생 예산을 확보하는 등 조정 작업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고금리 피해 회복을 위해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을 주장한다. 갑자기 35조 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면 당연히 시장금리는 오를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아마 민주당은 민생 해결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에 걸쳐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금융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이 높아졌다.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