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김남호 오너일가 퇴사 요구..."기업가치 훼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KCGI홈페이지 캡쳐
KCGI홈페이지 캡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KCGI가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DB하이텍 지휘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추후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KCGI는 지난 13일 자료 은닉 및 폐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향후 주주권 보호를 위해 어떠한 형태의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가장 큰 문제로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 즉 오너일가의 방만 경영을 지적했다.

- 자료 은닉 차단 위해 회계장부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
- 법적대응 불사 확산에 사측 "KCGI에 자료를 제공한 후  주주 협의 예정"

KCGI는 DB하이텍이 2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아날로그 반도체 특화 파운드리 업체로 세계적 기술력과 풍부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B하이텍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주목했다.

현재 DB하이텍의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격 DB Inc의 지분율은 12.42%, 계열회사와 특수관계인 등을 합친 지분은 17.82%다. 낮은 지분율로 DB하이텍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DB하이텍을 통해 사적이익을 추구하고, 내부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KCGI 측 분석이다.

KCGI는 이외에도 ▲거액의 기부금 지출과 김준기문화재단의 DB하이텍 지분 취득 ▲과도한 지배주주 보수 지급 ▲심각한 범죄행위 처벌 이력이 있는 지배주주를 고위 임원으로 재채용하고 고액 연봉을 지급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KCGI는 DB하이텍 경영진 측에 이미 여러 차례 주주 대면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사측은 내부 자료 준비 미비를 근거로 대면 협의를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오너일가, 낮은 지분율로 의사결정 좌지우지

KCGI는 DB하이텍 지분 7.94%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에 이어 지분 7.0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금융시장에서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DB하이텍 대응에 따라 경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KCGI는 공개서한에서도 기업가치 제고 일환으로 김준기 창업 회장의 퇴사와 김남호 회장의 책임경영을 요구했다.

KCGI는 "김준기 창업 회장은 여비서 성추행 및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을 뿐 아니라 수사를 회피하다 인터폴에 적색수배, 범죄인 인도 청구 요청으로 체포·구속된 바 있는 인물이다"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음에도 DB하이텍의 임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창업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회장은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 의사결정권자이며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며 "김남호 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직해 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는 ▲현재 운영 중인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을 개선하고 ▲회계처리 투명성 제고 및 불필요한 자산 유출을 막기 위한 시스템 마련 ▲계열 금융회사와의 정상적인 거래를 위해 합리적 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DB하이텍은 곧장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측은 “KCGI에 자료를 제공한 후 세부 사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주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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