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진통 끝에 출범 앞뒀지만 野 양극화 구조 극복 쉽지 않아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시스]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발탁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진통 끝에 이재명 지도부와 ‘투톱’을 이루게 될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당 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 각종 논란으로 낙마한지 열흘 만에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는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다. 김 교수는 당내 계파적 이해관계와 별다른 접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혁신위를 중립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당초 혁신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비교해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게 정설인 만큼, 혁신위 의제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엄존한다. 특히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는 여전히 ‘김은경 혁신위’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혁신위에 전권을 일임한다’는 이재명 대표의 확언에도 불구, 친명 지도부의 영향력이라는 그늘 아래 이름만 혁신위인 ‘친명 2중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이와 반대로 혁신위가 당의 전면적인 혁신을 강조하는 비명계의 기조와 맞물려 이재명 지도부를 견제하는 조직으로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혁신위가 출범과 동시에 당 최고기구로서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이 혁신위 인선을 놓고 각종 논란과 잡음을 빚은 끝에 혁신위원회 수장을 확정짓고 당 혁신기구 출범 수순에 돌입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투자 논란 등으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과 혁신을 공언한 지 무려 한 달이 경과한 시점이다.

野 혁신위원장 선임 일단락...김은경 내부 평가는 엇갈려 

민주당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소재 중앙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거친 끝에 당 혁신위원장으로 김은경 교수(이하 위원장)를 만장일치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혁신위원장으로 처음 추대된 이래경 명예이사장이 강성 친야(親野) 성향과 친명계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시돼 중도 낙마한 뒤 이뤄진 추가 인선인 만큼, ‘현미경 인사 검증’을 거쳤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강남에 2채의 주택을 보유한 데 대해선 내부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남편과의 사별로 상속받은 재산이라는 김 위원장의 해명을 토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지난 16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렇듯 김 교수를 혁신위 수장으로 발탁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향후 (혁신위의) 명칭이나 과제, 역할, 구성 등은 혁신기구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김 위원장에 대해선 “금융 소비자 보호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금융 약자 편에서 역량을 보였다”고 평했다.

당 내부에선 김 위원장을 두고 ‘원칙주의자’ ‘소신과 강단’ ‘개혁적 성향’ 등의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친명‧비명 등 당내 정파적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계파 논란의 소지는 적다는 게 내부 중평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 최초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그에 앞서 지난 2015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당무감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을 향한 회의론도 엄존한다. 정당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가 제1야당 개혁을 도맡을 수 있겠냐며 우려를 표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 전 중대 국면을 당 지도부와 함께 투트랙으로 진두지휘해야 하는 포지션인데, 정당정치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가 이를 얼마나 잘 수행해 낼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당장 혁신위 인적 구성 단계에서부터 김 위원장이 정무적으로 감내해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은경號 혁신위, 친명 견제기구? 친명 2중대?

민주당은 혁신위원장 인선을 일단락지었지만 혁신위 본격 가동까지는 숱한 난제를 거쳐야 한다. 당 혁신기구 명칭부터 혁신위원 선임, 당 혁신 중점과제 설정, 혁신위의 권한 범위 등을 놓고도 내부 이견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혁신위가 내재한 최대 쟁점으로는 혁신위원 인적 구성과 혁신위의 권한 등이 지목된다. 

김은경 혁신위가 당면한 1차 허들은 혁신위원 임명이다. 양극화가 뚜렷한 당내 역학구도와 무관한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거나 계파성을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당 내부에선 혁신위원에 원내‧외 인사를 각각 절반씩 영입하거나, 친명계가 주를 이루는 당 최고위의 인사 추천과 비명계의 추천을 고루 반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혁신위 세부 인선은 결국 당 지도부의 의견이 상당부분 수렴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민주당 혁신위에 깔린 최대 고민거리는 ‘혁신 대상’이라는 좌표 설정 범위와 그에 따른 시행 권한을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다.  

이재명 지도부는 혁신기구에 당 개혁안 등에 대한 ‘전권’(全權)을 일임하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사법리스크에 둘러쌓인 현직 당 대표에 대한 거취 결정, 대의원제 존폐, 개딸 등 팬덤 정치와의 결별, 총선 공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현 지도부가 혁신위에게 권한을 내어줄지는 미지수다. 

이는 친명‧비명 간 온도차가 극명한 대목이기도 하다. 비명계는 혁신위가 이 대표의 거취 등 혁신 대상으로 현 지도부까지 수술대에 올릴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는 당 지도부의 고유 권한까지 혁신위로 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혁신위의 본질은 총체적 혁신 단행”이라며 “혁신 대상에서 당 지도부 등 특정 집단만 제외되며 면죄부가 주어지는 형태라면 혁신위는 그야말로 허울뿐인 기구”라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친명계 초선 의원은 “혁신위를 빌미로 당 대표와 지도부를 압박하려는 (비명계의) 구상은 당을 오히려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혁신위의 본질에 집중해야지, (비명계가) ‘잿밥’에만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공식 출범을 앞둔 김은경 혁신위는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혁신위 구성과 권한 등을 둘러싼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혁신위의 항로 설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는 혁신위의 향후 행보에 따라 정체성 평가가 결국 ‘친명 2중대’ 또는 ‘비명 선봉대’로 갈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밖에도 민주당 혁신위는 오는 9월부터 개시되는 정기국회 기간 내에는 당 혁신 작업을 완수해야 하는 만큼, 조직 구성부터 본업무 이행까지 속전속결로 당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엄존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혁신위가 결국 당내 계파 논리에 매몰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해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한 관계자는 “과연 민주당 혁신위의 개혁안을 당 지도부가 전적으로 수용하겠나”라며 “사법리스크와 방탄 프레임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메스를 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혁신위가 현 지도부를 정조준한 순도 100%의 혁신안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당내 정무적 논리와 맞물려 혁신위가 공전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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