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양향자·정의당 '세 번째 권력'으로 확산되는 제3지대 

금태섭 전 의원 [뉴시스]
금태섭 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기성 정치권의 한계를 깨기 위한 제3지대의 몸집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경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선언과 함께 정의당 청년 정치인들의 '세 번째 권력'도 새로운 세력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아울러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한국의 희망'이란 당 명으로 신당 창당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의 움직임을 두고 회의론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양당제의 폐해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제3지대가 새로운 길의 개척을 두고 힘을 합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영웅'과 '맹종'이 필요 없다 

금 전 의원의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은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제3지대 세력이다. 지난 4월 18일 출발한 성찰과 모색은 지난 13일 2차 토론회를 열며 한국정치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주제는 정치 체계의 변화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한지원 정치경제평론가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복합위기로 규정했다. 또 한 평론가는 작금의 정치권은 인구 감소와 장기 침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책임 정치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원 내각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도 이 문제 진단에 공감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 말미에 "(대통령제는) 한 사람의 리더가 뜨면 그 사람을 아주 맹종하는 악습이 있다"라며 "대한민국이라는 복잡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한 사람의 어떤 정치 철학이나 통찰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데, 지금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 '대통령의 뜻이다' 그러면 토론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개문발차한 금 전 의원의 신당에 대한 밑그림을 확인하는 자리인 만큼, 내각제에 대한 논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3신당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의 기저에는 대권주자의 부재가 1순위로 꼽힌다. 따라서 내각제의 화두는 대권주자 부재론에서 탈피해 파급력 있는 의제를 던지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는 세 번째 권력 소속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주최로 이뤄졌다. 이날 류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우리 정치가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가 있다. 그 기대에 나선 새로운 정치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시대엔 영웅이 불필요하다. 약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좋은 정당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제3지대를 선언한 두 정치인은 모두 한 명의 권력자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현재의 정치 체계를 지적했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조성주 세 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은 "오늘부터 교감해보려 한다.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신당이라는 과제를 갖고 어떻게 출발해야 하는지 맞춰보려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한국정치의 개혁 방향을 두고 토론회 내부에서는 세 번째 권력 측과 성찰과 모색 측이 섭외한 토론자들 간의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이날 조 위원장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 ▲노사 교섭 ▲내각제 등의 주제와 같은 각론에서 다른 토론 참가자들과 이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제3지대 간의 교감이 어느 단계까지 이뤄질지는 구체화되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통합된 신당의 형태까지 고려한다면 구성원들 간의 정치적 의사도 궤를 같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조 위원장은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론회를 통해 개혁 과제에 있어 이견보다는 공감대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확답은 할 수 없지만 고민과 협력을 지속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추석쯤 되면 기대를 해봐도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세 번째 권력의 다른 관계자도 지난 13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공감대가 있고 소통한 것도 맞지만 아직까지는 제3지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상황 공유를 한 정도"라며 "꼭 제3지대가 하나 된 당의 모습을 취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총선을 앞두고 당은 다르지만 선거 연합과 같은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 전 의원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류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의 정치인들도 제가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과거 정의당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활동들에 대해서 성찰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이런 행사도 해 보고 하면서 고민하고 그러면서 대화를 나누는 거지 지금 류 의원이랑 같이 행사를 했다 그래서 무슨 같이 신당을 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호남' 연결고리 있는 양향자와도 통합 행보할까?

또 금 전 의원과 양 의원의 제3지대 통합 행보도 기대를 가져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금 전 의원은 지난 13일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양 의원이) 공식적으로 어떤 계획을 밝히진 않았기 때문에 밝히고 나면 저희 얘기를 밝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두 정치인이 민주당 출신 인사라는 점과 신당의 공략 지점으로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을 거론했다는 공통점에서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3일 성찰과 모색의 지역 간담회는 호남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 의원도 지난 14일 'K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당의 의미는 전국 정당을 의미하는 것이고, 전국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전국에 후보를 내고, 특히 호남의 정치를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3지대의 호남 공략은 곧 더불어민주당의 대안으로 자리 잡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지난 13일 성찰과 모색의 토론회에서도 한 평론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앙마르슈'가 사회당을 대체한 사례를 언급하며 제3지대가 진보 진영의 대체재가 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 전 의원은 앞서 지난 15일 출연한 라디오에서 "우후죽순처럼 에너지가 생기면 저는 거기에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또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거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라며 "이거를 4당, 5당, 6당, 7당 이렇게 생긴다고 보는 거는 너무 좀 그냥 지금 있는 현상만 보는 것 같다. 에너지라는 것은 또 합쳐진다"라며 제3지대의 통합 가능성을 거론했다. 

뿌리 깊은 '제3지대 회의론' 이겨낼까 

다만 제3지대는 공통점으로 신당을 향한 회의적인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2016년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을 창당한 경험이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제3지대의 행보에 대한 쓴 소리를 남겼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3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3지대의 탄생은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그분들은 아마 이제 민주당을 버리고 나가서 뭐 보수를 표방할 테니까. 그러기 때문에 금 전 의원, 또 양 의원, 이런 분들이 창당을 하는 것은 뭐 찻잔 속의 태풍이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함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물어보고 창당해라"라고 말했다. 

신당의 회의론과 관련된 논의는 성찰과 모색의 2차 토론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이날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토론문에서 소비자들이 현재 과점적 공급자들에게 불만이 많다고 해서 새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실장은 제3지대로서 성취를 달성한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의 통일국민당·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국민의당은 이념이나 지역 혹은 인물 등 국민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요소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금 전 의원은 신당의 성공에는 유권자들의 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 전 의원은 앞서 지난 15일 출연한 라디오에서 "저희가 아무리 노력해도 유권자들이 변하지 않는 이상은 뭐 결정권은 유권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저희는 거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는 거고 유권자들이 생각을 바꿔서 이번에는 정말 기존 정치권에 한번 회초리를 때려야겠다고 생각을 하시면 돈이나 인물의 숫자는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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